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일기 :: 보드게임 나잇 Board Game Night

 

  2024년에 쓰는 2023년 11월 어느 날의 이야기. 아직도 할 말, 쓸 이야기가 잔뜩이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모두 타지에서 왔다는 공통점도 있고. 월화수목금을 만나다 보니 서로 가장 자주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태국에 이미 몇 년 동안 산 사람도 있고, 나처럼 온 지 몇 개월 안 된 사람도 있다. 그래도 퇴근 후나 주말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건 비슷하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가 먼저 재미있는 것을 제안하면, 다들 기꺼이 따르는 편이다.

 

옥상에서 기분전환

  우기가 지나 날씨가 매우 맑고, 그만큼 더웠던 어느 날. 이렇게 파란 하늘과, 멀리까지 트인 시야를 보니 대기오염도 심하지 않은 날이었던 모양이다. 옥상은 그늘도 없어서 매우 더웠지만, 보다시피 사진은 쨍하게 잘 나오는 날.

 

  우리집에 집들이 왔을 때부터였나? (그러고보니 집들이 얘기도 블로그에 안 썼네?) 언제 한 번 같이 보드게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누가 제안했는데, 이날이 그날이 됐다.

 

  일 끝나고 일단 다 같이 보드게임 사러 이동했다. 뭘 살지 정하지 않고 이동한 탓에 고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오늘의 이벤트와 상관 없이 나는 여행용 루미큐브를 사고 싶었는데, 여행용은 안 팔고 커다란 것만 팔는데 무려 800바트가 넘는대서 구매 포기... 아무튼 이래저래 상의 끝에 오늘 가지고 놀 보드게임 선택을 마쳤다.

 

 

콘도 내 영화관

  C양과 J양의 콘도에는 무려 영화관이 있다. 거주자라면 대관을 통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간. 우리가 모이면 분명히 너무 시끄러울 거라는(?) 의견을 준 친구가 있어서, 누군가의 집에서 하는 건 무리이고 C양, J양네 콘도 영화관을 빌려서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전전날 친구 생일이어서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 전에 케익 전해주고 축하하는 시간을 잠깐 가졌다. 본인 생일인 거 티도 잘 안 내는 게 참 나 같고... 이 타지 생활에 같은 동북아인이면서 나이도 비슷하고 성향도 어쩌면 살짝 비슷한 것이 의지가 참 많이 되는 C양. 축하해!

 

 

Werewolves

  우리가 선택한 보드게임은 '늑대인간(werewolves)'. 간단히 말하면 카드로 하는 마피아 게임 같은 거였다. 근데 이제 캐릭터가 훨씬 많은... 카드는 6명 이상부터 플레이하기를 권장했는데, 우리가 딱 6명이라 캐릭터를 많이 빼고 해야 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서로의 심리전이 아주ㅋㅋㅋㅋ 연기가 서툰(?) 친구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너무 웃겼다. 본격적으로 시작도 전에 안절부절하는 모습에 아 쟤가 늑대인간이구나 다 앎ㅋㅋㅋㅋ

 

  나는 여느 때처럼 대체로 말없이 앉아있는 데다가,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보니 초반에 별로 의심도 안 받은 게 웃겼네ㅋㅋㅋㅋ 나 늑대인간인데, 한 친구가 발언 시간에 나를 쳐다보면서 "우리 시민들은~"하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나를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ㅋㅋㅋㅋ 물론 게임이 다 끝나고 그 친구는 배신감에 충격을 먹었지만^^ 내가 포커페이스는 잘할 수 있는데 쫄려서 마피아 게임 많이는 못하겠어..

 

 

한참 늦은 저녁 식사

  대충 게임 몇 판 하다가 저녁 먹으러 갈 줄 알았는데, 늑대인간 게임만 한 4시간을 하다가 10시가 다 돼서 저녁 먹으러 갔다. 이 친구들이랑 놀면 자주 이런 식이다. 밥 먹는 건 뒷전이고 일단 만나면 끝장 볼 때까지 놀다가 한참 늦게 저녁 먹음 ㅠㅠㅋㅋㅋㅋ

 

  늦은 저녁 먹고 택시 타고 집에 갔는데, 한 친구는 MRT가 끊겨서 결국 오토바이+MRT+오토바이 등등 쉽지 않은 여정으로 집에 갔다고 한다. 아니 우리 평일에 만났고 다음날도 출근이었는데 이렇게 늦게까지 있다가 갈 줄 몰랐어ㅋㅋㅋㅋㅠ

 

  돈 모아서 보드게임 사놓고 이날 이후로 늑대인간 보드게임 어디갔는지도 모르겠다ㅋㅋㅋㅋ 누군가 가지고 있긴 하겠지? 다음엔 꼭 내가 루미큐브를 구해와서 루미큐브를 같이 해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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