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오늘의 걷기'인데 정작 당일엔 너무 피곤해서 못 쓰고, 다음날엔 피곤+바쁨 때문에 틈틈이 써서 사실상 '며칠 전 걷기'가 되어버리는 포스팅...ㅎ
매번 혼자 둘레길만 걷다가, 휴일을 맞이하여 걷기 동료와 함께 오랜만에 등산을 다녀왔다.
인왕산이 등산 초보자들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는 쉬운 산이라지만, 확실히 둘레길 걷기와 등산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본격 산행 코스는 두루누비에 나와있지 않아서, 등산 코스를 직접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인왕산은 여러 방면에서 접근이 가능한데, 우리는 윤동주 문학관에서부터 시작해서 경복궁역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탔다.
인왕산도 아래 능선을 따라 걷는 둘레길 코스가 있고, 정상까지 다녀오는 등산 코스가 있는 듯하다.
오늘만큼은 등산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등산 코스로 도전!
윤동주 문학관(부암동 주민센터) 쪽에서 출발하면 인왕산에 있는 성곽을 따라 산을 오를 수 있다.
성곽 덕분에 안전하고, 계단을 잘 조성해놔서 길이 잘 닦여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경험 상 등산 중엔 언덕보다 계단이 더 힘들다는 사실...
요즘 쉬는 날엔 매번 집에서만 뭉개고 있어서 너무 찌뿌둥한 마음에 전날 갑작스럽게 자매들에게 등산 번개를 물어봤는데, 마침 E언니도 등산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서 결성되었다.
그동안 혼자 걷는 날이 많아서 심심하던 차에 너무너무 반가운 동료가 생겼다.
보통은 경복궁 쪽에서 올라와서 부암동 쪽으로 내려가는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전이었는데 이분들은 벌써 반대쪽 다 정복하고 내려가는 길이라는 것도 신기신기.
인왕산 중턱 어딘가에서, 벌써 아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길래 멈춰 서서 경치 감상 중.
얼마 안 올라온 것 같은데 애초에 입구부터 지대가 높아서 중턱만 와도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끊임없는 계단의 향연...
길을 잘 닦아놓은 것은 좋지만, 역시 이 정도의 계단은 한 번 오르고 나면 허벅지 터질 것 같고 쉽지 않다.
약속을 잡을 때 등산 후 독서는 어떨지 이야기를 했었는데, E언니가 아예 인왕산 안에 있는 어떤 공간을 찾아와줬다.
인왕산 중턱쯤 위치해있어서 오르기까지는 조금 힘들 수 있지만, 완전 산속에 파묻혀서 분위기가 참 좋았던 공간.
전체적으로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통창, 그리고 식물의 조화가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책이 구비되어 있어서 읽을 수 있고, 꼭 독서가 아니더라도 통창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사람도 많았다.
등산 중 쉬어가기 좋은 공간.
E언니는 다음에 아예 책을 가져와서 이곳에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한다.
오늘은 독서가 목적이 아니라 등산이 목적이기 때문에 짧게 공간만 둘러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나중에 속세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마음먹고 다시 가봐야지.
계단 경사 보고 조금 어이없어서 언니랑 나랑 동시에 찰칵찰칵ㅋㅋㅋㅋ
인왕산은 분명 길이 험난하지 않아서 등린이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산이긴 한데, 체력거지 운동부족러에겐 조금 힘들 수도...(는 내 얘기)
이날 날은 참 따뜻한데 미세먼지가 많다더니, 건너편 산이 안 보일 정도였다.
먼지 진짜 심하긴 하구나...
날이 따뜻하고 하늘이 맑아서 마냥 좋은 줄 알았는데, 멀리서 보니 비극이구만.
뿌연 서울 모습 담아보겠다고 미적대고 있으니 E언니가 그런 내 모습을 담아줌ㅎㅎ
너무 뿌옇지만 반대편에 남산타워도 있다.
그리고 가끔 아이폰 사진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계단이 정말 끝이 없구만-' 하고 생각할 때쯤 정상이 코앞에 와있다.
막상 다 오르고 나면 '이게 다야..???' 싶어서 조금은 시시하게 느껴지는(?) 인왕산 등산 코스.
'여기가 정상..?? 설마 아직 아니겠지..' 싶었는데 정상이 맞고...ㅎㅎ
정상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인증샷 찍는 포토스팟에는 더×100 많았다.
해발고도 338.2m 인왕산 정상 정복 완료!
줄 서서 사진을 찍었는데, 앞뒤 사람들이 서로서로 찍어주려고 하고 아주 훈훈했다.
덕분에 우리도 투샷 남김ㅎㅎ
정상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정상에선 사진 찍고 조금만 둘러본 후 다시 금방 길을 나섰다.
이번엔 반대편인 경복궁역 쪽으로 하산.
