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사진일기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04

by Heigraphy 2023. 1. 26.
반응형

 

  전날 버스를 놓치고 얼떨결에 하루 더 묵은 시골집. 진짜로 집에 갈 날이 밝았다. 집에 가기 전에 메리 산책을 한 번 더 하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난다. 메리랑 산책 최대한 많이 하기 최선을 다한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아침 산책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아침 산책
아침 산책, 신난 메리

  새벽같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대낮 같은 바깥 상황. 역시 시골집에서는 해 뜰 때 일어나고 해질 때 자야 가장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침부터 길을 나서서 메리는 깡총깡총 기분이 좋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소와 만남
ㅎㅎㅎ오늘도 여전히 겁쟁이

  어제 본 소 친구는 오늘 봐도 조금 무서워. 이제 소 친구한테 반갑다고 꼬리 흔들며 다가가면 내가 다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렇게 아닌 척 스리슬쩍 돌아서는 모습까지 사랑해.

  산책하는 중에 나를 걱정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받으며 잠시 한눈을 파는데, 메리가 길에 떨어져 있는 사람 음식을 주워 먹는다. 다행이라면(?) 날이 추워서 음식도 꽁꽁 얼어서 씹히지도 않는 덕분에, 바로 발견한 내가 손으로 뺄 수 있었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쳐다보는 메리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마지막 산책... 일부러 눈을 더 맞춰본다

  산책하다가 잠깐 멈춰 서면 앞서 걸어가다가도 뒤로 돌아와서 눈을 한 번 맞춰주는 메리. 이게 정말로 또 당분간 마지막 산책일 테니 눈을 맞추고 다가오면 열심히 예뻐해 준다. 오리목뼈는 다 먹었지만 아직 황태채가 남아서 마지막 간식도 야무지게 챙겨준다. 황태채는 조금 남았기에 큼직하게 '개 간식'이라고 써놓고 현관에서 가까운 곳에 둔다. (겉보기엔 사람 먹는 황태채랑 똑같이 생겨서 삼촌께서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하여)

  메리, 다음에 올 때까지 또 삼촌 말 잘 듣고 잘 지내고 있어야 해! 다음엔 조금 더 빨리 와서 날이 조금 더 따뜻할 때도 같이 산책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집에 가는 길
버스 기다리는 중

  아침 버스 기다리는 중. 전날 친구들의 조언대로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장소에 나가있는다. 이른 아침부터 나 집에는 잘 가고 있는지 걱정하여 번갈아 전화하고 카톡해주는 친구들. 시간을 잘 알려줘서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혀 심심하지도 않고 무척 안심이 된다.

  버스에 오르는데 기사님이 학생인지 일반인지 물어봐주셔서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도 10대로 오해를 받는다니 이거 좀 곤란한 걸? ♪(´▽`)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지저분해진 옷
옷이 많이 지저분해졌다

  출발하기 전에 물티슈랑 돌돌이로 겉옷 매무새를 열심히 잘 다듬었다고 생각했는데, 메리랑 열심히 논 흔적이 여전히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서울까지 이렇게 가는 게 조금은 부끄러워져서 잘 숨겨본다.

  그나저나, 시내까지 나가는 동안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버스에 많이 타신다. 기사님이 학생인지 물어본 게 내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냥 이곳의 평균 연령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려도 한참 어려 보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어느 정도였냐면, 버스에서 5-60대 어르신들이 자리를 양보할 정도. 그러니 나는 더더욱 앉아있을 수가 없지. 그러고 보니 매번 낮에 시내 나갈 때는 걸어서 나갔기 때문에 아침 버스를 타는 게 나도 처음이다. 그러니 이 풍경이 새롭게 느껴지는구나.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영주역 장우동 신영주점
추억의 장우동

  기차 시간까지는 꽤 넉넉하게 남았기에 아침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영주역에 내렸을 때부터 눈에 띄었던 장우동에서 이참에 밥을 먹어보기로. 추억의 맛집 장우동.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장우동 돈가스
돈가스

  어렸을 땐 많이 먹었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서울에서 자취를 감춰서 찾아보기 힘든 장우동. 여러 시그니처 메뉴가 있지만 어렸을 때처럼 돈가스를 먹는다. 계획했던 장우동에서의 아침식사까지, 완벽하게 시골집에서의 일정을 마친다.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영주역
영주역 도착
시골집 2022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서울행 기차
서울행 기차

  오늘은 무사히 제시간에 맞춰 기차역 도착. 예정에 없이 혼자 추가된 1박이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크리스마스나 그즈음이면 매번 친구들이랑 방을 따로 잡든 친구네 집에 가든 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시골집에서 우리끼리 떠들썩하게 보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조용하게 쉴 곳이 필요할 때, 혹은 그냥 친구들이랑 시간 보내고 싶을 때 이렇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 나중에 꼭 따뜻할 때도 놀러 와야지.

 

 

에필로그

~ 리드줄을 끊은 메리 ~

  시골집에서 돌아온 지 한참 후에 삼촌을 직접 뵙게 되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강아지 목줄은 보셨는지, 괜찮은지 여쭤보니, 당신께서 집에 내려가셨을 때 개가 안 보이더란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두면 돌아오겠지 싶어 당신 할 일 하시고, 밤에 불을 때시는데 어디선가 메리가 튀어나와서 좋다고 달려들더란다. 몸에는 하네스를 차고 리드줄을 질질 끈 채. 삼촌께서 놀라서 녀석을 데려다가 결국 다시 목줄을 바꾸셨다고. 아무래도 천으로 된 줄이라 근처 나무에 쓸리고 해서 금방 끊어진 것 같다고 하신다. 듣다가 놀라고, 마지막엔 다행이었지만, 삼촌께 죄송해서 참...

  주변에 그렇게까지 거친 게 있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래저래 찾아보니 개가 천으로 된 목줄을 이로 끊는 경우가 생각보다 허다한 모양이다. 메리는 얌전해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산이었나 보다. 오리목뼈 야무지게 씹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똘똘해서 집에 알아서 찾아오니 망정이지, 그대로 생사도 모르고 사라졌으면 메리도 걱정되고 삼촌께도 죄송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을 뻔했다.

  메리 녀석, 얌전히 있었어야 3m짜리 긴 줄로 살 텐데ㅠㅠ 바보 메리. 하네스랑 목줄도 새 거였는데 일주일을 채 못 쓰고 버린 셈 되었네. 다음에는 길지만 튼튼한 와이어 줄 같은 걸 준비해서 가봐야겠다. 또 빨리 시골집에 방문할 이유가 생김!

  매번 꿍꿍이(?) 세워서 가는 사고뭉치 조카이지만, 말 그대로 조카라 별말씀 못하시고 놔두시는 것 같은 우리 삼촌... 대신 다음 꿍꿍이는 꼭 삼촌의 허락을 제대로 받고 실행에 옮겨야지.

 

 

Copyright ⓒ 2015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