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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2'트러블러 섬여행(보령)

뚜벅이 보령 여행 04 은혜 입은 삽시도 둘레길 걷기

by Heigraphy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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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시도에서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길을 나설 차례. 식당 주인 아주머니께 삽시도를 한 바퀴 돌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여쭤봤다. 아주머니는 여기를 걸어서 볼 참이냐며, 그러면 둘레길을 한 바퀴 걷는 건 어떠냐고 하신다.

 

식당에서 보이는 오션뷰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고 하니, 사장님이 또 친절하게 물어오신다.

  "아가씨, 물은 있어요?"

  "아니요, 깜빡했네요."

  "(생수병을 건네주며) 하나 가져가요. 저기 둘레길 입구까지 태워줄게요, 가요."

  "저는 괜찮은데.. 저 때문에 일부러 가시는 거 아니예요?"

  "(유쾌하게 웃으며) 일부러 가는 거 맞아요~ 마당으로 나오세요. ^^"

  뭔가 생색(?)을 내시는데도 하나도 기분나쁘지 않고 오히려 더 감사하고 유쾌했다. 근데 막상 가려니 다른 분이 나를 태워주시려던 아주머니에게 할 일이 있다며 붙잡으신다. 그래서 결국 사장님의 손님인 듯 친척인 듯 하신 분께 나를 맡기셔서 얼떨결에 사장님의 지인분과, 뒷자석엔 삽시도에서 꽤나 살아본 것 같은 아이 두 명과 함께 차를 타고 둘레길 입구까지 갔다.

 

 

둘레길 입구

  낯선 이가 타도 개의치 않고 뒷좌석에서 조잘조잘 말을 이어가는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섬에 사는 아이들인지, 섬에 사는 친척 집에 놀러온 아이들인지, 하여튼 동네를 아주 잘 알고 순박한 아이들이었다.

  동생에게 "넌 꿈이 뭐야?"라고 묻는 형 질문에 동생은 "물고기!"라고 대답한다. 낚시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부도 아니고 물고기구나.

  "물고기가 꿈이야?"

  "어, 물고기가 꿈이야. 물고기!" 그러더니, "형은 꿈이 뭐야?" 한다.

  "나는 어부."

  "어부가 뭔데?"

  "물고기 잡는 사람을 어부라고 해."

  그랬더니 그제야 동생도 "아~ 나도 어부."라고 한다.

  이 짧은 대화가 뭐라고, 그 잠깐이 무척 힐링이었네. 예상치 못한 호의를 받은 것에 더해 순수한 대화에 마음이 굉장히 훈훈해졌다.

 

 

내려다 보이는 면삽지
면삽지 가는 길

  삽시도의 볼 거리 중 하나인 면삽지. 썰물 때만 섬으로 가는 좁은 폭의 길이 드러나서, 타이밍 맞춰 가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내려가는 계단이 이만큼 많다는 건, 그만큼 다시 올라야 할 계단도 많다는 건데.. 괜찮겠지?

 

 

면삽지가 코앞

  차에서 아이들 중 형이 삽시도에서 가야할 곳들을 여기저기 알려줬고 그 중에 하나가 면삽지였다.

  차에 탄 낯선 이를 보고 아이들은 "누구세요?" 하고 묻더니, 내가 "신세 좀 질게요."하니까 고맙게도 "네~"하고 대답한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음.. 그냥 삽시도 한 바퀴 돌아서 밤섬으로 가려고요."

  "가시는 길에 면삽지는 꼭 보시구요, 물망초는 지금 물이 안 빠져서 안 보셔도 될 거 같아요. 아 곰솔은 꼭 보셔야 돼요. 한국에 딱 세 그루 있는 나무인데 그 중에 하나가 삽시도에 있거든요."

  전문가의 분위기를 풍기며 나에게 이곳저곳을 설명해준 형. 면삽지 오니까 생각이 나네. 다행히 면삽지는 물이 빠져 있다.

