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사진일기

그러려니 인간

by Heigraphy 2022. 10. 28.
반응형

 

막차를 탄 줄 알았으나

  며칠 전, 약간의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코로나는 왠지 느낌이 딱 온다던데 나는 딱히 열도 안 나고 아닌 거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 모르니 그날 밤 자가진단키트를 해봤다. 다행히 한 줄. 컨디션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다음날 아침에 외출도 했다.

 

 

자가진단키트

  전날 쓴 진단키트를 버리지 않고 책상에 올려두었다. 점심 때 버리려고 보니 전날 밤에 없던 두줄이 아주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진으로 보면 더 희미한데, 전날 밤엔 그마저도 없었기에 다음날 보고 깜짝 놀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많이 희미해서 아니기를 바라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약 3년 만에 첫 검사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증상이 있냐고 물으시길래, 약간의 감기 증상이 있기도 하고, 자가진단키트가 전날 밤엔 한 줄이었는데 아침에 다시 보니 희미하게 두 줄이 생겼다며 보여드리기도 했다. 자가진단키트가 시간이 많이 지나면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며 일단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나도 결국 피해갈 수 없나, 막차의 막차의 막차를 탄 거면 어떡하지 그게 더 골치아픈데',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반응도 안 나오고 열도 없다고, 음성이라고 결과를 내려주셨다. 다행이다.

 

 

이런 약뭉치 오랜만

  그대로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어쨌든 감기 증상이 있으니 처방전을 주셨다. 콧물, 재채기, 인후통 등등 심하진 않지만 증상은 다 조금씩 있다고 했더니 정말 모든 종류의 약을 다 넣어주셨다. 더 곤란했던(?) 건, 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 약이 조금씩 달랐다는 거. 하루에 두 끼 먹는 인간인데 세 끼를 어떻게 ㄷ다 챙겨먹나 조금 난감했더랬다. 신기하게도 하루 세 끼를 챙겨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메뉴 고민하기도 귀찮고 입맛이 없어지던 거 있지...?

 

 

 

침투력

네모네모로직+침펄재판

  약 받아온 후 거짓말 같이 급격하게 기운이 없어졌다. 3년 만에 걸린 감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약 성분 때문에 더 축축 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였으면 차라리 합법적으로(?) 쉴 수 있었을 텐데 단순 감기여서 출근도 했다.

  마침내 쉬는 날이 되었을 땐 밥먹고 약먹고 하루종일 쉬면서 침투부만 봤다. 그나마 조금 기운이 돌면 네모네모로직(노노그램) 켜서 침펄재판 보면서 로직풀이... 중딩 때나 신나게 했던 로직을 침저씨 때문에 오랜만에 맛들려서 요즘 미친듯이 하는 중ㅋㅋㅋㅋㅋㅋㅋ

  침펄재판 대존잼.. 아주 어렸을 때 오빠가 재미있는 게임 하면 옆에서 지켜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거기에 침펄 아조씨들의 더빙과 드립에 중간중간 미친듯이 웃으면서 봄ㅋㅋㅋㅋ 러닝타임 8시간? 오히려 좋아. 분명 나도 역전재판 다 깨봤었는데 어떻게 반전 같은 것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냐. 이것도 오히려 좋았다.

 

 

'이해이해 병'에 걸린 '그러려니 인간'

  앙둥이와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우린 '이해이해 병'에 걸린 '그러려니 인간'이라고 한다. 나 이외의 것을 대할 때 기본적인 마인드는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이다. 그러다보니 범죄 아니고서야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은 거의 없다. 너는 너, 나는 나.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새로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우리는 거의 '병 걸린 수준'으로 이해의 역치가 낮은 거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절대', '나는 원래', '너는 왜' 따위의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을 만날 때면, 이해이해 병 걸린 그러려니 인간일지라도 상대하기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러면 그냥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이해이해 병 걸린 나랑 앙둥이마저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건 진심으로 우리 말고 그 사람이 언행을 돌이켜 봐야 됨😂 내 주변에 요즘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아닌데, 앙둥이랑 얘기하다보니 '이해이해 병 걸린 그러려니 인간'이라는 게 무슨 소설 속 표현 같아서 재미있어서 남겨봤다.

 

 

Copyright ⓒ 2015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