금요일부터 내내 잠만 잔다. 문제는 낮에 자고 새벽에 깨있다는 거다.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약속이 있어서 멀쩡한 정신으로 깨어있어야 하는데. 오늘도 왠지 빨리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
낮잠을 잤고 꿈을 꿨다. 1시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꿈을 세 개나 꿨는데 다 기억이 난다. 너무 따뜻해서 눈뜨고 나니 현실이랑 많이 달라서 더 씁쓸해졌다.
가족들이 방콕에 있는 내 집에 왔다. 엄마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딸내미 집에 오듯이 먹을 것을 한가득 싸왔다. 비자 문제없이 몇 번이고 이 나라를 드나들 수 있으니 이제 자주 오겠다는 말을 했다. 아빠, 오빠랑 한 대화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튼 옆에 있었다. 조그마한 방에 네 가족이 복닥복닥 모여서 오랜만에 얘기를 나눴다.
평소에는 연락도 잘 안 하는 못난 딸인데 가족들은 꿈에서까지 나를 응원하러 나와줬다.
팔로오빠가 전화를 걸더니 잘 지내냐며 안부를 물어왔다. 타지생활 힘들겠다며 [Lovers turn to Haters] 앨범을 포함해서 한국에서 필요할 만한 것 몇 가지를 담아 택배를 보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제일 판타지 같은 꿈이었다.
한국이었다면 나는 [Lovers turn to Haters] 투어를 몇 개 갔겠지. 앨범도 어렵지 않게 구매했겠지. 오빠랑 각기 다른 지역에서 만나 앨범 잘 들었다며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았겠지.
마지막은, 오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친구의 집은 우리가 나고 자란 그 동네에 있었다. 거의 평생을 그 동네에서 살았으면서 "여긴 참 변한 게 없네" 같은 말을 했다. 태국에 갔다가 드디어 돌아왔다는 설정인지 뭔지. 소파에 적당히 눕듯이 앉아서 별 거 안 해도 참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실제로 그 친구는 이제 그 동네에 살지도 않는데. 친구는 물론 동네가 참 그리워지는 꿈이었다.
정작 돌아가면 잠깐 좋아하다가 또 어딘가로 떠나지 못해서 안달일 거 안다. 서울만큼이나 삶이 빡센 곳 없지만, 서울만큼이나 의지가 되는 곳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추억, 모든 것들이 다 있는 나의 Hood.
오늘의 꿈은 잊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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