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순에 만든 도자기 후기를 이제야 쓴다. 결과물을 거의 5개월 만에 받았거든.
방콕에 있는 도자기 공방 Wanis Clayhouse에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만들 때는 사실 딱히 필요한 도자기가 없이 재미로 만들었는데, 그 사이에 이사를 하면서 식기를 다 두고 오는 바람에 이때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식기가 마침 필요해졌다. 오히려 좋아.
1. 도자기 공방 Wanis Clayhouse 외관 및 입구
방콕에서도 시내는 아니고 약간 외곽쪽에 있는 곳이라 주변이 초록초록하다. 약간 구석진 곳에 숨어 있어서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을 듯한 느낌. 나도 지인이 같이 가자고 해주고 차를 운전해줘서 다녀올 수 있었다. 그냥 가려면 택시나 그랩 타야할 듯.
바깥에 컨테이너 벽 같은 게 있는데 아예 낙서하라고 펜을 주신다. 한국어로 쓴 낙서가 눈에 띈다.
입구 들어서자마자는 큰 선반을 가득 메운 도자기가 보인다. 꽤나 수준급인 것들이 많이 있는 걸 보면 이곳 직원들이 만들고 보관하는 것 아닌가 싶다. 만지면 안 되고 눈으로만 봐 달라고 써있음.
2. Wanis Clayhouse 내부
Wanis Clayhouse는 공방 겸 카페라고 보면 된다. 들어서면 이렇게 카운터 겸 음료 제조대가 보인다. 아메리카노 60밧으로 음료 가격은 나쁘지 않은 편. 간단한 스택도 판매하니 도자기 만들다가 출출해지고 목마르면 여기서 요깃거리 사먹으면 될 듯하다. 나는 라떼 마셨는데 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그냥저냥 목 축이기 나쁘지 않았음.
테이블도 많고 안쪽에는 방도 있고 공간이 꽤 크다. 주말에 갔더니 빈 테이블 없이 사람이 꽉 차 있어서 구석구석 사진은 다 못 찍었다. 나와 일행은 예약을 하고 갔는데, 라인이나 전화로 문의하면 되는 듯하다. Wanis Clayhouse의 라인 아이디는 @803bovqy
3. Wanis Clayhouse 가격과 시간
예약을 하면 보증금 400밧을 먼저 내야 한다. 아마 프롬페이(promtpay) QR코드를 알려줄 거고, 스캔해서 송금하면 된다.
현장에서는 350밧을 추가로 더 낸다. 그래서 총 750밧(약 32,000원). 낼 때는 나눠서 내느라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살짝 비싸고, 최근 바트/원 환율이 훌쩍 올라서 더 비싸 보이네...?
대신 750밧을 내면 하루종일 와니스 클레이하우스에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와니스 클레이하우스의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인데, 이 사이에 아무 때나 와서 내가 만들고 싶은 만큼 도자기 만들고 가면 되는 시스템이다. 손이 빠르고 능숙하다면 뭐 열 개도 만들 수 있는 거지. 이론적으론 😂
4.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 만드는 게 은근 체계적이다. 무슨 도자기를 만들 건지, 디자인은 어떻게 할 건지 스케치 할 수 있는 도구를 준다. 이 시간을 좀 줄이고 싶으면 미리 레퍼런스를 찾아오거나 스케치를 해오면 좋다. 나는 꽃병, 컵받침+@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디자인은 레퍼런스 몇 개를 미리 찾아봤다. 근데 또 직접 그려보기도 해얄 것 같아서 현장에서 간단하게 스케치 해봄.
테이블마다 지퍼백에 담긴 점토 같은 걸 준다. 보통 한 덩이로 작품 한 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금 큰 건 한 개 반? 안 쓰는 점토는 지퍼백에 넣고 잘 닫아줘야 마르지 않고 다음에 쓸 수 있다.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다보니, 점토는 다 쓰고 또 달라면 또 준다.
그리고 계속 물을 묻혀가며 점토 손질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물과 스펀지 같은 걸 함께 준다.
정확히 무슨 류의 물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한쪽에 이렇게 도자기 채색용 물감이랑 각종 악세사리, 틀 등이 준비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가져다가 쓰면 된다. 흰색은 따로 달라고 하면 주고, 그 외 없는 색은 잘 배합해서 써야할 듯.
도자기 만드는 방법은 1) 손으로 직접 주물거리거나 2) 물레륻 돌려서 만들거나 2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 처음 왔다고 하니 어떤 직원이 거의 전담마크(?) 해줘서 얼떨결에 첫 도자기부터 물레 돌리게 됐음... 처음 만든다면 손으로 주물주물 하는 것보다 당연히 물레가 조금 더 어렵다.
