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도에 다녀오느라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더니 하루가 참 길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대천으로 돌아왔는데도 아직 대낮인 시간이다.
대천항 인근에 있는 수산시장.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구경이나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규모가 엄청 크진 않아 보였지만, 있을 건 다 있어 보였던 수산시장.
해산물 진짜 좋아하는데 이런 데서 1인분은 못 살 테고, 회가 아닌 이상 날것을 사도 조리할 곳이 없으니 정말 눈으로만 구경... 일행이 있었다면 여기서 상차림을 먹든 아니면 하다 못해 회라도 떠갔을 것 같은데. 혼자 하는 여행은 늘 입이 하나뿐이라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못 먹는 게 아쉽다.
대천항에서부터 숙소까지 또 걸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되었다는 것이 함정이었지만...
대천 해수욕장에는 짚라인 트랙이 하나 있는데, 슬슬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보게 되니 거의 다 왔다는 뜻인 것 같아서 반가웠다. 멀리서 보니 높이가 꽤 높아 보인다.
광장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던 우체통. 왼쪽의 부스에 들어가서 나에게 엽서를 쓸 수 있고, 그게 일 년 뒤인가? 발송이 되는 시스템인 듯했다. 엽서가 꽤 많이 준비되어 있어서 추억을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어서 우체통에 넣어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일 년 뒤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패스...
전날 저녁에 봤던 모습과 달리, 낮에 본 대천 바다는 그만의 여유와 한적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직 한여름이 아니라 인파가 조금은 덜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시간. 그늘 하나 없는 바닷가를 걷고 있자니 조금 덥긴 하다.
장난감 컵으로 모래성 만드는 놀이 너무 재미있어 보인다. 모래가 약간의 물기를 머금어야 성이 잘 만들어진다는 걸 아는 건지 물병에 물을 받아와서 모래를 적시는 것도 잊지 않는 센스에 감탄. 모래가 손발에 잔뜩 묻든 말든 순수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 모습이 부럽다.
구름이 잔뜩 끼어보이는 데도, 어디선가 강렬한 태양이 바다 위에 적나라하게 내리쬐서 온 바다에 윤슬이 진다. 물가에 오면 제일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
낭만적이야. 대천 바다는 낭만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
삽시도에서 아침식사 한 것 말고는 먹은 게 없었고, 벌써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왠지 또 식사는 하고 싶지 않아서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4층에 위치한 카페가 하나 눈에 띄길래, 저기라면 바다가 잘 보이겠다 싶어서 찾아갔다.
식사를 안 하고 싶다고 했지, 배가 안 고프다고는 안 했습니다... 오늘도 아메리카노에 케익 조합. 바로 테라스석에 자리잡고 앉아서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함께 경치를 감상하며 맛난 디저트를 즐겼다.
예상했던 대로 커피 벤은 바다가 아주 잘 보이는 카페였다. 오션뷰 카페는 역시 대낮에 와야 하는구나.
바다 보면서 잔잔하게 쉬고 싶었는데, 어디선가 카페 음악소리보다도 훨씬 큰 음악소리가 라이브로 들려온다. 잔잔한 무드를 이어갈 수 없을 장르 선정에다가 소리가 정말 쩌렁쩌렁 울려서 이너피스 찾으며 쉬어가는 건 결국 포기... 광장 쪽에서 라이브 행사라도 하는 듯했다.
카페 음악 소리가 묻히도록 큰 음악의 출처는 보령 머드 관련 홍보를 위해 인근 광장에서 품바양재기 팀이 하고 있는 공연이었다. 사실 내게는 품바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데, 이곳에선 사람도 꽤 많이 보고 있고, 여기저기서 촬영까지 하는 것을 보니 인기가 아주 절정인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웠다면 다행이긴 한데, 주변 상가 생각해서 음악 소리를 조금만 줄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가족들이 어린 아이와 함께 바다에 놀러나온 장면이 제일 보기 좋았다. 카페에서 찾지 못한 이너피스는 결국 숙소로 돌아가면서 알아서 찾아갔다.
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대낮의 먹자골목. 아직 저녁식사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한적하고 조용하다. 평화롭다고까지 느껴질 정도.
이 정도 구경을 하고 이후에는 숙소에 돌아가서 잠깐 쉬었다. 사실 이날 이미 삽시도도 다녀왔고 한 게 많아서(?)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됐는데, 대천의 해 질 녘 바다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해서 조금만 쉬다가 결국 다시 바다로 나왔다.
어제도 분명 해 질 녘쯤 나와서 바다를 봤는데 그때는 버스킹이라든지 다른 것에 좀 더 집중하느라 이 노을지는 장면을 오롯이 못 본 것 같다. 해 질 녘 대천 바다가 왜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는지 알겠네.
바닷가까지 와서 발도 안 적셔보면 섭하지. 굳이굳이 챙겨온 슬리퍼로 바꿔신고 와서 들이치는 파도에 발을 적셔본다. 시원하다. 이렇게 발만 적시는 거 말고, 과연 언제 또 바다수영을 할 수 있을까?
넘실대는 바닷물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아 좋아하는 사진.
이날만큼은 조금 고되기도 하고 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맥주가 꼭꼭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와서 혼자 어딘가에 자리잡고 앉았다. 사실 맥주가 주라기보다 저녁식사 하면서 반주하는 느낌으로(?) 먹고 싶었는데, 메뉴가 닭강정이다보니 그냥 술 먹는데 안주 사온 것 같아서 꺼내기가 너무 눈치보였지 뭐야...?
작년에 부산 해운대 모래사장에 앉아서 H언니랑 서브웨이 먹었을 때 낭만 그 자체였던 느낌을 생각하며 앉았는데, 그 느낌이 안 나고 혼자 바닷가에서 맥주 까는 뭔가 처연하고 궁상맞은 느낌이어서 당황... 이때만큼은 일행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불꽃놀이. 밤 중의 바다는 어제 많이 봤으니, 이번엔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어갔다.
여행까지 와서 슈카 보는 사람 나야 나. 어디에서든 일요일 밤에 이 방송 안 보면 너무 허전하단 말이야... 어려운 얘기도 너무 쉽고 재미있게 해줘서 막 빵빵 터져가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내 맘 속의 연예인임.
삽시도를 걸어서 다니고, 둘레길도 정복하고, 대천으로 돌아와서도 대천항에서부터 숙소까지 꽤나 걸었다 싶더니, 나도 모르게 3만 보나 걸었다. 대부도 때처럼 한 번에 바짝 걸은 게 아니라 쉬엄쉬엄 나눠서 걸은 거라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나중에 기록을 확인해보고 오히려 놀란 케이스.
일요일 밤에는 클럽은 안 하는지 어제처럼 쿵짝거리는 소리는 거의 없어서 다행히 편하게 쉬었다. 긴 하루이면서 짧은 2박 3일의 마지막 밤이 평화롭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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