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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여기저기 살아보기/태국 일기

On the Job Training

by Heigraphy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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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본격 잡(Job) 시작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써보는 트레이닝 시기의 이야기. 트레이닝이라고 하지만 진짜 무슨 직업 훈련을 받은 건 아니고, 기관 파악, 업무 협의, 환경 조사 등등을 했던 짧은 기간이었다. 기간은 가는 날, 오는 날 빼면 약 3.5일. 이 안에 사람들도 만나고, 일도 파악하고, 조사도 하고, 보고서도 써야 하는 매우 빡셌던 기간.

 

1일 차

한입 먹은 도라야끼떠나는 밴 뒷모습
배웅

  지방으로 가느라 아침 일찍 길 떠나시는 분들을 배웅했다. 룸메님이 냉장고도 비울 겸(?) 도라야끼가 하나 남았다고 주셔서 먹으며 로비에서 같이 그랩 택시 기다렸다가 배웅함. 비행기 타셔야 하는 분들은 짐 옮기는 것도 그렇고 쉽지 않은 여정이겠다.

 

  배웅 후에도 출발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숙소에서 한숨 더 자다가 거의 오전 시간이 끝나갈 때쯤 차를 타고 나의 일터로 이동했다. 태국어 아직 한참 모자란데 어떡하지, 좋은 인상 심어줘야 하는데 싶은 걱정들이 앞섰는데,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담당자분이 영어를 잘하셨다. 태국어가 부족해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담당자분도 너는 영어가 되니까 괜찮을 거라고 해주신다. 이 정도 영어도 괜찮다면 다행이죠.

 

 

점심 도시락모로칸 티
늦은 점심과 모로칸 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더니, 밥 아직 안 먹지 않았냐며 점심을 챙겨주셨다. 점심은커녕 한 끼도 안 먹었었는데 참 감사했음. 원래 나를 기다리다가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늦게 오는 바람에 먼저 드시고 내 것을 남겨놓은 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빨리 올 걸...

 

  이곳 구성원은 생각보다 국적이 다양했고, 오히려 태국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소통은 주로 영어로 이루어졌다. 뭐 나도 영어가 더 편하긴 한데, 그럼 약 한 달 동안 배운 내 태국어는 어디다 쓰지...? 어쩌다 보니 모로칸 티도 대접받았네. 신선한 민트까지 넣고 제대로 만든 모로칸 티를.

 

  간단한 소개 겸 인사를 했는데 왠지 다들 내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반대로 그들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람ㅋㅋㅋㅋ 왜 이렇게 어려...? 근데 벌써 타지 나와서 일을 하고 경력도 꽤 된다고...? 뭐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이 스쳤던 소개 시간. 역시 세상은 넓고 멋진 사람들은 많구나.

 

  첫날이라 간단하게 기관 소개받고, 나름 투어(?)도 하고, 출퇴근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등 설명 듣고, 앞으로 집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를 가장 큰 미션으로 남겨두고 기관에서의 시간은 적당히 마무리되었다. 뭔가 첫날이라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

 

 

시장 골목
인근 시장

  지역 조사를 빌미로 사부작사부작 동네 탐방. 시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근에 시장이 있는 게 일단 반갑고 좋다.

 

 

돼지고기 굽는 중돼지고기 구이 커무양과 된장국 물김치 김치 마늘장아찌 멸치 김치 등
커무양(คอหมูย่าง)으로 저녁식사

  첫날 참으로 어버버 했는데, 이미 일 년 가까이 지내신 한국인 선생님께서 이것저것 설명을 많이 해주시고, 저녁에는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도 대접해 주셨다. 근처에서 돼지고기 목살구이 커무양(คอหมูย่าง) 사다가, 된장국, 김치 등등 각종 한식 밑반찬까지 해서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태국 온 이래로 가장 잘 먹은 날이 아니었나 싶음. 너무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도 집 얘기를 듣고 왔더니 뭐라도 하나 보고 싶어서 식사 전에 인근 콘도를 무작정 가봤는데, 태국 방콕에서는 콘도 방 보려면 무조건 최소 전날에는 약속을 잡고 방문해야 했다. 근데 운 좋게 하나 볼 수 있었고, 작은 방은 오늘 못 본대서 다음날 다시 가보기로 했다.

