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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

[서울 방학동] 세상 모든 것의 역사가 있는 서점, 사유의 사유

by Heigraphy 202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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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 책 속에 파묻힌 느낌으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소수의 서적들이 특정 주제로 큐레이팅 된 서점에서 주인장의 취향과 가치관을 엿보는 것도 좋다.

그런 서점은 책이 적은 만큼 집중해서 들여다보게 되는 힘이 있다.

 

 

사유의 사유 외관

도봉구 방학동 주택가 인근에 위치해있는 동네 서점 '사유의 사유.'

한 지역에서만 거의 평생을 살았는데 아직도 처음 보는 공간들이 참 많다는게 놀랍다.

수십 년을 살아도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미처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참 많구나.

그동안 동네 맛집 탐방은 많이 했으니 이제 좀 다른 공간들도 다녀 보고 싶다.

그 시작점이 될 사유의 사유.

 

 

사유의 사유 내부

사유의 사유는 보이는 공간이 전부일 정도로 꽤나 작은 큐레이팅 서점이다.

제한된 공간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책을 골라 진열해놓으셨을 것 같은데 기대가 된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으며 책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바보의 세계』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들어가자마자 한가운데 눈에 띄는 진열대에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는 서적들이 있었다.

사실 사유의 사유라는 책방 자체가 세상 모든 것의 역사를 주제로 하여 큐레이션 한 역사·예술 전문 서점이다.

정말 다양한 것들의 역사가 있어서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위 두 권이 눈에 띄더라고.

 

 

『SPLASH! 헤엄치는 인류』 / 『친애하는 20세기』

책 위에 작은 메모에는 사장님만의 추천사 혹은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써놓으신 듯하다.

책방의 규모가 작다곤 했지만 한 사람이 다 읽었다기엔 책이 결코 적은 건 아닌데, 이 많은 책을 직접 다 읽어보시고 가져다 놓으신 건지, 그게 맞다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또 작은 큐레이팅 서점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이 코너에서는 튜브 없으면 물놀이는 꿈도 못 꾸지만 늘 수영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헤엄치는 인류』가 궁금했고, 20세기 미술사를 만화로 풀어낸 『친애하는 20세기』가 흥미로웠다.

수영도 미술사처럼 글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네..?

 

 

책등이 보이는 도서도 꼼꼼히

메인 진열대 아래에 꽂힌 책들도 꼼꼼히 둘러본다.

확실히 표지가 보이는 책보다는 손이 덜 가는 것 같긴 하다.

 

 

타자기

레트로 카페 같은 곳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나 봤었던 타자기가 있었다.

사유의 사유에 있는 타자기는 직접 사용해봐도 된다고 한다.

생각만 하고 말이든 글이든 표출하지 않은 것은 생각했다고도 할 수 없다는데,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가능하게 했을 타자기.

서점의 이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소품이구나 싶다.

그러고보니 책에 붙은 추천사 메모들도 다 이 타자기로 작성하신 것 같다.

 

 

아동 서적

역사·예술 관련 아동 도서들도 진열되어 있어 보기 좋았다.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다 가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해서.

 

 

보다 다양한 주제의 큐레이션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주제는 역시 '역사'이다.

그러고보니 문학 서적은 없을 수밖에 없구나.

문학작품 그 자체보다는 '문학의 역사'를 다룬 서적이 있을 법한 서점.

 

 

곰브리치 세계사

옛날에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서적으로 미술사 스터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세계사 책이 있길래 반가워서 남겨본 사진.

예일대 특별판이 나오는 줄은 몰랐는데, 서양미술사도 예일대 특별판이 있으려나?

 

 

반가운 포스터

얼마 전에 나도 보고 온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매우 반가웠다.

나도 좋아해서 포스터를 사려다가 엽서로나마 만족한 사진이 걸려 있어서 더 반가웠네.

눈발이 흩날리는 사진으로 만들어진 포스터인데도 따뜻한 느낌의 서점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판매 중인 엽서

사울 레이터 전시 포스터 아래로는 사유의 사유에서 판매 중인 엽서도 있었다.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 엽서.

 

 

패브릭 달력

카운터 쪽 창에 걸려있던, 귀여운 일러스트가 더해진 패브릭 달력.

이런 디테일한 소품들 덕분에 아기자기한 느낌도 든다.

 

 

『널 위한 문화예술』 / 『97개의 '돌의 일기'』

그림, 사진 등 문화예술 관련 서적들이 주로 모여 있었던 곳.

97개의 돌을 그린 드로잉 일기를 엮어낸 책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유의 사유

학예연구사 출신의 서점지기가 직접 도서를 큐레이션한다는 이곳.

학예사님의 안목을 통해 지식과 재미, 그리고 공유하고자 하는 가치까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선별된 책 하나하나에서 이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

전시장에서도 살까 참 많이 고민했던 사울 레이터의 사진집.

나만큼이나 서점지기님도 이분의 사진에 영감을 많이 받으셨나보다.

 

 

엽서 등 디자인 굿즈

엽서, 책갈피,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마그넷 등등 여러 디자인 굿즈들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플한 듯 귀여운 것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 데이비드 빈센트, 공경희 옮김, 더퀘스트, 2022.

약 400년 동안의 '혼자 있기'를 최초로 다뤘다는 서적.

정말.. 세상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는 서점 맞네?

자리가 있길래 잠시 앉아서 읽어봤는데, "사랑을 원하지만 사람이 어렵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움을 어쩌지 못한다. 살아가면서 혼자 있기란 늘 숙제 같다"는 소개글에서부터 격하게 공감해버린 책.

이번 달에 읽을 도서는 이거다.

 

2022년 2월에 발행된 도서도 벌써 입고된 것을 보면, 서점 큐레이션도 계속해서 변하고 업데이트 되는 모양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방문했을 때 또 어떤 새로운 도서들이 들어와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방학사거리에서 가깝다. 지하철은 방학역 하차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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