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혼자 지낼 때는 거의 매일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는데, 친구들과 함께 있는 데다가, 일찍 일어나는 친구가 있으니 덩달아 일찍 눈이 떠진다. 전날 삼촌이 때주신 불의 온기가 아직도 절절 끓는 정도라 자는 동안 다들 따뜻하다 못해 더웠다고 한다. 이불 개는데 바닥이 뜨거워서 발 데일 뻔.
다들 원래 집에서는 아침식사 거의 안 한다는데 여기서는 눈 뜨자마자 왠지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모인다. 자취 구력 10년이 넘는 친구가 있어서 아주 손 빠르게 완성한다. 시장에서 샀던 씨앗호떡, 스크램블 에그, 태극당표 크로와상, 단백질이 더 필요해서 추가한 소시지, 그리고 커피까지 아주 푸짐한 한상이다. 대한민국 시골 어딘가에서 느끼는, 탄단지 구성 완벽하고 든든한 미국식 조식.
아침에 다시 시도해서 성공한 하네스 채우기. 사이즈를 잘못 산 줄 알았는데, 그저 어두워서 제대로 맞출 줄을 몰랐던 거다. 3m쯤 되는 긴긴 줄 매고 걸으니 메리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고. 챙겨 오길 정말 잘했다.
밥 먹고 산책하고 쉬다가, 밥 먹고 산책하고 쉬다가, 밥 먹고 산책하고... 친구들과 있어도 시골집에서의 루틴은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동네가 아니라서 가는 길도 다 비슷비슷하고 사실.
오늘도 친구가 줄을 잡으니 산책이 훨씬 더 안정적이다. 내가 손이 시려 보이거나 조금 힘들어 보일 때면 어느새 옆에 와서 줄을 바꿔 잡아주겠다는 친구들. 알고 보니 본인들도 메리를 예뻐해서 직접 줄 잡고 산책해도 좋은데, 함께 산책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늘 나에게 먼저 양보하는 거였다. 세심한 배려 하나하나 참 고마운 친구들.
인적이 그리 많지는 않은 시골 동네라서 눈이 안 녹은 곳이 아직 많은데, 거기에 너무 광기 어린것처럼 손자국을 남긴 친구ㅋㅋㅋㅋㅋㅋ 도대체 뭘 한 거냐며 다른 친구와 나는 또 깔깔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러고 보니,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눈이 쌓인 채 전혀 안 녹은 것치고, 길에는 누가 일부러 치우기라도 한 듯 아주 깔끔하다. 아마 시에서 제설차라도 다녀간 것 같다며 추측해 본다. 그 덕분에 어르신들은 마음 놓고 다니실 수 있는 거겠지.
시골집에 왔으니 할매한테 인사드리러 가야지. 겸사겸사 조랭이떡들도 만나고. 작은 마을을 한 바퀴 슬 도는 동안 다른 동물 친구들을 먼저 만난다.
할매네 가는 길에는 소 축사를 하나 지나서 가게 되는데, 축사에 조금 가까이 다가가니 소가 고개를 쑥 내밀고 엄청 호기심 어린 모습을 보인다. 혀까지 내밀면서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의 소는 처음이다. 그나저나 소가 한 마리에 몇천 만 원은 될 거라며, 축사 가지신 분 부자일 거라고 하던... 새로운 관점을 알려준 친구ㅋㅋㅋㅋ
양지바른 곳 한편에는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소한테는 무서워서 못 다가가더니, 고양이한테는 가겠다고, 가겠다고 자기주장하는 메리. 메리의 호기심을 엄청 자극했던 친구들.
일 년 만에 할매를 만나 인사를 드린다. 태극당에 딱 하나 남아 구입했던 카스테라 인절미 박스를 할매께 드린다. 카스테라 같은 부드러운 식감의 떡이라 할매도 충분히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의 지난 시골 생활 동안 참 따스하게 대해주신 분이라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별일은 없으셨는지 등등 안부를 여쭙고, 친구들도 소개해드린다.
언제 가냐는 물음에, 이번에는 주말에 잠깐 온 거라 내일이면 간다고 대답한다. 그렇게나 빨리 가냐며 왠지 조금 아쉬워 보이신다면 내 착각일지. 언제나처럼 또 밥 먹고 가라고, 이미 먹었으며 커피라도 마시고 가라고, 아니면 이따 저녁 먹으러 오라고 정을 마구마구 나누어 주신다.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좋은데 괜찮다며 할매의 마음만 잘 받아두곤, 나중에 또 인사드리러 오겠다며 짧은 대화를 마친다.
