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자꾸 블로그를 찾게 된다. 생각이 많으면 꼭 글로 남기고 싶어지기 때문에. 역시 내 일기장은 여기를 벗어날 수 없나 봐.
이전에는 태국인들을 많이 알고 싶었는데, 요즘은 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많이 알고 싶다. 그들은 왜 태국에서 살기로 결심했을까? 그게 요즘 나의 관심사다. 사실 나야 선택의 여지가 크게 없었다는 편이 맞는데, 다른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좋아서 이 나라를 선택해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외국인으로 사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는 것일 테니까.
태국 생활에 썩 만족하는 이 중 혹자는 자신이 잘못된 곳(wrong place)에서 태어난 것 같다고까지 말한 사람도 있었다. 본인의 모국이 싫다거나 비난하는 뉘앙스라기보다 뭔가 환경적으로 자신은 태국이 훨씬 더 잘 맞다는 의미였긴 하지만, 그의 워딩이 꽤나 놀라웠다. 모국을 그리워한다거나 미련 같은 건 전혀 없는 느낌. 거의 평생을 살아온 곳보다 상대적으로 낯선 곳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확신에 차서 right place라고 말할 수 있지?
태국 생활, 솔직히 나도 만족스럽다. 나쁘지 않다. 많은 나라에 살아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시기만큼 살아본 네덜란드와 비교해 봤을 때도 솔직히 태국이 낫다. 근데 여기서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산다? 그건 글쎄. 아니, 태국이 아니라 그 어디에 살아본다고 한들 평생을 산다는 건 상상이 안 된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한국을 좋아하는지(?) 몰랐어.
최근, 이제 막 태국으로 이사와서 조금씩 자리잡으려는 사람을 만나서 당신은 왜 태국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지를 물어봤는데, 태국이 좋아서도 그렇지만 모국이 요즘 상황이 별로 안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왠지 요즘의 한국이 생각나는 답변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나?
나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내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상황이 좀 어려워 보이지만 그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살겠다고 결심할 거 같지는 않다. 지금으로서는 '지지고 볶더라도 그 안에서 우리가 다 해결할 거야', 싶은 마음. 누군가 진심으로 헬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벗어날 수 있는데 안 벗어나는 게 미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은 별로 관심 없다.
역설적이게도 외국에서 잘 살기 위해서도 내 나라가 잘 되는 건 중요하다. 외국에 살면 무조건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사는 게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의외로 내가 한국인임을 자각할 때다. 국격과 위상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고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슴없이, 아니 심지어 호의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거든.
아무튼, 나는 아직 이 나라에서 더 오래 지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걸 못 찾았고 때가 되면 한국에 가고 싶다. 흥미로운 걸 못 찾았다는 게 익숙함에 속아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지금으로선 그렇다. 물론 그 이후의 거취는 알 수 없다. 여기저기 살아보는 건 현재 진행형이라 또 다른 곳에 가서 살아볼지 모르지. 그 언젠가 만약 더 오랜 시간 살 곳을 정하게 된다면 그 기준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곳이 좋아서'가 될 것이다. 근데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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