 

 

비오는 밤의 도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때까지만 해도 우기라서 밤이면 비가 늘 왔던 때. 한 6-7시쯤 됐던 것 같은데, 해가 졌으니 미니버스를 타고 가라고 하셨지만, 정류장도 정확하지 않은 버스라 오히려 초행길에 정류장을 놓칠 것 같았고,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닌 거 같아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방콕도 차가 참 많다.

 

 

비오는 밤 야시장
야시장

  아 시장은 못 참지.

 

 

야시장 꼬치 구이 가게야시장 치킨 가게
먹거리들

  먹을 거 파는 야시장은 더더욱 못 참지. 조금 전에 밥을 그렇게 푸짐하게 먹고 와놓고, 결국 여기서 또 뭔가 먹을 것을 샀다.

 

 

슈퍼마켓 물 묶음 판매슈퍼마켓 물 낱개 판매
빅씨(Big C)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호텔 물로는 부족해서 더 사러 왔는데, 묶음으로밖에 안 파는 거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주변 직원 붙잡고 용기 내어(!) 아주 짧은 태국어로 "물 딱 한 병만 살 수 있나요? (ซื้อน้ำแค่หนึ่งได้ไหม?)"라고 물었는데 한 병은 못 산대서 저 묶음판매 앞에서 얼마나 서성였는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가려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심지어 냉장고에 물을 낱개로 파는 게 아니겠어?😂 내 태국어 알아듣고 대답해 준 거 맞지...?

 

 

방콕 통창 피씨방
PC방

  PC방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내가 다 당황스러웠네... 누가 컴퓨터로 뭐 하는지 밖에서 다 보이는데 이거 맞아...?

 

 

야시장 양념치킨 2조각
치킨

  요즘 태국에서는 '한국'이라는 키워드를 붙이면 뭐든 좀 잘 나가는 모양이다. 이 야시장 치킨도 간장맛 하나, 한국식 양념맛 하나 이렇게 골라왔다. 치킨 안 먹은 지 오래됐는데 조국의 맛 못 참지.

 

 

 

2일 차

태국 방콕 운하
집 보러 가는 길

  전날 갔던 콘도에서 아침에 오면 다른 방 보여준대서 일찌감치 다녀오는 길. 방 컨디션은 무난했지만 주방이 없고, 완전 마음에 들진 않았던 걸로.

 

 

길거리 커피 가판대
카페 보라안(กาแฟโบราณ)

  카페 보라안은 스트릿에서 마셔줘야 제맛. 라차다의 보라안 청년을 뒤로하고 나는 새로운 카페 보라안 집을 찾아버렸습니다. 카페 보라안(กาแฟโบราณ)은 태국 전통 커피라고 할 수 있으며, 달달한 미숫가루 맛 같은 게 난다.

 

 

꾸어이띠야오 식당 ร้านก๋วยเตี๋ยว
점심식사

  일터로 돌아와서 점심 먹으러 왔는데, 태국어를 못 읽어서 뭘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메뉴 이름은 몰라도, 그냥 꾸어이띠야오(ก๋วยเตี๋ยว, 국수)집 가서 국수에 뭐 넣을 건지 말하면 되는 것 같다. 면 종류, 토핑 종류 정해서 말씀드리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심. 나는 센야이(넓은 면)에 무(돼지고기)로 주문..한 듯?

 

 

꾸어이띠야오 무 ก๋วยเตี๋ยวหมู
꾸어이띠야오(ก๋วยเตี๋ยว)

  태국어를 그렇게 공부했는데 음식 주문 하나도 못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충격받음ㅋㅋㅋㅋ 지금까지도 도와주는 사람 없었으면 제대로 못 먹었을 거다. 아무튼, 구내식당이라 가격은 저렴한 편. 35밧인가 40밧.