 

 

면삽지

  반대편의 조그마한 섬으로 다가갈 수 있게 물길이 열려있다. 밀물 때는 반대편의 섬이 삽시도를 면하여 새로운 무인도가 된다고 하여 '면삽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름이야.

  면삽지에 건너가서 해식동굴을 보기도 하는 모양인데, 워낙 사람이 안 가는 곳이라 그런지 조금만 가까이 가보니, 갯강구라고 하나? 그런 아이들이 바위 위에서 사사삭 도망가는 게 보여서 더 다가가는 건 관뒀다... 거리를 유지하는 게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것 같아서...^^

 

 

혼자서라도 찍어보고자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내 사진을 찍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사람이 없길래 혼자 돌이라도 쌓아서 카메라 세팅해보자고 노력했다. 하지만 역시 장비 없인 각도가 잘 안 나오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포기!

 

 

바람이 정말 많이 불던 면삽지

  셀프 타이머는 실패하고 결국 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겨우 남겨본 셀카와, 마침 이곳을 방문한 다른 분에게 부탁드려 남긴 나의 사진. 하여튼 카메라에는 다 안 담기도록 멋진 곳이었다. 삽시도 트래킹을 할 때 꼭 가보기를 추천하는 곳. 

 

 

삽시도 둘레길 중 볼록 나온 부분.

 

 

고개를 돌리면 바다가

  면삽지 구경이 끝나고 다시 둘레길을 나섰다. 해안가 둘레길을 걸으면 좋은 점은 고개만 돌리면 바다가 보인다는 거다.

 

 

약간의 오르락 내리락

  물론 평지라기엔 그렇지 않고 등산이라기엔 민망한 수준의 언덕길을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이어진다. 이게 바로 둘레길의 매력.

 

 

해송이 참 많았던 삽시도 둘레길

  삽시도 둘레길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소나무가 참 많았다는 거다. 바닷가에서 이렇게 많은 소나무를 보기는 처음이지 않나 싶다.

 

 

물망터 가는 길

  두 번째 목적지는 물망초. 아이들 중 형이 물망초는 물이 안 빠졌을 테니 안 봐도 된다고 했지만, 면삽지 가보니 물이 빠진 것도 같고, 이곳이 용진호의 트러블러에 나온 곳이라 오히려 꼭 가보고 싶었다. 잊지 말자, 이 여행은 용진호의 트러블러에서 영감 받아 떠나온 것이라는 것을.

 

 

물망터 도착

  이정표에서부터 0.5km를 더 걸어서 도착한 물망터. 이곳에도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구나. 오히려 좋아.

 

 

다행히 썰물 때인 듯

  면삽지에서처럼 물은 빠져있는 듯했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바닷가 같은 이곳.

 

 

혼자서도 잘 찍어요
혼자 왔지만 6명이서 온 듯한 기분ㅎ

  사람이 없을 땐 더 편하게 내 사진을 찍을 수 있지. 면삽지에서 실패한 셀프 타이머 촬영을 물망초에서 성공했다.

  웃음벨 티셔츠와 함께라면 혼자 여행이라도 외롭지 않아. 알게 모르게 팔 오라버니랑 세상 구경 많이 하는 중(?) 박시한데다가 강 같은 평화를 주는 분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새겨져 있으니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제일 편해서 여행 갈 때 많이 입는 편.

 

 

민물이 올라온다는 곳도 볼까 했지만..

  물망초가 유명한 이유는, 이 바닷가에 물이 빠지고 나면 어디선가 민물이 올라와서 약수처럼 마시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는 사실 트러블러에서 용진호가 한모금 마셔보고 짜다면서 퉤 뱉고 이거 그냥 바닷물 아니냐고 하는 장면이 나와서 그으렇게 큰 기대는 안 했다는 것이 함정ㅋㅋㅋㅋ 그냥 그들이 가본 곳 나도 가보고 싶었지 뭐야. 그리고 여기도 좀 안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갯강구들이 사사삭 흩어지더라고... 삽시도는 그냥 자연의 신비로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망초는 카카오맵에 안 나와서, 그냥 둘레길 걸으면서 이정표 보면서 찾아가면 될 듯하다.

