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숙소에 있을 때만 해도 밤새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에 약간 썰렁할 정도여서 밖이 그렇게 더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오니 무척이나 후덥지근했다. 이 정도 온도차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에어컨을 좀 조절해서 틀었던 것 같다. 태국에서 대부분의 실내는 시원하거나, 우리나라도 여름에 그렇듯이 짧은 옷차림에는 추울 수도 있는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바깥의 온도를 순간 망각(?)할 수 있는데, 밖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항상 후덥지근 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방콕에서의 아침식사로는 쌀국수가 먹고 싶었다. 마침 숙소(DDM하우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맛있다는 집이 두 곳이나 있어 동네 구경이나 하면서 길도 좀 익힐 겸 걸어가보았다.
후보 두 곳 중 가장 먹고 싶었던 곳은 '쿤뎅국수'인데, 분명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외관을 알 수가 없어 헤매고 있던 차에, 도무지 국수집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음식점 같은 곳이 한 군데 있었지만 아직 장사를 하는 시간이 아니라고 해서 들어갈 수 없었다. 일명 어묵국수라고 하여 과연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문은 열었으나 장사 시간이 되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던 그곳이 바로 쿤뎅국수집이었다.
사실 이 국수집을 찾았을 때만 해도 시간이 너무 늦어서 장사를 안 하는 건 줄 알았다. 이를테면 대만 같은 경우는 아주 이른 시간부터 아침장사를 바짝 한 후에 늦은 오전부터는 아예 장사를 안 하는 곳도 있으니까. 쿤뎅국수도 그런 곳이어서 10시 반쯤 도착한 내가 너무 늦거나 애매한 시간에 간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혼자 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냥 문을 늦게 여는 곳이었고, 내가 너무 일찍 간 거였다. 오픈 시간이 오전 11시였나 그랬던 듯.
결국 발길을 돌려 도착한 곳은 여기. 친구에게 부탁해서 태국인 친구가 알려준 이름을 보니 'ฮ่องเต้'라고 쓰고 'Hong tae'라고 읽는단다(기억해두고 싶어서 건너건너까지 물어봤는데, 덕분에 양질의 포스팅까지 겸할 수 있게 되었다, 허허). 구글맵에서 검색하면 엉뚱한 길 한복판(?)이 나오는데, 그냥 쿤뎅국수 근처에 있는 파란색 가게를 찾아가면 될 듯!
음식 종류가 꽤 많은 가게였고, 원래 국물 있는 국수가 먹고싶었던 지라 여기서 'Wanton soup'을 주문했으나, 지금 시간엔 준비가 되지 않아 주문할 수 없는 메뉴라고 하더라. 완탕수프 뿐만 아니라 이 페이지에 있는 음식 전체가 아직 시간상 주문불가.. 맛있어 보이는 것들은 여기에 다 모였는데 굉장히 아쉬웠다. (그나저나 일단 가격에 굉장히 기뻤다. 역시 태국!)
주문할 수 있었던 건 고작 뒷면의 볶음밥과 볶음면, 총 6가지 메뉴들. 위 사진에 보이는 메뉴들 중에서 첫 번째 볶음밥을 시켰던 것 같다.
음식이 나올 동안 실내를 조금 찍어보았다. 그리 넓은 곳은 아니다. 테이블 3~4개쯤? 참고로 주방은 나름 오픈형이다.
각종 향신료 및 소스와 태국사람들이 음식에 아주 흔하게 곁들여 먹는다는 피쉬소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주문한 볶음밥이 나왔다. 새우와 돼지고기가 곁들여진 메뉴였다. 돼지고기는 약간 딱딱한 식감이었고, 전체적으로 무난한 맛이었다. 완전한(?) 태국식을 먹고 싶었던 것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메뉴를 먹게 되어서 사실 조금 아쉽다면 아쉬웠다.
굳이 다르게 먹고 싶어서 옆에 있는 향신료 통을 뒤져가며 하나하나 맛을 보았고, 내 입에는 위 소스가 가장 맞길래 조금씩 뿌려먹었다.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매콤새콤한 맛이었던 것 같다.
위 소스는 내가 뿌려먹은 소스와 생긴 건 비슷하지만 맛은 더 자극적이어서 손이 잘 안 갔다.
새우와 돼지고기 조합 은근히 옳습니다. 소스까지 한두 방울 떨어뜨려서 먹으면 더 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마시려다가, 식당 바로 근처에서 생과일 오렌지 주스를 팔길래 사마셨다(생과일이라 믿는다). 오렌지 알갱이도 씹히고 맛이 썩 괜찮았다. 30밧, 약 1,000원 돈으로 이런 음료를 마실 수 있다니 놀라웠는데, 알고보니 이게 비싼 편이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약 20밧짜리 오렌지 음료들을 팔고 있더라. 그래도 내가 체감하기에 큰 금액차이는 아니라 억울하지는 않았고, 30밧에 먹은 것도 만족했다.
어제 한밤의 카오산로드를 즐겼으니 이번에는 한낮의 카오산로드를 빠르게 훑은 뒤 방람푸 시장으로 가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먼저 람부뜨리 거리로 진입했는데, 이 거리에도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들이 많더라. 어제 밤에 분명히 늦게까지 술과 음식을 팔던 곳인데 또 아침 이른 시간부터 장사를 하다니, 이 식당들 과연 쉬는 시간이 있긴 한 걸까. 지나가면서 본 바로는 주로 팬케익에 스크럼블 에그와 같이 미국식 조식을 파는 것 같았고, 손님들 또한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많았다. 미국식 조식이라 메뉴가 끌리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나 느껴볼 겸 한번쯤 먹어볼 걸 그랬나 싶다. 국수에 집착하지만 않았다면 이곳에서도 식사를 해보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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