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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사진일기

웃음벨 울리기 좋은 날

by Heigraphy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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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많이 더워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일교차가 꽤 커서 늘 가디건 같은 겉옷을 챙겨 다녔는데, 이번 주는 저녁에도 반팔만 입어도 될 만큼 날이 많이 풀렸다. 지금 정도가 딱 좋은데.. 더 더워지면 불쾌지수 높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금방 올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날이 더워지길 기다리는 유일한 이유, 팔로알토 웃음벨 티셔츠. 드디어 개시했다. ^_____^

 

을지면옥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보는 친구를 데리고 을지면옥에 간다. 냉면 하나 먹는데 너무 걱정을 하길래 입맛에 안 맞아도 경험 삼아 먹는 셈 치라며 다독여본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걱정이 더 앞서나 보다.

  내가 먹어본 평양냉면 중 제일 맛있었던 곳은 어디였냐고 묻길래 곰곰이 생각해본다. 베스트 하나를 뽑기는 어렵고, 자주 먹어서 익숙하고 맛있는 곳은 필동면옥, 을밀대가 있고, 옛날에 한 번밖에 안 먹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곳은 능라도라고 대답한다. 더 있지만 나머지는 한 번 정도씩밖에 안 가봤고 다 무난하다고. 입맛에 안 맞았던 곳은 봉피양이 평냉치고는 조금 짰던 것 같아 별로였던 기억이 있고,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곳 하나와, 대구까지 가서 먹었던 냉면집 하나를 이야기한다. 대답하다 보니 나 냉면 꽤 많이 먹어봤구나 싶다. 근데 새로운 곳 가려고 생각하다 보면 아직 안 가본 곳도 여전히 많다. 을지면옥도 그중 하나.

 

 

을지면옥 평양냉면

  필동면옥과 같이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이라는 을지면옥의 평양냉면. 그래서인지 분명 처음 먹어봤는데 익숙한 듯 반가운 맛이다. 내 기준 이제 을지면옥도 믿고 먹는 평양냉면 맛집 중 하나다. 맛있는 평양냉면에 대한 예의로 깔끔하게 완냉을 한다. 걱정이 많던 친구는 생각보다 잘 먹는 듯하다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긴다. 다음엔 을지면옥과는 또 다른 맛의 평양냉면집을 데려가봐야겠다.

 

  여기까지 나온 김에 친구가 크림빵을 사고 싶다고 하여 산책도 할 겸 종로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을지로부터 종로 일대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들이 많아서 참 좋다.

 

  "근데 우리 크림빵 사고 나선 뭐해?"

  "나도 몰라..?"

 

  시간 많고 할 일 없는 아이들의 대화.. 사실 냉면 먹는 것 말고는 뭘 할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 둘 다 오랜만에 동네를 벗어난 외출을 해서 조금 더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종로에 영풍문고가 있지 않냐며 그럼 이참에 서점 구경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쉬어가기

  영풍문고 가는 길에 엉뚱한 곳들만 실컷 구경하고 지쳐서 어딘가에 앉는다. 사실 책도 책인데 귀여운 굿즈 같은 것도 보고 싶어서 중간중간 아트박스, 알라딘 서점, 종로서적을 들르고 힘들어서 결국 영풍문고는 가지 말자고 한다. 영풍문고 가기로 해놓고 영풍문고만 빼고 다 본 상황이 참 웃기다.

  요즘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드라마 클립 같은 것을 보다가 김재욱 배우에게 빠졌다고 하니 친구가 그럼 잠도 깰 겸 영상을 보자고 한다. 드라마는 '그녀의 사생활'인데, 친구가 문득 이거 김재욱 배우가 짝사랑하는 내용 아니었냐며, 박민영 배우는 나중에 박서준 배우랑 이어지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아니 그건 '김비서가 왜 그럴까'고... 두 개가 다른 드라마야 친구야... 친구의 뜬금없는 질문에 빵 터지고 잠에서 번쩍 깨는 것도 성공이다.

 

 

푸하하 크림빵

  익선동으로 와서 푸하하 크림빵을 방문한다. 가게 앞에는 유튜버 '입짧은햇님'님이 푸하하 크림빵을 맛있게 먹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친구는 예전에 연남동에서 만날 때도 푸하하 크림빵을 들렀는데, 가게가 보일 때마다 사는 것 같아서 '얼마나 맛있길래' 싶은 마음에 나도 맛 별로 한 봉투 사본다.

 

 

웃음벨 티셔츠🤣🤟

  평일 낮에도 익선동에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일을 할 때는 다들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쉴 때는 또 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 없는 골목 어딘가에서 웃음벨 티셔츠 인증샷을 하나 남긴다. 이거 입고 공연장을 가야 하는데 대면 공연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요즘이라 참 아쉽다. 과연 올여름에 이거 입고 팔로오빠를 볼 수 있을 것인가.

  괜히 혼자 제 발 저려서(?) 친구에게 이 티셔츠 너무 눈에 띄는 것 같냐고 물어보니 모르고 보면 전혀 모를 거라고 한다. 본인은 내가 말해서 안 거라고. 강 같은 평화를 주는 디자인 아니냐고 물으니 마치 답정너 보듯 나를 쳐다보곤 마지못해 그렇다고 대답해준다ㅎㅎ

  그러고 보니 올해 첫 반팔 개시를 웃음벨 티셔츠로 했네. 티셔츠 사이즈가 참 커서 어떻게 입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찌저찌 잘 입었다. 이제 검정색은 또 어떻게 적당한 오버핏으로 입을지 고민해봐야겠다. 따뜻한 날은 웃음벨 울리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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