 

 

곰솔 찾아 가는 길

  이제 삽시도 둘레길의 마지막 목적지인 곰솔 가는 길. 아이들 중 형이, 한국에 3그루밖에 없는데 그게 삽시도에 있다며 그렇게나 강추했던 곳이라 더 기대가 되었던 곳.

 

 

상록수 아닌가..?

  가는 길에 계속 눈에 띄었던 한 나무. 이게 웬 침엽수가 낙엽진 모습이야...? 구글 렌즈로 검색해보니 미크로비오타 데쿠사타, 측백나무 등등 나오는데, 정확히 무슨 식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침엽수는 상록수 아닌가요..?

 

 

소나무가 이렇게 많은데 곰솔은 어디에?

  면삽지, 물망초 갈 때와는 다르게 곰솔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엄청난 샛길은 없었지만, 내가 길 안 잃어버리고 잘 가고 있는 거 맞나 조금 걱정이 될 정도로, 꽤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아서 조금은 불안해졌다.

 

 

드디어 도착!
삽시도리의 황금곰솔

  생각보다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황금곰솔. 곰솔은 나뭇잎이 황금색이어서 황금소나무로 불리는데, 이는 엽록소가 없거나 적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으로, 소나무의 변이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안내판 옆의 소나무는 생각보다 황금색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하면 내가 너무 그 가치를 못 알아보는 발언을 하는 것인지. 하여튼 일반 해송과는 다르고, 특히 황금곰솔은 해풍과 염분에 강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해풍림, 방조림 역할을 한다고 한다.

 

 

여태껏 봐온 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듯한 소나무

  안내판 옆에 있는 소나무보다 주변 소나무가 독특하게 생긴 것이 오히려 자꾸 눈에 들어온다. 송화가루가 주황빛인 듯 금빛을 띠는 건가?

 

 

솔방울 달린 소나무

  이파리 끝을 잘 보면 살짝 갈색으로 변한 잎들이 있다. 이래저래 삽시도 둘레길에는 황금솜솔이 한 그루가 아니라 꽤 있는 것 같은데?

 

  황금곰솔도 카카오맵엔 안 나온다. 그냥 둘레길 따라 자꾸 걸어나가면 됨.

 

 

소나무는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하고 둘레길도 끝이 보이는 듯하다
밤섬선착장으로 갈 차례

  곰솔도 다 보고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삽시도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밤섬선착장이 이정표에 나타났다. 시간이 생각보다 조금은 아슬아슬해서, 아까 식당에서 차를 안 탔다면 오후 배를 놓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해풍림 겸 방조림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를 주로 해풍림 겸 방조림으로 심는 게 참 눈에 띄었던 삽시도 둘레길. 이 침엽수들이 여기서만 색이 빠져서 낙엽지는 이유가 있겠지? 하여튼 자연은 신비해.

 

 

이래 봬도 5km

  가볍게 걸었지만, 굽이굽이 언덕 있는 숲길을 어느새 5km나 걸은 거다. 물론 차를 타고 들어와서 시작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전에도 밤섬선착장에서부터 회식당까지 2~3km 정도는 걸었으니 삽시도 안에서만 6~8km는 걸었다. 이제는 여행 가서 꼭 걸어야 여행을 좀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즘은 둘레길 정보가 카카오맵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기.

 

 

민가(?)로 나온 듯

  어느샌가부터 잘 포장된 길이 나온다.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 선착장도 왠지 코앞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삽시도에서 유일한 마을버스 발견!

  배 들어올 때만 다닌다는 마을버스가 이런 곳에 있었다. 마을버스가 있는 걸로 봐서 여긴 마을회장님(?)이 사는 곳인 건가?

  남의 집 앞에서 우왕좌왕 헤매고 있으니 주인어른인 듯한 분이 목적지를 물어보시고는 친절히 길을 알려주신다. 이방인과 카카오맵은 모르는 지름길을 알려주시며 이리로 가라고 해주신다.

