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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사진일기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03

by Heigraphy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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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밝았다. 옆에서 분주한 친구들을 두고 잠이 깨다 들다 한다. 바쁜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올라가야 한다는 친구들과 달리, 하루 더 휴가를 내서 오후 느즈막히 가려는 내가 여유를 부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친구들이 이미 갈 준비를 다 끝내고, 더 자라는 의미로 일부러 안 깨웠다며 자기들은 가겠다고 한다. '어? 나한테 배웅할 기회는 줘...!'

  비몽사몽하며 겉옷만 대충 걸치고 친구들을 따라 나섰더니 이럴까 봐 안 깨웠다고 한다. 정류장까지만, 아니면 저 앞에 갈래길까지만 같이 가겠다고 한다. 잠은 너희들 가고 나서 더 자도 된단 말이야. 사실 더 자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결국 갈래길에서 헤어지고 친구들 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우연히 건너집 할매를 만나는 모습이 보인다. 할매도 시내에 나가시는 길인가 보다. 벌써 가냐며, 그런데 쟤(나)는 안 가냐고 물어보신다. "쟤는 오후에 간대요-"라고 친구들이 대답한 모양이다. 정류장까지 코앞이긴 하지만, 처음 타는 버스를 친구들끼리만 타도록 보내는 게 조금 불안하기도 했는데, 할매랑 같이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아침 산책
메리와 아침 산책

  일단 일어났으니 뭘 한다? 메리와 산책을 한다. 나도 오후에 돌아갈 거니까, 있는 동안 더 더 많이 함께 해야지. 그래서 이번 게시물에는 메리 사진이 매우 많을 예정. 애초에, 목적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였지만, 목표는 메리랑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라서, 여느 때보다 더더욱 부지런해진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고양이 친구들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도망가는 고양이
고양이 친구들

  언제부턴가 동네에 고양이 친구들도 종종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서 흘러 들어와서 누가 돌봐주는 녀석들일까? 멀찍이서 우리를 한 번 보더니, 우리가 같은 방향으로 가려고 하자 호다닥 달아난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눈길 산책
오늘도 눈길을 열심히 걸어본다

  처음엔 하수구 건너는 거 무서워하던 메리였는데, 이제 이 정도는 폴짝폴짝 잘도 뛰어서 건넌다. 눈밭에 서있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리는 늠름한 강아지 같으니라고. 똑똑하고 순하고 용감하고, 너 정말 사랑스럽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소와 인사하기
소 친구를 만난 메리

  산책하다보면 소 친구 만나는 게 일상인 이곳. 늘 멀찍이서 한 번 슬쩍 보고는 먼저 고개를 돌리는 메리... 용감하다고 했던 거 취소... 선택적으로 용감한 우리 메리😂 가끔 튀어나오는 너의 겁쟁이 기질까지도 사랑해.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눈밭에 뒹굴뒹굴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눈밭에 뒹굴뒹굴
눈밭에 뒹굴뒹굴

  언젠가 강형욱 선생님 영상에서, 고양이 똥이 강아지들에게는 엄청 좋은 향수 같은 거라서, 발견하면 막 몸을 비비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날의 메리가 딱 그랬다. 잘 가다가 갑자기 눈을 헤치고 바닥에 코를 박더니 그 자리에서 뒹굴뒹굴. 고양이 똥만큼 좋은 거라도 있니, 메리야?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
메리와 트리🎄

  진짜 트리는 아니지만 트리 모양대로 예쁘게 잘 자란 나무 옆에서 우리 메리 사진 한 장. 메리야, 메리 크리스마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친구와 인사
친구와 인사하는 메리

  리드줄이 길어지면서 메리는 요즘 동네 친구들와 하나 둘 인사를 하고 다닌다. 메리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니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나도 편하다.

