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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2'트러블러 섬여행(보령)

뚜벅이 보령 여행 02 바다는 위험해

by Heigraphy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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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너무 길어서 두 편에 나눠 써보는 보령 여행 1일차 두 번째 이야기. 새벽부터 서울에서 청소역을 갔다가, 충청수영성에서 실컷 경치 구경 후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이미 줄이 한바가지

  충청수영성 아래에 맛있는 칼국수집이 있다고 해서 기대하며 내려왔는데, 해당 맛집은 물론 건너편까지 이미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있어서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건 빠르게 포기했다. 기다려서 먹는 성격이 못 되기도 하지만, 이런데서 혼밥한다고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그것도 눈치보이거든.

 

 

누군가의 공든 탑과 반가운 서해랑길 표시

  충청수영성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본 반가운 표식들. 공든 탑대로 소원들 잘 이루어지길 바라고, 대부도에서 실컷 걸어봤던 서해랑길은 다음에 다른 지역에서 또 걸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서해랑길 다 걸으면 그게 곧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도는 거겠지.

 

 

보령 시내-보령문화의전당

  오천항 근처에서 다른 거라도 먹을까 조금 서성이며 골목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냈는데, 구경을 어느 정도 끝내고 나오니 타이밍 좋게 보령 시내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려고 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몸을 실었는데, 돌아가는 버스를 탄 듯하다. 하하하 모로 가도 시내만 가면 되지 뭐. 시내는 확실히 항구쪽보다 조금 더 현대적이고 활기차다.

 

 

보령중앙시장

  딱히 계획엔 없었지만 여행 중에 눈앞에 보이는 시장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점심 먹으러 가기 전 성큼성큼 시장 안으로 발을 옮겨본다.

  보령중앙시장의 장날은 3일, 8일이라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땐 장날도 아니고 시간도 좀 일러서 그렇게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었다. 시장의 진면목을 다 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내시장

  시장이 규모가 꽤 크다 싶었는데 이어서 붙어있는 시장이 여러 개 있는 거였다. 중앙시장, 한내시장, 자유시장, 동부시장 등이 있고, 이들을 다 합치면 규모가 상당하다. 청과, 수산, 정육, 식당, 의류 등등 시장 안에 있는 가게 종류도 참 다양하다.

 

 

시장국수

  원래 라조면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지나가다가 본 이 시장국수가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들어왔다. 시장 내 많은 국수집들과 화려한 메뉴가 있었지만 다른 곳 말고 딱 여기 시장국수를 먹고 싶더라고.

  저렴한 가격에 엄청 특별한 맛도 아니고 평범한 잔치국수인데 손님이 참 많았다. 대부분 동네 단골 손님들인지 사장님과 친근하게 인사하고, 손님들끼리도 지인을 많이 마주치는 신기한 분위기였다. 정겨운 분위기에 마음까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깍두기 꿀맛에 결명자차도 좋았어요.

 

 

3일, 8일에 맞춰 가면 좋을 듯한 보령 최대규모 시장!

 

 

 

다시 보령문화의전당

  정말 즉흥적으로 식사를 하긴 했는데, 이제 숙소로 이동해야 하나 아니면 라조면도 먹어봐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 시내에서 더 구경할 거라도 있으면 시간을 보내다가 두 번째 식사를 하러 갈 텐데, 딱히 볼 건 없고 문화의전당도 주말에는 쉬는 모양이었다. 배가 부르긴 한데 지금이 아니면 여행 중에라도 라조면은 먹어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결국 바로 두 번째 식사를 하러 가기로 결정. 이번 여행 주제가 식도락이었던가?

 

 

대천천을 따라

  바로 두 번째 식사를 하러 가되, 약 2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가기로 했다. 짐과 조금은 더운 날씨 때문에 조금 쉽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개천도 따라 걷고 거기서 낚시하는 평화로운 풍경도 볼 수 있었네.

 

 

누군가의 보은을 입은 길냥이

  누군가 냥이에게 밥을 주고 갔나 보다. 사료를 먹으면서도 인간을 경계하길래 멀찍이서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그래, 길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과는 딱 이 정도 거리감이 좋은 것 같아. 우리 같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다리도 건너간다

  사람 건너는 다리와 차가 건너는 다리가 구분되어 있었던 대천천. 사람 건너는 소박한 다리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수년 전 교토 여행 중에 봤던 도게츠교가 불현듯 떠오르네. 느낌이 뭔가 비슷한데?

 

 

태화장

  드디어 두 번째 식당 도착. 30분 텀으로 식사를 두 번이나 하긴 처음인 듯싶다. 보령에서도 유명한 식당인 만큼, 사람이 꽤 많았지만 운 좋게도 빈자리가 있어서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라조면!