인왕산이 돌산인 줄은 몰랐는데 돌이 참 많았고, 그걸 다 깎고 깎아서 길을 만들어 놨다.
등산로는 정말 잘 만들어 놨다는 거 인정!
내가 이리저리 사진 찍느라 조금 뒤처지거나 다른 곳에 집중을 하고 있으면 언니도 어느새 나를 찍고 있다.
그렇게 서로서로 남겨준 사진들ㅎㅎ
일행이 있으니 내 기록도 남길 수 있고 너무 좋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살짝 정체되는 김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다시 카메라에 담아본다.
멀리 있는 사람들을 미니어처처럼 담아보고 싶었던 사진.
생각보다 쉽지 않네😭
사람도 너무 많고, 쉼 없이 와서 우리도 좀 지쳤으니 명당자리에 앉아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산에 오르기 전 편의점에서 산 에너지바 먹으며 기력을 보충한다.
밥은 먹고 왔지만, 이쯤 오니까 금방 배가 고파지기도 했고, 배가 안 고파도 정상에서 먹는 음식은 또 맛이 달라서 꿀떡꿀떡 넘어가잖아?
여기에 언니가 준비해준 허니버터 아몬드까지 먹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
산을 오르다 보니 더워서 하나씩 벗다 보니 올해 첫 반팔을 얼떨결에 개시했다.
근데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또 추워서 다시 겉옷 하나 입음..
이날 인왕산을 오르는 외국인을 많이 봤는데, 민소매, 나시들을 입고 다니길래 참 건강하고 젊다 싶었다.
3월에 민소매라니 대단해...
조금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서려니 길이 아주 좁아서 거의 일방통행로인데, 아래에서 사람이 계속 올라와서 한참을 못 내려가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께서 약간 통제를 해주셔서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김.
내려가는 사람은 내려가는 사람대로, 올라가는 사람은 올라가는 사람대로 답답했을 듯하다.
가파른 돌길이라 길도 쉽지 않은데 병목현상까지 심해서, 얼떨결에 맨 앞에 섰던 나는 정말 급하게 이 구간을 통과했다.
병목구간 지나고 다시 조금 여유가 생겨서 길 찾아보며 슬슬 가는 중.
이날 길잡이 역할을 해준 E언니 감사.. 압도적 감사..!
이날 찍은 사진 중 어쩌면 가장 좋아하는 사진.
한참을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니 우리 참 먼 길 왔다 싶다.
저 높이를 올랐다가 내려온 거였다니.
이쯤 오니 다리가 후들거릴 만하다.
경복궁역 쪽으로 가려면 갈림길에서 인왕산 약수터 방면으로 가야 한다.
경복궁역 쪽에 다음 볼일이 있었기에 루트를 사수해야만 해.
E언니의 눈썰미 덕분에 파란 지붕을 발견했다.
대선날 등산하고 멀리서 내다본 청와대...
괜히 기분이 이상하네.
이후로는 계속 나무계단만 내려가면 돼서 무난했던 코스.
주변 풍경이랑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한 인파에 치였는데, 이곳은 한적하고 조용해서 더 더 좋았다.
인도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곧 큰길로 나갈 수 있다.
잔잔하게 노래 들으면서 내려갔더랬지.
지나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누군가 국궁 연습을 하고 계셨다.
어디를 향해 쏘는 걸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과녁이 너무 멀리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저 멀리 있는 것을 맞추는 건 고사하고, 활이 저렇게나 멀리 날아간다고?
일반인 시야로는 활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고종 황제의 뜻에 따라 마련된 유서 깊은 활터라는 황학정.
그러고 보니 올림픽 때문인지 양궁은 익숙한데 국궁은 조금 낯선 느낌이다.
이렇게 인왕산 동쪽 기슭에 국궁 활터가 자리 잡고 있는 줄도 몰랐네.
국궁이라니 뭇 스포츠 중에서도 꽤나 고상한 스포츠인 듯하다.
황학정을 지나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금방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변으로 나갈 수 있다.
두루누비 기록하기도 그곳에서 마무리.
쉬는 시간까지 총 2시간 16분이 걸린 인왕산 등산이었다.
동행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걷기 겸 산행이었다.
덕분에 뒤풀이도 완벽했고 말이야😏
등산+@(이날 하루 동안 걸은 것) 다 해도 14,000보 정도...
거의 헬스장에서 하체운동한 것만큼 근육은 엄청 땡기는데 막상 걸은 거리는 얼마 안 되는구나.
이게 걷기랑은 또 다른 등산의 매력이지(?)
이렇게 다니기 좋은 날씨에 등산 뽕이나 뽑아봐..?
등산팸 만들어 봐..??
일단 다음 산은 북악산이나 안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등린이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인왕산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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