할매네 집에 있던 말랑콩떡 조랭이떡들은... 컸다. 엄청 컸다. 특히 엄청 깨발랄했던 녀석이 1년 새 덩치가 두 배는 되어서, 쟤는 작년에 걔랑 같은 앤지 아니면 다른 앤지 여쭤봤더니 (놀랍게도) 같은 애라고 하신다. 시고르자브종 꼬물이가 일 년 뒤에 다시 와서 보면 웬 형님이 되어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사진은 생략.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얕은 폭으로 쌓인 눈에 선명하게 찍힌 메리의 발자국. 뭉툭하게 남은 게 아니라 발바닥 모양, 발톱 모양까지 세세하게 다 남아서 더 귀엽다. 높은 음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나와 친구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어느새 뒤따라 나오셔서 그런 것도 사진을 찍냐며 물으시던 할매. 마을회관에 가실 거라고 한다.
메리도 할머니가 좋은지 꼬리 프로펠러 돌리며 할매 주위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긴 줄이 위험하게 할매 주위로 감긴다. 흥분한 녀석을 잘 가라앉히고 할머니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해 드린다. 3m씩 되는 줄을 가지고 산책할 땐 이런 걸 주의해야 하는구나.
시골집에서 먹을 식사 중 한 끼는 내가 마제소바를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래서 재료가 분명 남을 걸 아는데도 마트에서 꾸역꾸역 마제소바 재료들을 담았었다. 근데 막상 와보니 빼먹은 재료가 왜 이렇게 많은지, 예전 그 맛이 안 날 것 같아 처음부터 속으로 안절부절못한다. 괜히 해준다고 나댔나.
작년에 앙둥이랑 둘이서 만들어 먹을 때는 처음 하는 건데도 되게 여유 있게 잘 되었던 것 같은데, 왠지 이번에는 마음이 급하다. 면 삶고 고기를 볶는데 둘 다 할 수 있겠냐며 친구가 도와준다길래, 그러면 면 안 달라붙게 조금만 저어달라고 한다. 알겠다고 하면서, 본인은 칼국수면 삶기를 성공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응???
생마늘, 파, 부추 그런 거 싹 생략되고 고기양념과 김가루, 그리고 계란 노른자밖에 없는 마제소바가 완성됐다. 이걸로 부족할 것 같다며 친구가 끓여준 어묵탕까지, 오늘의 점심식사 메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제소바가 비주얼부터 너무 부족해서 양념장이라도 더 만들어보려 했더니, 친구가 빨리 와서 일단 먹으란다. 먹어보면 자기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 거란다. 간은 딱 됐다고 하길래, 추가 양념장 포기하고 앉아서 먹어보니, 음, 면이 그새 떡이 됐다. 칼국수면 삶기 성공해본 적이 없다는 친구의 말이 마치 예언처럼 됐다.
만든 내가 먹어도 이거 진짜 의리로 먹는 맛인데, 이 착한 친구들은 정말 고맙게도 맛있다며 열심히 먹어주다...가 Z양은 면은 도저히 못 먹겠다며 언제부턴가 고기양념만 주워 먹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서 별말을 못 하겠다ㅋㅋㅋㅋㅋ 다른 친구는 면까지 싹싹 끝내줘서 그저 압도적 감사... 어묵탕이 신의 한 수였다.
우당탕탕 점심식사가 끝나고, 친구들 모두 조금 졸려서 자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너희들 낮잠 자는 동안 메리 데리고 혼자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우리 메리 보려고 온 거니까, 있는 동안에는 메리랑 시간 많이 많이 보내고 가야지. 한 친구는, 그럼 자기는 10분 정도만 눈 붙였다가 뒤따라 나가겠다고 한다. 편한 대로 하라고 하고, 잠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산책을 할 때면 사실 온 동네 개들을 다 만난다. 거의 1가정 1견이라. 옆집에 사는 이 녀석도 왠지 우리 메리랑 비슷한 시바인 것 같은데 남의 집 마당 안쪽에 있다 보니 인사를 시켜줄 수가 없다. 우리가 멀찍이 지나가면 빤히 쳐다보고, 왠지 아련하게 둘 다 낑낑대는 녀석들. 언젠가 한 번은 만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웬 축사 밖에 혼자 나와있는 송아지가 있어서 가다가 인간도 개도 놀람... 그리고 송아지도 놀라서 도망감. 산책하다가 또 다른 형태로 갑자기 마주칠까 봐 조금 쫄았는데, 어디 멀리 간 건 아니고 축사 주변을 뱅뱅 돌고 있는 듯하다. 일부러 내놓은 건지, 자의로 빠져나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렇게 자유로운 소 처음 봐서 신기함 반 놀라움 반.