  배가 아무리 불러도 전국에서 보령에서만 판다는 라조면을 여기까지 와서 안 먹어볼 수 없지. 국수는 금방 소화되잖아? 그렇게 합리화하며, 대신 주문할 때 면을 조금만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나 막상 등장한 라조면을 보니 그냥 한 그릇을 그대로 주신 것 같았다. ^.ㅜ

  라조면은 해물이 듬뿍 들어가고 매콤한 맛이 나는 짜장면이었다. 아, 소스가 아주 흥건했던 것도 특징 중 하나. 종종 함께 매운 음식을 먹었던 누군가가 생각나는 맛이었으며, 서울 돌아가서도 한 며칠 생각났던 음식. 배가 부른 채로 먹어도 맛있는데 배고픈 채로 와서 먹었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 정도.

 

 

대천 해수욕장으로 이동할 시간

  보령 시내에서 할 일들도 다 한 것 같고 이제 진짜 숙소로 이동할 시간. 삽시도행 배를 탈 수 있는 대천항 인근, 대천 해수욕장쪽에 숙소를 잡았다. 버스는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온 것 같다. 보령 버스는 카카오맵에 도착정보가 잘 안 뜨는데, 정류소마다 버스 시간이 나와있어서 그 부분을 적극 참고했다.

 

 

숙소 체크인

  주로 여러명이 와서 놀기 좋은 펜션 같은 숙소가 많은 대천 해수욕장 인근에, 1명도 합리적인 가격에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있길래 예약했다. 아주 오랜만에 도미토리 룸을 예약했는데, 비수기라 방에 사람이 없었다. 저녁까지 없어서 혼자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머드먹자골목

  새벽 4시부터 출발한 여행, 약 12시간 만에 짐을 온전히 내려놓고 조금 쉬다가 바다를 보러 나왔다. 보령이 머드축제로 유명한 만큼, 인근 식당이 즐비한 거리 이름이 '머드먹자골목'이었다. 화려한 조명이 밝혀지고 슬슬 저녁장사를 준비하는 듯했던 식당들.

 

 

대천 해수욕장

  5월 중순이라 아직 수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래사장에서 놀거나, 바닷물에 발을 적시거나, 눈으로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마음도 시원해진다. 해 질 녘이라 조금씩 어두워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감성까지 촉촉해지는 건 덤.

 

 

나를 울렸던 버스킹

  코로나 전에는 참 흔하게 봤던 버스킹인데, 오랜만에 본 것 같아 잠시 발걸음을 멈춰 두어 곡 정도를 들었다. 이문세 님 음악 등 옛날 음악들을 많이 부르셨는데 그 시절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가 순간 울컥했다.

  기분전환하러 바다에 간다지만, 사실 내게 바다는 감성을 촉촉을 넘어 축축하게 만들고, 물먹고 무거워진 마음을 아래로 가라앉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바다를 봤을 때부터 이미 조금 멜랑꼴리했던 마음이 버스킹으로 본의 아니게 극대화 되었던 느낌. 언제부터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는지, 참 주책이다. 나이 먹었나 봐.

 

 

바닷가 불꽃놀이

  해가 완전히 지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소소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낭만 별 거 있나, 이게 바로 낭만이지.

 

 

대천 해수욕장

  여름이면 정말 핫한 장소가 될 듯한 대천 해수욕장. 올해는 드디어 보령 머드축제도 본격적으로 재개할 예정인가 보다. 그동안 축제가 좀 많이 쉬긴 했지.

 

 

여름이 되면 젊음의 상징이 될 것 같았던 대천 해수욕장.

 

 

 

저녁 대신 디저트

  점심을 아주 과하게 먹어서 밥 생각은 별로 없고, 시원한 아아 들이키고 싶어서 카페를 들어갔다. 2층이 있어서 바다가 보일 것 같았는데 해가 다 져서 아쉽게도 바다는 잘 안 보였다. 그래도 꿀맛 같은 디저트를 먹었으니 만족만족.

 

 

편의점에도 천막이

  대천 해수욕장 인근의 식당을 보며 참 독특하다 싶었던 건, 가게마다 테라스석에 이렇게 천막이 쳐져 있었다는 거다. 덕분에 야외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조금은 프라이빗한 식사가 가능한 듯한 느낌? 하다하다 편의점에도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 있길래 이게 이곳에선 이색적이고 특별한 자리이구나 싶었다. 코로나 한창일 때 유럽 식당에서 이런 거 많이 했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한국엔 대천에 있었구나?

 

 

6인실을 1인실처럼

  밤에 돌아온 숙소에는, 다행히(?) 아무도 도미토리에 추가 체크인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덕분에 6인실을 1인실처럼 아주 잘 쓸 수 있었다.

  아, 이 숙소가 클럽을 겸하는 곳이라 주말에 밤 11시까지 지하 클럽에서 쿵짝쿵짝 소리가 다 들리고 울려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만 빼면 편히 잘 쉬었다. 클럽이 한창일 때는 1층 방에서도 거의 클럽처럼 놀 수 있어서 나중엔 혼자 춤추면서 노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행까지 와서 스트레스 받기 싫으니,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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