 

 

파란 접시 위에 올라간 수박
후식 수박

  다 같이 식사 후에 수박도 먹었다. 밥 먹을 때만큼은 뭔가 단합(?)이 되는 거 같아서 정겨웠던 사무실.

 

 

보쌈 김치 된장국 두부부침 멸치볶음 물김치 등
저녁식사-보쌈

  둘째 날 저녁도 초대받아서 아주아주 푸짐한 한식 식사... 선생님 덕분에 이 트레이닝 기간 동안 제일 잘 먹고 다녔다. 저 태국 와서 김치 여기서 처음 먹는다고 했더니 선생님 놀라심ㅠㅠㅋㅋㅋㅋ

 

 

철판에서 구워지는 롯띠철판에서 구워지는 롯띠
롯띠(Roti)

  오늘도 지나칠 수 없는 참새방앗간.. 그렇게 먹고도..ㅋㅋㅋㅋ 롯띠를 무려 두 개나 삼.

 

 

비가 와서 젖은 분홍색 블라우스 소매비가 와서 젖은 검은색 반스 신발
쫄딱 젖어버림

  태국 우기 정말 싫음... 우산 써도 하나도 소용없고, 무엇보다 길에 배수가 안 돼서 신발이 아주 축축-하게 젖는데 정말 별로다ㅋㅋㅋ 덕분에 야밤에 신발빨래까지 했네. 맛난 거 잘 먹고 와서 비 때문에 기분 나빠짐ㅜ 도대체 기안84 체험 언제 끝나... (말년을 자유롭게 태국 편 참고)

 

 

초코 롯띠와 바나나 롯띠
롯띠

  욕심내 사 온 롯띠는 결국 반도 못 먹고 남겼다. 맛은 있었으나 너무 배불렀을 뿐.

 

 

 

3일 차

  오전에는 기관 프레지던트를 만남. 여자분이었는데 포스가 엄청났다. 앞으로 일 년 간 이곳에서 활동하게 될 거고, 이름은 뭐고 나이는 몇 살이고 등등을 알렸다. 사실 태국어를 못하다 보니 나는 거의 가만히 있고 나를 프레지던트에 소개하러 데려가주신 분께서 내 대신 내 소개를 해주셨다.

 

  프레지던트가 나보고 너무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냐고 대놓고 "덱덱(เด็กเด็ก, 어린이, 어린 사람 등)" 아니냐고 해서 그것만 알아듣고 아니라고, 나 몇 살이라고 직접 대답함. 덱덱이라뇨.. 어디 가서 어리다고 하면 욕먹을 나이인데요 이제ㅋㅋㅋㅋ

 

현관 옆 주방 냉장고
집 보러 옴

  전날 동료의 도움으로 방 보러 다닐 약속을 몇 잡았더랬다. 출근해서 나 곧 방 보러 가는데 태국인 한 명만 도와줄 수 있냐고 해서 같이 길을 나섰다.

 

  첫 번째 집은 무슨 계약서 보여주기도 전에 마음에 들면 보증금부터 내래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계약서 초안부터 보내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에이전시 기분이 확 나빠진 게 얼굴에 다 드러남ㅋㅋㅋㅋ 나중에 결국 계약서 받아봤는데 무슨 퇴실할 때 청소비 1,000바트, 가구랑 전자기기 유지비 1,500바트를 내야 된다는 둥 이상한 항목들이 적혀있었다. 어디서 누구 등을 처먹으려고 해... 당연히 계약은 안 함.

 

  두 번째쯤 본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와, 방콕 렌트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내 예산을 한참 초과했는데, 기본 15,000바트에서 시작하고, 아무리 잘 깎아도 14,000-14,500바트 정도다. 콘도는 공용시설 관리비를 집주인이 내야 하고 등등 유지비가 좀 드는데, 렌트를 거기서 더 깎으면 그냥 렌트 안 주고 자기가 사는 게 낫다고 해서 더 말해보지도 못함.. 그렇게 사실상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은 포기.