  메리야 그래도 나랑 산책하면서 이미 몇몇 친구들을 만나봤지만, 사진 속의 이 친구는 다른 친구를 거의 처음 보는 걸 텐데, 서로 꽤 신사적으로 인사를 한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냄새 맡으며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또 다른 소 친구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또 다른 소 친구
또 다른 소 친구, 하지만 금방 고개를 돌려버리지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송아지 친구
자유로운 송아지 친구를 또 만났다

  전날 길에서 갑자기 마주쳤던 그 송아지 친구도 또 마주친다. 풀어놔도 어디 멀리 안 가고 외양간 주위를 뱅뱅 도는 모양이다. 왜 이 친구만 나와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란 말이야.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기분 좋은 메리
기분 좋은 메리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기분 좋은 메리
여유로운 메리

  1년이면 강아지들은 성견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싶은데, 메리의 귀는 여전히 종종 살짝 접힌다. 아직도 덜 큰 걸까 아니면 이런 외양을 타고난 걸까? 이 댕댕이 참 매력 포인트가 있단 말이야.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산책 후 간식
산책 후 간식 타임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산책 후 간식
맛있었구나?

  산책 마치고 왔으니 어김없이 간식 타임. 산책 마친 후, 날 빤히 쳐다보는 메리를 뒤로하고 혼자 집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늘 조금 무겁지만, 함께 있을 때 이렇게나마 메리에게 행복한 순간을 늘려줘야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면 나도 참 기분이 좋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로와상과 커피
인간의 아점

  꽤 긴 산책 후 나도 드디어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는다. 전날 아침식사로 먹고 남은 태극당표 크로와상과 커피. 역시 꿀맛이다.

  한 친구는 나 일부러 청소도 더 하고 뒷정리 하고 가려고 혼자 오후에 가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냥 이런 여유 더 부리고 싶어서 그런 것일 뿐. 아침 일찍 떠나면서 설거지까지 싹 하고 나간 친구들 덕분에 딱히 더 할 일이 없다. 심지어 전날 됐다고 됐다고 해도 자기가 청소기 돌리는 것도 모자라서 물걸레로 바닥까지 다 닦았는데 내가 더 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나 먹은 거나 설거지하고 수건 정도 세탁기에 돌린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오후 산책 시골 풍경
오후 산책, 시골 풍경

  버스 시간 맞춰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까지 싹 마친 후에 오후 산책을 하러 나온다. 해가 중천에서 조금 더 기운 시간대의 시골 풍경. 반은 그늘지고 반은 햇빛이 아주 잘 들어서 벼 베인 자리와 낙엽진 식물의 이파리가 황금빛으로 물듦.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처음 가보는 길
처음 가보는 길로 산책하기

  마지막 날이니만큼 작정하고 산책하는 날. 아무리 차가 드문 시골이라지만, 한 대라도 지나갈 때면 꽤 쌩 하고 지나가기 때문에 차도 쪽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메리의 호기심 대탐험을 위해 차도를 지나 조심조심 길을 나서본다. 줄 짧게 잡고, 최대한 메리 옆에 붙어서 조심조심. 그렇게 무사히 옆 동네 가서 새로운 풍경도 보고, 길 양옆으로 난 새로운 밭에서 새로운 냄새도 열심히 맡는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이웃집 친구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놀고 싶은 메리
처음 만난 이웃집 친구! 메리는 놀고 싶은 듯하다

  동네에 조금 자유로운 댕댕이가 또 있었나 보다. 서로 마주치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메리가 놀자고 가슴을 낮추고 꼬리를 흔든다. 그러나 친구는 뭔가 당황스러웠는지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아니 작년에 조랭이떡이 놀자고 다가올 때면 메리가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는데, 언제 이렇게 처음 보는 친구랑도 놀자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강아지가 된 거야? 적극적인 메리 낯설고 귀엽다. 동네 친구들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어.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긴 산책
오늘은 특별히 더 긴 산책

  나도 메리랑 사진 하나 찍고 싶은데, 메리를 앉혀놓고 얌전하게 사진찍기란 거의 불가능이라서 내 그림자라도 같이 나오게 열심히 찍어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가 된 건지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산책 후 오리목뼈 간식
산책 후 오리목뼈 간식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간식 먹는 메리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간식 먹는 메리
오리목뼈도 이게 딱 마지막. 맛있었길 바라.

