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4 (토)
따끈따끈한 기록. 요즘 블로그 거의 한 달에 한번 쓰다가, 다시 좀 삘 받아서 만사 다 제치고 이 게시물만큼은 거의 실시간으로 쓰는 중. 안 그러면 기록이 진짜 평생 밀릴 거 같아... 이미 한 일 년 치 밀렸지만.
파티는 파티고 그전에 이건 봐야지. 탄핵소추안 표결. 타지에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한국 뉴스 챙겨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이건 놓칠 수 없지... 가결되는 순간 왜 이렇게 소름이 돋던지. 대선 재외국민투표 가즈아.
저녁에는 드디어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살짝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 하러 갔다. 얼마 전부터 종종 참여하는 밋업(meetup)이 있는데, 두어 번 참여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좀 새로운 친구들이 생긴 느낌이다. 시끌벅적 하이텐션의 파티가 아니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파티라서 좋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대신 원 프리 드링크 쿠폰을 줌. 칵테일, 맥주, 커피, 콤부차 등등이 있었다. 아 뭔가 술 마시기는 싫은데 기분은 내고 싶어서 커피나 콤부차 같은 건 또 싫은 느낌 뭔지 아는지? 칵테일 대신 목테일(mocktail)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목테일은 안 된다고 해서 그럼 대신 제일 약한 칵테일로 주문함.
칵테일은 잘 몰라서 추천 좀 해달라고 했더니, 무슨 맛을 좋아하냬서 과일향(fruity) 나고 술은 별로 안 센 걸로 달라고 했다. 오른쪽 잔이 그렇게 만든 건데, 이거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메뉴에 없는 칵테일인데 날 위해 새로 만든 거라고 한다. 트로피컬 과일 맛에 술은 별로 안 들어간 음료라서, 즉석에서 이름을 '핫 서머(Hot Summer)'라고 지어줬다. 이름 짓는 센스까지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나를 위한 특별한 칵테일이라니!
이날의 공간은 꽤나 구석진 골목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찾아가기 조금 어려워 보였다. 낮부터 저녁까지 영업을 하고, 이렇게 단체 대관 같은 게 있으면 모임 장소로 빌려주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워크샵 같은 것도 진행하는 듯한 공간이었다. 직원분이 영어를 잘하시고 되게 편하게 대해주셔서 좋았다.
오른쪽 하단의 크리스마스 소품들은 이 파티의 호스트들이 준비했는데, 너무 귀여웠고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내려고 준비한 게 고마웠다. 호스트들이랑도 한 세 번째 보니까 한동안 못 보다가 보면 반갑고 그럼ㅋㅋㅋ
몇 번 본 사람들도 있지만 당연히 처음 본 사람도 몇 있었는데, 어떤 미국인 아재가 나랑 통성명 하자마자 나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첫마디가 "아, 너네 대통령 윤 씨 맞지?"라고 한다. 우리나라 유명하긴 하네요... 이런 식으로 유명하고 싶진 않았는데. 근데 윤 씨까지만 알길래 이날 생긴 따끈따끈한 소식 업데이트 해드렸음.
칵테일 한 잔으로 적당히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길어져서 결국 맥주도 한 병 시킴.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장님이 서비스로 샷도 주셔서 마셨다. 태국어로 설명하셔서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판단, 진, 토닉" 세 개는 알아들어서, 판단(not judgement, yes pandan)이 들어간 진토닉 샷이구나 하고 눈치코치로 때려 맞춤ㅋㅋㅋㅋㅋ 태국어 귀 트이는 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이날 자기가 겪은 웃긴/황당한 일 같은 거 공유하고, 선물 증정식 하고, 스피드 퀴즈 같은 게임도 했다. 스피드 퀴즈 주제가 엄청 많았는데 잘 아는 주제가 하나도 없고+영어로 해야 해서 그야말로 잼병이었음😂 '감정'이 주제였는데 devastated 이런 단어 어케 아냐고요... 설명하던 원어민이 나름 위로해주려고 하는지 저거 되게 formal 하고 자기도 뉴스에서나 겨우 몇 번 들어본 단어라고 해줌... 고맙다ㅋㅋㅋㅋ
마지막엔 케이팝 골랐는데 답 맞추는 나만 알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몰라서 그건 그거대로 애먹음ㅋㅋㅋㅋ 노래나 가수를 잘 모르니까 예를 들어 애프터스쿨(afterschool)이면 노래나 가수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before의 반대말! 공부는 어디서 하지?" 이런 식이라 웃겼다. 알고보니 거의 BTS나 블랙핑크 정도만 안단다.
특별 선물 외에도 모두가 받은 야돔 선물. 태국 1년+@ 사는 동안 내 돈 주고는 한 번도 안 샀는데 이렇게 갖게 되네.
그나저나 이날도 사람이 한 열 명쯤 모였더니 그 중 한 명은 한국어 배웠다는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 2년 반을 살았다고. 처음엔 좀 머뭇거리는 느낌이 있더니, 술 한두 잔 마시고는 한국어로 말 걸기 시작ㅋㅋㅋㅋ 아 반갑구먼 반가워요. 떠듬떠듬 단어 몇 개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느릿하더라도 문장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걸 보고 꽤 놀랐다.
요즘 이렇게 다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한국 노래나 시리즈 듣고 본다는 사람은 10명 중에 8-9명이고, 그 중에 또 1명 정도는 한국어를 배웠거나/배우고 있거나/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참 놀랍고 인상적이다. 나한테 한국어로 말까지 걸어오는 거 보면 꽤나 진심인 게 느껴져서 더더욱 신기하다. 외국어로 원어민한테 말 거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귀가. 그만큼 재밌었다는 거지~
연말에 고향 가서 지내다가 새해에 돌아온다는 사람도 있고, 각자의 계획들이 있는 듯했는데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연말 잘 보내고, 새해 잘 맞이하고,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만나길. 역시 사람들 만나고 하니 드디어 슬슬 연말 느낌이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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