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2.
대박 따끈한 근황. 24시간도 안 된 이야기다.
다음주에 추석도 있고, 곧 문화의 날 행사도 있어서 김치를 만들기로 했다...는 사실 나는 조용히 있었는데(?) 높으신 분이 행사 때 김치 만드냐고 물어보셔서 안 할 수 없게 됐다. 근데 문제는 나도 김치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거지?
1. 김치 만들기 전엔 뭐했나
헬스장 뷰 정말 끝내준다. 운동할 맛 난다. 늘 사람이 있는 헬스장이지만, 내가 이용하려는 기구 하나씩은 늘 비어있어서 무리없이 이용할 수 있다. 쇠질(?)하는데 창문에 찡쪽이가 붙어 있어서 좀 놀랍고 반가웠다. 여기가 몇 층인 줄 알고 붙어있는 거야? 어떻게 올라온 거야?
사진은 없지만 낮에는 열일했다. 요즘 본업에, 행사 준비에, 틈틈이 서류도 써야 되고 참 바쁘다 바빠. 이사가서 출퇴근 시간 늘어난 것도 은근 한몫 한다.
집에 가는 길에 김치 재료 장보러 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마트 도착한 것만으로도 이미 지침... 그래도 야무지게 배추랑 무랑 등등 재료 사고, 밥은 집에서 해먹을 에너지가 안 생겨서 먹고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비 맞고 에어컨 빵빵한 곳 들어가니 좀 추워서 국물이 먹고 싶어 라멘 선택.
2. 김치 만들기 재료 준비
아무리 요즘 세상이 좋아서 유튜브만 보면 기가 막힌 레시피들이 많다고 하지만,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남들 맛보여줘야 하는 음식 대량으로(+마치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해야 하는데, 혼자 연습은 한 번 해봐얄 것 같아서 준비를 했다. 백종원 아저씨 레시피를 참고했고, 거기서 조금 간소화해서 만들었다. 재료는 다음과 같다.
- 배추 1포기 (1.13kg)
- 무 1개 (0.37kg)
- 쪽파 4대
- 천일염 반컵
- 고춧가루 10스푼
- 멸치액젓 소량(약 30ml?)
- 부침가루 5스푼
- 소고기 다시다 2티스푼
- 다진마늘 3스푼
- 설탕 20g
- 물
찹쌀가루는 없는데 남아도는 부침가루가 있어서 풀 만드는 데에 부침가루 쓴 건 안 비밀...🙂🙃 그리고 백종원 아저씨가 김치 양념에는 MSG 넣어도 된대서 과감하게 소고기 다시다 넣었다.
이거 나중에 내가 또 만들 수도 있고, 다시 사람들 알려줘야 할 수도 있으니 하나하나 기록. 배추+무 해서 총 1.5kg 정도 담갔다고 보면 된다.
3. 본격 김치 만들기
백종원님은 거의 김장하듯이 하지만, 나는 그럴 여유 없으니 막김치를 만드는 걸로. 배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무는 채쳐서 절인다. 배추 한 포기에 천일염 반컵 정도. 물도 부어서 자작한 소금물에 잠기게 둔다. 이후로 최소 2-3시간 정도는 둬야 하는데 중간에 한두 번 뒤집어준다.
배추 절여놓고 이미 진빠지고 당 떨어져서 방치해놓은 상태로 디저트 하나 먹고 온 건 안 비밀... 2시간 훅훅 가더라^^
야매로 만들어볼까 하다가... 어느 정도는 정석을 따라보기로 했다. 팬에 물 붓고 부침가루(원래는 찹쌀가루) 넣고 묽은 농도로 해서 약불에 슬슬 저어주며 풀을 만든다. 어느 정도 풀이 되면 MSG를 섞어준다. 이후 불을 끄고 고춧가루를 넣어서 불려준다.
풀과 섞은 고춧가루가 식는 동안 절인 배추를 씻어준다. 물로 씻고 채에 받쳐 물기를 빼서 짠기를 제거한다.
이후에 불려놓은 고춧가루에 설탕, 멸치액젓, 다진마늘 등을 넣고 섞어준다. 묽어진 양념에 쪽파를 썰어서 넣어주면 더더욱 보기 좋은 떡이 된다. 보기 좋은 떡은 뭐다? 먹기도 좋다. 사실 이때 맛볼 때까지만 해도 이게 무슨 맛이지? 싶었다. 액젓 때문인지 조금 쓰다는 느낌이 들어서, 맛 봐가면서 설탕을 추가했다.
씻어서 물기 뺀 절인 배추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막김치는 배추에 양념 하나하나 바를 필요 없이 양념 넣고 그냥 섞으면 된다.
양념 다 무치고 나니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왜..??(?) 이게 왜 되지? 왜 맛있지(???) 이게 맞나 싶어서 자꾸 하나씩 집어먹게 됐는데, 어느 순간 보쌈이 엄청 생각나는 맛이 됐다. 처음 만든 김치라서 스스로 기대를 정말 안 했는데... 백종원 아저씨는 구세주야 정말.
밥상에 김치가 꼭 있어야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있던 김치 다 먹고는 만들기는 엄두가 안 나고 사먹기는 좀 비싼 듯해서 그냥 김치 없이 살았는데, 이걸로 6개월만에 무려 김치 1.5kg가 생겼다. 사실 아직 끝난 건 아니고 일주일 정도 냉장고에 익혔다가 먹어도 맛이 괜찮을지까지 확인해야 마무리라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일부는 당장 먹고 싶어서 다음날 일단 고기 삶아버림ㅋㅋㅋㅋ 사실 이전 김치도 대부분 볶아먹고 끓여먹고 했는데, 생김치를 맛있게 먹은 거 진짜 오랜만이다. 다음주에 잘 익으면 주변에 나눔도 할 거다.
바닥에 굵은 소금이 막 굴러다녀서 발에 자꾸 밟히는 것만 빼면,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도 깔끔하니 괜찮았다. 이 김치 내가 만들었다고 하면 엄마가 안 믿을 거 같은데..ㅋㅋㅋㅋ 앞으로는 백종원 아저씨 레시피인 듯 변형시킨 새로운 버전인 듯한 이 레시피로 타지에서도 종종 김치 만들어 먹을 것 같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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