  (당분간) 마지막 산책, 마지막 간식. 2박 3일 간 준 간식이 딱 알맞아서 다행이다. 부족하면 아쉽고, 남아도 아마 처치곤란일 테니까. 다음에 올 땐 더 맛있는 거 가지고 올게! 2박 3일 동안 덕분에 행복했다, 메리야.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손톱달이 뜬 시골 하늘
손톱달이 뜬 시골 하늘

  갈 채비를 하고, 삼촌께 저 오늘 올라간다고 전화를 드리고, 메리한테도 한 번 더 인사를 한다. 집에서 차가 나갈 때는 사람이 아예 가는 걸 아는지 목이 터져라 짖던 메리였는데, 가방 메고 몸만 나서니 저게 외출인지 아예 가는 건지 몰라서 짖지도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작년부터 생각한 건데 네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붙잡고 설명이라도 잘 하고 싶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려니 금세 하늘이 어두워져 있다.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는 몰라서, 작년에 앙둥이가 이 시간쯤 탔으니 이때쯤 나가있으면 되겠지, 하는 뇌피셜로 길을 나선다. 아직도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잔뜩 늦장을 부리며 가는데, 한 50m를 앞두고 건너편에서 버스 한 대가 슝 지나간다.

 

  '어..? 설마 저게 내가 타야될 버스 아니었겠지..?'

 

  내가 타야될 버스 맞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류장에 앉아서 4-50분을 더 기다려 보지만, 시(時)가 바뀌도록 버스는 오지 않는다. 그게 마지막 버스였으니 당연하지...

  어쩐지 나가는 길에 웬 택시가 들어오던데, 그말인즉 시내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버스는 진작에 지나갔다는 거고, 그 버스가 다시 종점을 찍고 시내로 나갈 때 내가 타는 건데, 나도 늦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려야 했다. 춥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려봤으나 헛수고!

  카카오택시라도 불러서 탈까 했지만, 시내에서 동네 들어올 때는 몰라도 이 저녁에 동네에서 시내 나가는 택시가 잡힐지 의문이고, 이미 버스 기다린다고 시간을 많이 허비해서 기차 시간이 꽤 촉박한 관계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무리해서 택시라도 타고 가서 오늘 갈 것이냐, 그냥 시골집에서 하루 더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갈 것이냐.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 어이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한탄을 하니, 엄마는 내일 일정만 괜찮으면 그냥 자고 오라고 하신다. 이럴 줄 알고 나 휴가 하루 더 낸 거였나...?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예정에 없던 밤산책
메리와의 밤 산책...

  그렇게..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하루 더 자고 가기로. 덕분에(?) 메리는 뜻밖의 밤 산책 추가! 내일 아침까지 산책하다가 갈게😂

  아침에 일찍 떠난 친구들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니 걱정을 한다. 아침에 아무래도 같이 갔어야 했던 것 같다고, 버스를 탈 때는 이쪽 정류장에서 타야 한다고, 기차역까지 가니 시간이 이 정도가 되어서 아침 기차는 이 시간쯤 예매하면 된다고, 본인들이 불과 몇 시간 전에 겪은 경험을 토대로 정보를 마구마구 나누어준다. 이젠 뇌피셜 말고 친구들의 정보를 받들어 움직여야겠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나드리쫄면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나드리쫄면
예정에 없던 저녁식사, 나드리쫄면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하나 남은 맥주와 저녁식사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반숙계란까지
하나 남은 맥주까지 까서 야무지게 흡입

  시골집 온 날 친구들이 나드리쫄면이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밀키트를 사왔었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결국 못 먹고 남기고 가나 했는데, 이렇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준다. 이거 없었으면 나 저녁도 제대로 못 먹었다. 친구들의 선견지명 최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심각한 상황도 아니니 즐겨주지, 뭐. 기왕 먹는 영주 명물 나드리쫄면 맛있게 먹고 싶으니, 계란을 삶고 맥주까지 곁들여서 알차고 야무지게 먹는다.

  김영하 작가님이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덕분에 소소하게나마 블로그에 쓸 썰 하나 이렇게 추가된 셈이니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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