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와서 소소한 취미가 생겼다면,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장 구경을 가는 거다. 왜냐하면 늦게 일어나서 나가기엔 너무 덥거든... 차라리 오전에 구경하고 정오 전에 들어와서 조금 쉬다가 더위 한풀 꺾일 무렵쯤 다시 나가는 게 낫다.
사실 이날은 시장까지 가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그냥 주변에 뭐가 있나 보며 슬렁슬렁 걸어다니다 보니 꽤 멀리까지 와서,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시장도 가보자 해서 재래시장까지 가게 된 것. 나름 득템도 하고 즐거운 마실이었다.
1. 딘댕마켓(DinDaeng Market) 가는 길
맛집 많은 골목이라 아침부터 오토바이도 많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동네 산책 하는 걸로 시작하려고 했지. 이쪽은 방콕에서도 라차다(Ratchada) 구역이다.
태국에선 편의점 하면 역시 세븐일레븐이다. 토스트를 사면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직접 데워준다. 6년 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서 오랜만에 세븐일레븐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마켓까지 가는 길에 고양이를 참 많이 봤다. 한국에서도 길냥이를 막 만진다거나 하진 않지만, 태국에서는 더더욱 길에 사는 동물들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멀리서만 봤다. 대체로 마르고, 길냥이임에도 미묘들이 많았다.
이쯤 걸어오니 더워서 좀 갈증이 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커피 자판기가 좀 신기해서 한 잔 마시려는데 딱 그 앞에 이 녀석이 지키고 있어서 못 다가갔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타오빈(TAO BIN) 자판기는 적어도 방콕 전역에 꽤 많이 있는 자판기더라.
그동안 동기 선생님들 덕분에 이것저것 맛본 게 많은데, 아직도 생소한 과일이 참 많다. 서양 배처럼 생긴 이건 무슨 과일인고?
2. 이미 동네를 벗어난 산책
태국에서 '카페라떼'를 마시고 싶다면 카페라떼를 시키고 "달지 않게(ไม่หวาน 마이완)"라고 꼭 덧붙여야 한다. 안 그러면 바닐라 라떼 같은 달달한 라떼를 마시게 될 거다. 스타벅스 같이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매장에서는 카페라떼의 디폴트가 단 커피라서. 이날은 달달한 게 땡겨서 일부러 그냥 주문함.
가는 길 곳곳에서 정말 자주 불상을 볼 수 있다. 그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물론, 마실 거나 음식을 올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날은 특히 빨간색 환타를 많이 봤다. 이쯤 와서 이제 슬슬 돌아갈까 고민했는데, 시장이 코앞이길래 조금 더 가보기로 결심.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왔다. 오토바이, 툭툭, 에어컨 없는 버스, 택시 등등 다양한 교통수단과 다양한 형태의 주거. 태국에서 대낮에 걸어다니는 건 외국인이랑 동물밖에 없다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3. 딘댕마켓(DinDaeng Market)
이곳은 관광지도 아니고, 유명한 시장도 아니고,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재래시장이다. 판매하는 상품이나 가격대를 봐도 주민용이었고, 나 같은 외국인이 오는 게 오히려 무척 생소한 시장. 시장에서 사람 사는 모습 보는 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곳 오히려 좋아.
재래시장답게 각종 신선한 채소와 육류 등 식료품을 팔고 있었고, 조리된 음식이나 간식도 팔고 있었다. 계란 한 10개는 들어보이는 봉다리가 43바트. 한국 돈으로 1,700원 정도.
태국에 와서 좋은 점은, 해산물이 참 저렴하고 양이 많다는 것. 상태도 꽤 신선해 보인다. 콩은, 저런 사이즈 처음 봐서 신기해서 찍어 봄.
이날 여기서 벨트 샀다. 전날 플래티넘에서 딱히 맘에 드는 걸 못 찾아서 못 샀는데, 여기서 그냥 검은색 기본 벨트 50바트 주고 구매. 그 자리에서 대충 내 사이즈 보고 구멍도 몇 개 더 뚫어주셨다. 아주 좋은 구매였어.
그 외 구제 의류나 하와이안 남방 같은 것도 팔았는데, 조금 단정해보이는 셔츠를 하나 구매했다. 50바트. 약 4천 원으로 셔츠에 벨트까지 구매 완료.
집에서 밥해먹는 사람이라면 이런 재래시장에서 저렴하고 신선한 재료 사다가 해먹는 거 참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직 부엌 없는 사람이라서 패스...
간단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과일 가게도 몇 보였다. 두리안을 껍질째 파는 곳은 처음 보는 듯한데.. 앞을 지나가니 역시 냄새가 세긴 세다. 막상 먹었을 땐 먹을 만했는데 말이야.
꽤 크고 사람이 많던 시장이라, 빠르게 한 바퀴만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태국의 식료퓸이나 과일 같은 걸 더 많이 알았다면 더 재미있고 살 것도 많았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쩌다보니 옆동네까지 와서 옷 득템했네.
4. 숙소 돌아가기
돌아가는 길에도 역시 마주친 길냥이. 또, 방콕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느낀 건데, 시멘트에 동물 친구들 발자국이 남아있는 경우가 꽤나 있다. 귀여워.
어쩌다보니 돌아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 또 한참을 뱅글 돌아서 가는 중. 덕분에 참 긴긴 마실이 되었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돌아갔는데, 이미 만 보 넘게 걷고 어찌나 피곤하던지.
무난한 기본템들 잘 샀다. 더 플래티넘 쇼핑몰 같은 곳에서 샀다면 못해도 두 개에 한 300밧은 줬을 것 같은데. 사고 나서 이 옷이 구제인가 싶었지만, 빨아서 입으면 되지 뭐 아무렴 어때. 매우 만족스러운 마실과 쇼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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