 

  세 번째로 본 집도 무난했지만 역시 예산이 너무 초과해서 포기... 여기가 무슨 핫하디 핫한 구역도 아닌데 렌트가 이 정도일 줄이야ㅠ 결국 이날 집 구하는 건 실패했고, 다음날 다른 방 볼 약속을 더 잡았다.

 

 

새우볶음밥 덤플링 샤오룽바오 랃나
점심 식사

  땡볕에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꽤 고팠고, 나한테는 완전 낯선 지역이라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중식집 같은 곳을 들어갔다. 덤플링이랑 볶음밥 등등 여러 가지 시켜서 나눠먹음. 맛있었고, 에어컨이 나와서 좋았다.

 

  이후엔 다시 기관으로 돌아가서 남은 업무 협의, 출근 안내 등등. 사실상 지금 딱 확정해서 말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트레이닝 끝나고 다시 약 열흘 정도 지나서 돌아왔을 때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았다.

 

 

어묵 튀김과 콜라 음료수 얼음태국 음식
태국식 생선 조림오리고기
거의 코스요리

  얼떨결에 트레이닝 기간에 학교 행사에 참여했는데, 앉은자리에 음식이 정말 계속 나왔다. 음료수도 옆에서 계속 따라주셔서 계속 마심. 태국음식에 별 거부감 없고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라 대체로 맛있게 잘 먹었다. 혼자였으면 못 먹어봤을 음식들도 많아서 경험으로 참 좋았음.

 

 

음료수 건배

  술은 없지만 음료수로 기분 내기ㅋㅋㅋ 우리가 행사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이런 행사 참여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고 해서 일단 즐겨보는 걸로.

 

 

인도 의상 입고 축하 공연
축하공연

  개성 넘치는 팀들이 많았는데, 의상에 화장에 퍼포먼스에 준비를 다들 정말 많이 해 와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이건 퇴임식이었는데 퇴임식을 이렇게 축제처럼 유쾌하게 진행하다니. 그리고 우리 과의 주인공은 정작 본인 퇴임식에 안 옴😂 트레이닝 온 뒤로 여러모로 한 치 앞도 예상을 못 하는 나날들이다.

 

 

노란색 과일비빔국수
깊은 이야기들

  행사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좀 걷고 싶어서 따라나섰다가 오늘도 자연스럽게 선생님 댁까지 왔다. 앞까지 오니 들어갔다 가라고 하셔서 오늘도 결국 신세 지기. 선생님은 이 나라에서 처음 보는 과일을 하나씩 다 시도해 보신다고 하셨고, 덕분에 나도 맛봤다. 약간 떫은 감 같은 맛이 나는 과일이었다.

 

  선생님께서 맥주를 좋아하신다고 하여 같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분명 배불러서 산책하러 나온 건데 어느새 또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비빔국수 맛나게 먹고 있음.. 뵌 지 얼마 안 된 분인데도 어느새 내 속얘기를 술술 하게 되더라. 나는 여기 왜 왔는지, 뭘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지 뭐 그런.. 깊고 깊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들었다.

 

  결국 거의 자정이 가까운 되었고, 자고 가도 된다고 하셨지만 갑작스러워서 내가 준비가 안 되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이 늦어서 택시를 타는데 목적지를 말하니 기사님이 못 알아들으셔서 방향을 직접 알려드림ㅋㅋㅋㅋㅋ "뜨롱 빠이.. 래 리아우 싸이 카..!!!(ตรงไปแล้วเลี้ยวซ้ายคะ)"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기사님이 여기였냐고, 성조가 틀려서 못 알아들었다며 정확한 성조를 다시 알려주심ㅋㅋㅋ 어렵디 어려운 태국어의 세계...