 

 

바닷가는 아니고 좀 떨어져 있는데 바닥은 모래사장

  알려주신 길로 열심히 가는데, 바닷가는 분명히 지나온 지 오래인데 아직도 바닥이 모래사장인 게 신기해서 남겨본 사진. 이런 바닥에 풀이 자라고 있는 게 더 신기하다.

 

 

밤섬선착장에 모인 인파

  현지인 찬스로 알게 된 지름길로 나오니 금방 밤섬선착장이 보인다.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물 빠진 후 덩그러니 남은 배 한 척

  아침에 지나갈 때는 분명 물 위에 동동 떠있는 배였는데, 물 빠지고 나니 그 자리에 그대로 눌러 앉아버린(?) 배. 밀물/썰물 맞춰 딱히 옮기지 않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건가 보다.

 

 

갯벌에서 채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빠진 후 드러난 갯벌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역시 아침엔 안 보였던 사람들.

 

 

밤섬매표소

  이번에도 온라인이 아닌, 매표소에 가서 직접 티켓을 산다.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냥 나는 정해진 계획 없이 다니는 P라서?

  들어올 때보다 나가는 인원이 훨씬 많은지, 일단 차량을 보유한 사람들은 당장에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해야했다. 차 없이 맨몸으로 온 나는 가볍게 티켓 구입 성공.

 

 

예쁜 풍경

  멀리서 보니 역시 이곳도 예쁜 풍경을 가진 곳이구나. 저기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이 자리에 왔다는 것도 새삼 신기하다.

 

 

가자섬으로 호 타고 대천항 가자

  조금 기다렸더니 금세 도착한 가자섬으로 호. 오후 1시 55분 배를 타고 나간다. 약 6시간 정도면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삽시도. 당일치기로도 훌륭한 섬이다.

  용진호가 했던 갯벌체험, 직접 캔 조개로 해물칼국수 해먹기 등등은 못해봤지만, 삽시도를 걸어보겠노라는 나만의 계획은 매우 알차게 실행한 것 같아서 기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대부도에 이어 삽시도에서도 이룬 섬과 트래킹 조합, 여행으로서 꽤나 좋은 방법일지도?

 

 

일등석

  삽시도 들어갈 때는 온돌 바닥에 누워서 가느라 이렇게 의자가 있는 일등석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온돌 있는 이등석이 만실을 넘어 인원 과포화 상태라 일등석으로 왔다. 이곳도 자리가 없어서 맨 뒷자리에 겨우 앉음.

 

 

(아마) 장고도

  가자섬으로 호는 원래 대천항~삽시도~장고도~고대도를 거쳐 다시 대천으로 돌아가는 배이다. 그래서 삽시도에서 승선을 하면 대천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장고도와 고대도를 거쳐서 간다. 삽시도보다도 작고 고요한 듯했던 섬, 장고도.

 

 

망망대해 배 한 척
뱃길의 흔적

  돌아가면서도 사진 찍기는 쉴 수 없지. 사실 피곤해서 일등석에서 한참 졸다가 잠깐 나와서 바람 좀 쐬고 사진도 좀 찍다가, 바람이 너무 세서 다시 들어가서 좀 앉아있는다는 게 졸다가를 반복하면서 갔다.

 

 

빨간 등대
(아마) 고대도

  가자섬으로 호의 다음 목적지, 고대도. 잘은 몰라도 이곳도 장고도 못지 않게 한적해 보인다. 삽시도는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이었구나 싶다.

 

 

대천항 거의 도착

  아까보다 훨씬 많은 차량과 사람들. 갈 때와 다르게 올 때는 섬을 두어 개 정도 더 들렀다가 와서 그런지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덕분에 열심히 졸면서 잘 왔습니다.

 

 

돌아온 대천항

  아침에 봤던 이곳을 아직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삽시도 당일치기 무사히 잘 다녀왔구나. 오늘도 용진호의 트러블러 보고 세운 리스트 하나를 클리어 했다. 그나저나 이제 시내(?)로 나왔다고 마음이 조금 편해진 나는 어쩔 수 없이 현대문명에 잘 적응한 사람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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