이후 가던 길을 이어서 걷는데 왠지 메리의 모습이 늠름하고 의연하다. 너 이 녀석, 송아지가 먼저 도망가서 갑자기 자신감이라도 생긴 거야?
눈길을 걸으니 자꾸자꾸 메리의 흔적이 남는다. 어쩜 이렇게 딱 발바닥, 발톱 하나하나 세세하게 모양이 남는지, 이번에도 귀여워서 결국 사진을 찍는다. 눈길에 내 신발 따위 만신창이가 되어도 좋아.
시골집의 눈 온 모습은 처음 보는데, 메리도 눈길을 직접 걸어본 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렇다기엔 너 몸매가 너무 좋은데 진짜로 삼촌이랑 산책 안 해...? 타고난 거야...? 대박 부럽다.
서울에서 가져온 간식 야무지게 챙겨주는 중. 한 번에 많이 주면 탈이 날 수도 있다고 해서, 산책 마치고 돌아오면 하나씩 준다. 친구가 간식 봉투를 쥐고 있으니 달라고, 달라고 당기다가 뜻밖의 터그놀이를 한다.
간식 주는 사람이 다가오면 먹던 것도 놔두고 하나 더 달라고 쳐다보고 다가오는 메리. 개 어멈들은 이거 얘가 지금 머리 쓰는 거라며, 네가 간식 주는 사람인 거 알고 다 먹지도 않고 하나 더 줄 줄 알고 이러는 거라고, 메리의 행동을 다 간파한다. 그것마저 너무 귀엽네 나는.
친구들도 메리의 간식을 가져올 걸 그랬다며 아쉬워한다. 집에 본인 반려견의 간식이 많이 남아서 챙겨 오려고 했는데, 아침에 너무 정신없이 와서 미처 못 챙겼다고 한다. 있는 동안 먹일 간식은 이미 충분하니, 친구들은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고마워!
밥 먹고 산책하고 쉬다가, 밥 먹고 산책하고 쉬다가, 다시 밥 먹는 시간이 돌아왔다. 이것만 해도 하루가 정말 빨리 가.
저녁식사 메뉴는 완전한 한식이다. 된장, 김치, K-바비큐, 이거면 완벽하지. 저녁식사 담당은 또 왠지 자연스럽게 자취 구력 만땅의 친구가 맡아주었다. 된장국과 돼지김치볶음은 딱히 예정된 메뉴도 아니었는데,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그 자리에서 뚝딱뚝딱 잘 만들던 친구. 나 시골집에서 잘해 먹고살았다고, 요리 좀 한다고 나댄 게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네. 점심때 마제소바를 대차게 망해서 더더욱 비교되네. 하하.
쌈채소에 쌀밥, 그리고 삼촌 냉장고에 있던 창난젓까지 더해서 푸짐한 한 상이 되었다. 조금은 부족한 재료로도 이렇게 훌륭한 식사가 되다니, 내 친구 정말 금손이다. 시골집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맛있게 먹은 식사.
다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고기가 많아서, 누가 이거 헬스인 식단이냐고 해서 빵 터짐ㅋㅋㅋㅋ 다른 메뉴들까지 해서 양이 꽤나 많은데, 친구들 숟가락 내려놓을 때 혼자서 마지막까지 싹싹 다 먹는다. 이미 배는 불렀는데, 맛있기도 하고 음식 남기는 거 참 싫어하는 타입이라.
후일담을 미리 적어보자면, 이 짧은 기간에 1kg가 쪘는데 글 쓰는 지금도 안 빠짐. 1kg가 다 살로 안착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거 빠지는 데 수영 6개월이 걸렸는데... 그래도 맛있었으니 후회는 없다.
