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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나 빼고 다 X밥이다

by Heigraphy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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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 잘 안 풀리면 울적하고 슬프고 속상했다. 이 나이 먹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1인분의 삶을 하고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나만 1인분도 못하고 사나 자책하며 나를 갉아먹었다. 시험이든 취업이든 독립이든, 세상이 워낙 치열해서 큰 기대는 안 한다고 해도 탈락과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건 언제나 너무도 썼다. 덤덤한 척했지만 누적된 타격에 어딘가는 멍이 들고 있었다.

  무엇으로 기분전환을 해도 잠깐일 뿐, 해소가 안 되는 묵직한 뭔가가 계속 마음속에 있었다. 팔로알토의 노래 '감기' 가사처럼, 바쁠 땐 다 잊어버린 줄만 알다가 불 끄고 누우면 몰려와서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참 많았다. 혼자 있을 때만 몰려오면 다행이지, 나중엔 밖에서도 문득문득 울컥해서 소리도 없이 삼킨다고 애먹었다. 마음속에 있는 묵직한 그게 도대체 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출처: micimpact tv

  지금은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슬프기보다 분노가 인다. 전제는 '나는 개짱이다'이다. 예를 들어 최근 든 생각을 적나라하게 적어보자면 '나 빼고 다 X밥인데 이게 안 된다고? 곧 내가 다 뿌신다' 이런 느낌? 상황은 별로 변한 게 없는데 감정만 바뀐 계기는 나도 모르겠다. 하도 얻어터지다 보니 눈이 돌아간 건지. 나를 갉아먹는 것보단 나은 것 같기도 하면서, 어쨌든 속에 화가 쌓인다는 게 아주 건강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래도 우울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화가 나면 겁나 매운 떡볶이에 맥주 들이켜고 싶은 욕구라도 생겨서 사람이 움직이게 되더라. 화에서 나오는 에너지라는 게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의 나는 전투력 111%다.

 

 

오늘도 열이 받았네

   내 분노 승화의 도구 첫 번째는 늘 매운 음식이었다. 열 받을 때 맥주랑 같이 먹어줘야 돼. 정신건강을 버리느니 이미 어느 정도 맛이 간 위장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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