 

 

밤에 노랗게 빛나는 왓아룬 Wat Arun
왓아룬 뷰

  진짜 내 방도 내 집도 아니지만, 그래도 단 5일일지라도 내 공간에 오니 또 희한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4일 차

  이날은 일단 오전에 혼자 집을 보러 갔다가 오후에 다른 선생님들에 합류해서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당장 계약할 거 아니니까 혼자 보러 가도 괜찮겠지..?

 

낮에 본 방콕 거리 노란색 택시 두 대
집 보러 가는 길

  전날엔 일행이 있어서 택시로 주로 이동했는데, 이날은 혼자라서 걸어서 이동해 보는 중. 구글맵 찍어도 대충 시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진짜 내 기준에서 도보권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 참고로 태국은 육교가 많다.

 

 

콘도 수영장
BTS와 나란한 수영장

  태국의 콘도는 대부분 수영장과 운동시설(헬스장)이 있다. 대체로 위치는 중간층쯤인데, 여기는 바로 맞은편에 거의 BTS랑 높이를 비슷하게 해 놔서, 여기서 수영하면 지상철에 있는 사람들이 다 볼 것 같았음ㅋㅋㅋㅋ 참..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조야...

 

  이날 본 집은 더 비쌌다. 침실 구분 없는 한국형 원룸인데 18,000바트짜리인 곳과, 침실 구분된 15,000바트짜리인 곳 두 개 정도를 봤다. 18,000바트짜리는 젊은 여자가 주인이었는데, 여기 세탁기는 없냐고 했더니 너를 위해서 내가 세탁기도 놔주고 뭐도 해주고 다 해주겠다고 했지만 가격을 깎아줄 순 없었다^_ㅠ 15,000바트짜리도 적어도 나에겐 싸진 않지만, 일단 거리도 멂... 한국에서는 그래 뭐 한 2-30분도 걸으라면 걷겠는데, 방콕에서는 맨날 그렇게 걸어 다니다가 아플 것 같다(..) 더위와 매연, 사람 우선이 아닌 교통 인식 등등 때문에. 결국 어제오늘 본 집 중에 딱 여기다 하는 곳을 찾지 못한 채, 집 보기는 끝.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아아

  그거 보러 다니면서 조금 걸었다고 갈증이 너무 나서, 근처에 보이는 카페 아무 데나 들어가서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물처럼 들이켰다. 태국에서는 본의 아니게 음료수를 정말 많이 마시게 된다.

 

 

버스 내부버스 티켓
버스 탑승

  다음 목적지를 가기 위해 처음으로(!) 버스를 타 봤다. 태국 버스의 특징이라면, 구글맵에 쓰여 있는 번호랑 다른 번호가 온다. 근데 그 버스가 맞다. 처음 타는 거라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한테 여기 방람푸시장 가는 버스 오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대답해 주고는 이 버스 왔을 때 타라고 알려줬다. 버스 번호가 달라서, 혼자 구글맵만 보고 기다렸으면 이 버스가 그 버스인 줄도 모르고 그냥 보냈을 거다.

 

  태국의 버스에는 아직 안내원이 있어서, 탑승 후 자리에 앉으면 안내원이 요금을 걷으러 오는 시스템이다. 거리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에어컨 있는 버스는 보통 20바트 정도. 버스는 스캔이 안 되고 현금으로 결제를 해야 한다.

 

 

방콕 시내 구경 노란색 택시 한 대방콕 시내 구경
시내 구경

  완전 중심가로 가는 길이라 창밖 보면서 방콕 시내 구경 중. 투어 버스 부럽지 않네.