냉장고가 아닌 베란다에 내놨더니 맥주가 딱 살얼음 낄 정도로 얼었다. 정말 딱 적절한 비율로 슬러시 같은 형태가 돼서 더 맛있다. 역전할매 안 부럽네(역전할매 안 가봄). 이제 겨울에 시골집에서 맥주 보관할 때는 냉장고가 아니라 베란다에 보관해야겠다.
먹었으니 다시 산책. 해 진 후 시골 동네는 정말 어두워서, 플래시가 없으면 조금 곤란할 정도이다. 혼자 있을 때는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엔 친구들이 둘이나 있으니 해가 진 늦은 시간에도 밖에 나가본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마을의 트리와 조명. 메리랑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러 온 그 목적과 너무나 부합하는 순간이라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우리 메리, 이렇게 야밤에 산책하는 건 또 처음일 텐데, 어떻게 좀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 같은 느낌이 들었으려나?
낮에 남긴 친구의 손자국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인간들끼리 잠시 멈춰 키득대는 와중에, 메리는 그저 빨리 가고 싶은지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ㅎㅎ 우리 속도 맞춰서 천천히 같이 가자 메리야.
크리스마스에 방문한 시골집인 만큼, 집에 돌아와서는 잘 준비를 싹 마친 후 가장 편안한 상태로 본격적으로 케이크에 초를 붙여본다. 크리스마스 겸, W양의 축하할 소식, Z양의 축하할 소식을 겸하여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는 딱히 축하할 일이 없어서 대충 '무슨무슨' 일을 축하한다고 뭉뚱그려 껴줬는데 그 애매하고 무례한(?) 표현이 웃겨서 빵 터짐ㅋㅋㅋㅋ 너희들의 소식만으로도 이미 나는 기쁘다, 친구들아! 잘 되면 맛있는 거 사줘😋
W양이 본인 소식을 전할 겸 학교에서 모 교수님을 뵙고 왔다는데, 어쩌다가 내 이야기가 나왔고, 교수님께서 나를 기억하신다고 하셨단다. 일 년에 가장 큰 전공 강의실이 늘 빼곡히 차는 수업을 하시는 분인데,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던 나를 기억해 주신다니. 학교 다닐 때 큰 교류는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참 존경하는 분이라,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다. 그 얘기를 듣던 Z양이, 본인도 누군가를 기억한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영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분명.
맛있는 디저트 먹으며 Z양의 발표(?)를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함께 듣는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오늘도 친구들에게 무한 존경의 마음이 든다. 나도 뭔가 얘기를 많이 하고 싶은데, 그녀의 타겟층이 내가 아니라서 큰 도움은 못 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하다. 블로그를 잘 키워서 파워블로거가 되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너와 나의 꿈)
이후엔 W양이 챙겨본다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본다. 최종화 직전화인데, 챙겨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옆에서 대충 소리만 듣던 Z양이 이거 나중에 결말 설마 이거 아니냐고 하는데, 결말 그거 맞았고요...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서사 하나는 기막히게 파악하는 친구들ㅋㅋㅋㅋ
이후에도 TV 프로그램 이것저것을 전전하며 여유로운 주말의 정석 같은 하루를 보낸다. 시골집에 있는 동안 [차트를 달리는 남자]만 엄청 봄ㅋㅋㅋㅋ 딱히 막 재밌지는 않은데 그냥 정신 빼고 보게 하는 마법이 걸려있다.. 다른 방송을 보다간, 공중파 예능 자막에 '빼박' 같은 단어가 고스란히 나와서, 요즘 방송에서 저런 단어도 그냥 막 쓰냐며 놀란다. 표현, 문장, 서사 이런 거에 민감한 전공자들 같으니라고ㅋㅋㅋㅋ
생각보다(?) 건전하고 소소한 파티가 마무리된 후 누워서 TV 보다가 잠을 청한다. 크리스마스인데 참 재미있는 영화도 안 해서 채널을 한참이나 전전한다. 전날에도 이랬는데, 어떻게 [나 홀로 집에]도 한 편 안 해줄 수 있지? 채널을 무려 두어 바퀴나 돌리다가 [러브 액츄얼리]가 방영 중인 걸 발견한다. 작년에도 앙둥이랑 시골집에서 이거 봤었는데! 최애 장면, 토마스 생스터의 대사, "사랑에 빠진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있나요?"
조금 더 보자니 잠이 솔솔 와서 TV를 끄고 잠을 청한다. 작년과 달리 이번엔 짧은 방문이기에 내일은 벌써 집으로 돌아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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