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너무 늦게 돌아와버리고 말았다. 태국 여행기를 매주 한 편씩은 꼭 업로드 하는게 목표였는데 거의 보름만에야 올리는 여행기라니. 반성하며 이번주부터는 다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다짐하며 여행기를 시작해본다.
여행을 가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걸어다니며 지리를 익히는 것을 선호해서, 이번에도 직접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가장 먼저 마주한 한낮의 카오산로드는 한밤의 카오산로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일반 상점은 문을 많이 열지 않아 조용하고 차분했고, 한편으로 식당은 아침식사를 판매하여 이른 시간부터 활기찬 느낌을 주었다.
경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조금 더 걸어가다보니 방람푸 시장이 나왔다. 주로 옷가게나 가방가게 등이 많았던 것 같다. 좁은 길목을 옷가지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고, 위에는 천막이 쳐져 있어 그늘이 생기기 때문에 훨씬 덜 덥고, 덜 뜨거웠다. 처음엔 이 길이 너무 좁아서 길이 아닌 줄 알고 일부러 안 지나갔는데, 혼자 대로변 땡볕으로 걸어가던 내가 바보였다.
첫 번째 목적지인 왓 보원니웻(Wat Bowonniwet)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드디어 도착한 왓 보원니웻! 카오산 일대에서 가장 큰 사원이라고 한다. 카오산로드에서 그리 멀지 않아 생각보다 정말 금방 도착했다.
어디를 어떻게 둘러봐야 할 지 감도 잘 못 잡고 있던 와중에 눈에 띈 작은 별관(?) 같은 곳.
그늘진 벤치에 앉아 잠시 이곳 외관의 일부분을 감상해본다.
입구쪽에 준비되어 있었던 함과 꽃, 초, 그리고 향. 보시함에 돈을 넣고, 꽃, 초, 향 등을 챙겨 올린 후에 절을 하는 것 같더라. 나는 이곳에선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지켜본 바로는 현지인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들 이 의식을 행하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절을 한 번도 안 가본 것은 아닌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니, 한국은 아니지만 대만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거기에 나와 같은 처지로 보이는 외국인 여행자들까지 자연스럽게 이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부처님에게 경의를 표함으로써 이 나라의 문화에도 존중의 뜻을 내비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태국의 사원은 실내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는데, 외부에 마련해놓은 곳이더라도 단상 위에서 절을 올리려면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듯했다.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겠지만, 내가 갔을 때는 국왕 서거 애도 기간이라 사원들마다 추모의 의미로 라마 9세인 푸미폰 국왕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참고로 이곳 왓 보원니웻 사원은 라마 4세, 라마 5세, 라마 6세, 그리고 라마 9세 푸미폰 국왕이 수도승을 했던 곳일 정도로 의미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황금빛 불상.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아니 들어가기도 전에 시선이 모이게 된다. 실내에선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 쉬어가는 사람도 있더라.
이 사원에 황금색은 불상 말고 불탑도 있다고 하는데, 이 넓은 사원을 꼼꼼히 다 돌아본 것은 아니라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상징적인 것 하나를 안 보고 왔다고 할 수도 있겠네.
라마 9세 푸미폰 국왕을 추모하기 위한 초상화.
왓 보원니웻을 더 보면 물론 좋았겠지만, 사원 투어가 목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갈 길이 멀었기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조금 걸어서 다시 도착한 곳도 왓 보원니웻이었다. 읭? 카오산로드 일대 최대 규모의 사원이라고 한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규모였구나, 이곳. 여차하면 사원 안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다만 이곳은 왓 보원니웻의 박물관과 도서관 등이 있는 곳인 것 같다.
물레가 열심히 돌아간다.
어떤 건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뾰족한 삼각 지붕과 그 끝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얼만큼의 세월을 버텼을 지 감히 짐작도 못 하겠는 나무 한 그루.
확실히 이곳은 사람들이 훨씬 적어서 조용히 걷기 좋았다.
작은 쪽문 같은 것을 지나자 작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들의 아주 일상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지나가는 승려들. 이곳에서는 참 자연스럽다.
정말로 왓 보원니웻을 빠져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려는데, 지금까지 본 나무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크기의 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어떻게 자라면 이런 모양으로, 나무줄기가 하나가 아닌 수십 개가 겹친 것처럼 자라지? 신기한 것 투성이로다.
무더운 날 방콕을 걸어서 다니는 건 외국인 뿐이라던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하지만, 둘째날 여행은 사실 목적지가 뚜렷하다기보다, 지리를 익히고 싶어서 나선 거인 걸. 코스도 아침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책자 보면서, 구글맵 보면서 급하게 정한 거다. 한국에서 생각보다 계획을 많이 못 세우고 왔거든. 전날 밤 혹은 그날 아침 즉흥적으로 꾸렸던 태국에서의 하루하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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