 

 

버스 티켓 두 장
요금 이중 지불

  안내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냬서 방람푸 시장 간다고 했더니 이거 유턴해서 그쪽으로 가는데 유턴하면 요금을 더 내야 된다고 했다. 근데 지도에서는 나 그냥 여기 내리면 된다는데... 아닌 거 같다고 내리려고 하니 아직 아니라고 앉으라고, 그리고 요금을 더 내래서 말이 안 통해서 그냥 냈음. 심지어 제일 비싼 요금인 25바트를ㅋㅋㅋㅋ 계속 지도를 주시하는데 버스가 점점 이상한 데로 가는 거 같아서 나 그냥 내린다고 내려버렸다. 그리고 방람푸 시장 금방 찾았음.

 

  나중에 태국어 선생님한테 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유턴을 하면 원래 돈을 더 내는 거냐고, 심지어 나는 사실 유턴 전에 내렸다고 했더니, 유턴해도 돈 더 내는 거 없고, 그 버스 번호 기억하면 심지어 신고도 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걸 물어봤을 땐 버스 번호 잊어버린 지 오래고..

 

  안내 아저씨가 악의를 가지고 그랬다기보다, 내가 태국어를 못하니 서로 소통이 전혀 안 됐던 게 더 컸다. 25바트가 사실 내 입장에서 엄청 큰돈은 아니어서 내면 내는데 그냥 내가 떠듬떠듬 아니라고 하는데도 조금 푸쉬를 했던 그 경험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 것일 뿐. 다음에는 절대 버스 티켓 두 번 끊는 짓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카오쏘이 ข้าวซอย
카오쏘이(ข้าวซอย)

  버스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먼저 드시면 먼저 일어나시라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기다려주셔서 맛난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초대해 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오쏘이 맛집이라고 해서 시켰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지금도 내 최애 음식 중 하나.

 

 

태국 경찰 제복반팔 티셔츠 99바트
방람푸 시장

  카오산로드 옆에 있는 방람푸 시장. 6년 반 만에 다시 와봤다. 경찰 제복 같은 것도 팔고, 기념품용 티셔츠나 가방을 팔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잘 찾아보면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옷을 구할 수 있다.

 

 

카오산로드 풍경
카오산로드

  시장 대충 돌아보고 근처 카페에 들어와서 음료를 마셨다. 비교적 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를 많이 배려해 주셔서 감사했다. 짧은 이야기를 나눈 후, 다른 분들은 뒤에 예약해 놓은 일정이 있다고 하셔서 가시고, 밖에 비가 오길래 나는 조금 더 앉아서 비가 그치면 이동하기로 했다.

 

 

카오산로드 풍경카오산로드 길냥이
산책

  "Time to go to khaosan road, 우린 툭툭카를 불러서 가" 6년 반 전에 나는 빈지노 님 노래 하나 듣고 무작정 태국 여행을 왔었다. 그때랑 비교하면 확실히 뭐가 바뀌어도 바뀐 것 같지만, 낭만만큼은 여전한 듯한 이 거리.

 

 

방람푸 시장 골목 어딘가
툭툭 호객 당했던 골목

  오래전 여행이라도 강렬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듯이, 나는 정확히 이 골목 끝에서 한밤중에 툭툭 호객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한밤 중이라 조금 쫄려서 정작 "툭툭카를 불러서 가"본 적은 없음ㅋㅋㅋㅋ

 

  혹시 그때의 여행기를 읽고 싶다면 장장 3년 여에 걸친 이 기록을 보면 된다: 태국 방콕/치앙마이 여행 :: 날짜별 여행기 정리 (여행 기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그냥 쓰는 게 오래 걸렸음^^ㅎ)

 

 

카오산 로드 어딘가카오산로드 식당
왠지 익숙한 곳

  이쯤 어딘가에서 첫 똠얌꿍을 먹었던 기억도 있는데.. 이 정도 위치에 딱 이런 노상 감성이었는데 여기가 거기였을까?

 

 

카오산로드 홍익인간 식당
한국음식점

  내가 느낀 카오산로드의 달라진 점이라면, 일단 못 보던 한국 음식점이 생겼다는 것.