심지어 계획에도 없던 컵을 만들었다. 이때는 집에 컵 많아서 이거 또 어디다 쓰지 싶었는데, 지금은 이사와서 그 컵 다 못가져온 관계로 너무 절실해짐ㅋㅋㅋㅋ
아무튼, 처음 만든다고 하면 직원들이 친절히 도와준다. 물론 그들은 영어를 잘 못하고 나는 태국어를 잘 못해서 의사소통에 약간 어려움은 있었는데.. 그래도 어차피 만드는 행위가 주라서 손짓발짓 해가면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5. 중간 식사
공방이 에어컨이 없고 도자기 말린다고 뜨거운 바람을 옆에서 자주 뿜어서 좀 더울 수 있다. 그럴 때 이렇게 야외 공간에서 바람 한 번 쐬주면... 안 덥진 않지만 답답하진 않다.
그랩으로 이곳 와니스 클레이하우스로 배달 시켜서 먹어도 된다. 혹은 도시락 싸가서 먹어도 된다. 참고로 공방 근처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어서(...) 뭐든 싸오든 주문하든 하는 게 낫다.
6. 다시 도자기 만들기
왼쪽이 물레로 만든 컵, 오른쪽이 손으로 만든 컵받침이다. 원래 컵을 만들 계획이 없었기에, 두 개를 짝꿍으로 만든 건 아니다.
컵받침에는 팔로오빠의 앨범명 [LOVE MONEY DREAMS]를 썼다. 그림 못 그려서 쓴 건 아님..은 아님.. 반은 맞고 반은 아님.. 거의 7년째 할랏 가죽코스터 하나만 쓰는 중이라 다른 코스터가 하나 가지고 싶었고, 할랏 코스터와 의미를 나란히 하고 싶어서 팔로오빠의 앨범명을 썼다. 물론 옆에서 같이 만들던 태국인 일행은 이게 뭔지 1도 이해를 못했다.
이전에 가진 꽃병이 주둥이가 너무 좁아서 제약이 많았던 관계로, 주둥이 넓은 꽃병까지 완성. 이거 3개 만들었는데 시간이 다 갔다. 거기다가 꽃병은 사실 도자기로 만들기 제일 어려운 것 중에 하나인데, 나 같은 초보자가 만들겠다고 하니 사실 나보다 도와주는 직원들이 더 고생했다. 컵이랑 꽃병은 직원이 만들었다고 봐야 됨 😂
다 만들고 나면 충분히 말린 후에 유약 바르고 구워야 해서 당일에는 못하고, 만든 작품들 두고 가면 공방에서 마무리까지 한 후에 연락을 준다. 그러면 직접 찾으러 가거나 택배로 받으면 됨.
나와 함께 간 일행은 이전에도 와서 만든 적이 있어서 이전 작품들을 찾아갔는데, 왼쪽에 크림색처럼 나온 게 완성된 후의 도자기다. 점토 상태일때는 까만 색인데, 굽고 나면 크림색 같은 게 되는 모양이다. 표면도 맨들맨들하다.
7. 택배로 도자기 받기
거의 5개월 만에 받은 도자기. 원래 직접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일행들과 시간 맞추기 어려워서 그냥 택배로 요청했다. 택배비 150밧(약 6,300원) 추가요. 도자기 만들기에 총 900밧(약 38,000원) 씀. 그래도 한국보다는 저렴한 듯하다.
작품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박스 종이에 뽁뽁이에 튼튼하게 감싸서 보내서 깨질 위험은 생각보다 별로 없는 듯하다. 포장이 생각보다 꼼꼼해서 좀 놀랐음.
왼쪽부터 꽃병, 컵, 컵받침이다. 색을 안 칠한 꽃병과 컵은 날것 그대로의 색(?)이고, 컵받침은 파란색으로 덮었더니 굽기 전보다 진한 파란색이, 고르게 칠하지 못했는지 알록달록, 글씨는 흐릿한(..) 걸로 완성되어 버렸다. 도자기 만들기 쉽지 않네...
그리고 뭔가 구운 후에 사이즈가 조금씩 줄어든 느낌? 만들 때는 너무 크게 만들었다 싶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딱 적당한 거 같고, 꽃병 같은 경우는 일부러 넉넉한 크기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좀 작은 듯한 느낌이 든다. 희한하네?
사이즈와 질감이 어째 컵받침이 아니라 재떨이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이겠지... 왠지 그놈 불 잘 끄게 생겼네..
만들 때부터 갈라진 건지, 굽다가 깨진 건지, 택배 오다가 깨진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갈라진 자국까지 있어서 좀 슬펐다. 그래도 잘 써봐야지.
사실 컵이 제일 계획에도 없던 거고 기대를 안 했는데 지금 가장 마음에 든다. 활용도도 가장 높을 것 같고. 맞춘 것도 아닌데 컵받침이랑 사이즈도 딱 맞아서 같이 쓰기 괜찮다. 디자인은 전혀 안 어울리는 게 흠이지만...^^
꽃병도 이제 생겼으니 빡클렁 꽃시장에 꽃 사러 가야겠다. 무게가 좀 있다보니 한국까지 가져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에는 열심히 써야지.
방콕 외곽에 위치한 관계로, 택시나 그랩 타고 가는 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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