 

 

카오산로드
카나비샵

  그리고 위드 가게가 엄청 많아졌다는 것... 이전에는 이 가게들 다 뭐였을까? 뭐가 없어지고 카나비 파는 집이 이렇게 많아진 거지? 그래도 관광객 많고, 사람 많고, 대낮이라 막 위험한 느낌은 없다. 카오산로드, 낭만은 여전한데 뭔가 다른 종류의 분위기가 생긴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살짝 아쉽다.

 

 

파란색 스타벅스 건물
파란색 스타벅스

  슬슬 돌아가려는 길에 본 파란색 스타벅스. 맞아, 예전보다 스타벅스도 정말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이 스타벅스는 보다시피 외관이 독특해서 나름 핫플레이스라는 모양이다.

 

 

방콕 시내 버스 티켓
버스 타고 귀가

  카오산로드의 단점이라면 교통편이 좋지는 않아서 MRT나 BTS를 타기 어렵다는 것. 대체로 택시나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낮에 별로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방법이 없으니 일단 버스를 타는 걸로.

 

 

낮에 본 왓아룬 Wat Arun
돌아온 왓아룬 뷰

  이 뷰를 봐야 이제 내 동네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난다.

 

 

밤에 본 방콕 도로
저녁 사러 가는 길

  여전히 혼자서는 떠듬떠듬 글자 읽어가며 겨우 주문하거나, 사진 찍어서 이거 달라고 주문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기간 덕분에(?) 식사 주문하는 거라든지, 음식 종류라든지 등등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질 수 있었다. 교육받는 동안 다른 선생님들 따라 이것저것 많이 먹어봐 둔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야시장 저녁식사 및 침착맨 시청
나의 힐링 타임

  밥 먹을 때는 역시 침착맨이지. 아침부터 집 보러 다니고, 새로 뵙는 분들이랑 인사하고, 추억의 거리 회상하며 많이 걷고, 꽤나 길었던 오늘 하루를 다 회복하는 느낌.

 

  사실상 오늘이 트레이닝 마지막 날. 사진엔 없지만 일기도 쓰고 블로그도 쓰고, 나름 마무리하고 정리는 시간을 가졌다.

 

 

5일 차

보쌈 두부부침 김치 물김치 등 한식 상차림
푸짐한 점심식사

  결국 나는 숱한 집을 보고 나서 정작 다른 곳을 골랐다. 현재 선생님께서 사시는 집을 이어받기로 한 것. 마침 집주인을 만나기로 하셨다고 해서 같이 얼굴 보며 인사나 할 겸 잠깐 갔다가, 선생님이 또 밥 먹고 가라고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셔서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집 고를 때 고려하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사실 콘도 몇 개 보다 보니 다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 결국 살면서 집주인이 중요할 것 같아서 이곳으로 골랐다. 실제로 집주인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았고, 영어가 가능해서 의사소통이 됐고, 안 그래도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공고를 아직 안 냈는데 에이전시 안 끼고도 현 세입자가 소개해주는 믿을 만한 세입자가 또 나타났다고 하니 그녀 입장에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 거다.

 

  그나저나 나 여기 아짠(อาจารย์)으로 왔다고 하니 너무 어려 보이는데 실례지만 나이를 좀 물어봐도 되겠냐고 한다. 어려 보인다는 말 처음에는 좀 즐겼는데, 이게 계속되다 보니 점점 나 뭐 문제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ㅎ

 

  하여튼 예정에 없던 식사였어서 먼저 조금 급하게 먹고 다음 이동을 위해 일어나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밖에 비가 오니 자기가 태워주겠다며 식사를 같이 마무리하고 일어났다. 안 그래도 된다고, 당신은 선생님이랑 얘기 더 하시고 천천히 식사하시고 가시라고 했더니 비가 안 오면 모르겠는데 비가 오니까, 그리고 본인도 곧 가려고 했다며 내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 주었다. 덕분에 첫 만남에 차까지 얻어 탐. 이 타지 생활 도와주는 이 하나도 없으면 너무나 힘들었을 텐데 역시 사람들 덕분에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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