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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등린이의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by Heigraphy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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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생각만 많아 뭔가를 실천해야겠다 다짐했던 어느 날,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나도 언제 한 번 데려가달라는 제안을 했다. 평소에 자주 보던 친구는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매우 흔쾌히 환영해 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일정을 잡은 게 진심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그렇게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을 결정!

 

  원래 등산화를 비롯한 등산 관련 용품도 장비도 아무것도 없는 등린이 중의 등린이였는데, 겨울 산행은 좀 다를 것 같았다. 또, 친구는 등산에 꽤나 진심인 것 같은데 나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갔다가 짐이 되면 안 되니까 내 한 몸은 책임질 수 있게 준비하자 싶어 이참에 등산용품을 몇 가지 구매했다. 등산화, 등산양말, 등산장갑 (from 데카트론) 끝.

 

  친구한테 나 원래 스니커즈 신고 등산했는데 이번엔 신발 등 기본적인 거(basic things) 구매했다고 하니 그건 필수적인 거(essential things)라고 한다. 😂

 

 

도봉산 등산 코스

도봉산 등산 코스 (출처: KoreaHike)

● 등산코스 : 도봉산역→도봉통제소→도봉서원 터→도봉대피소→천축사→마당바위→신선대 (이후 반대 경로로 하산)

 

  도봉산에는 코스가 여러 개가 있는데, 우리는 신선대 최단 코스를 이용했다. 작년 여름에 아빠랑 같이 템플스테이 했던 천축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되는 경로이길래, 도전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엄청 쉬운 코스는 아니다. 도봉산에는 더 쉬운 능선 코스도 있긴 하니까. 그러나 신선대 최단 코스도 생각보다 할 만했다. 등린이 중의 등린이도 무사히 완주한 곳이니 다른 등린이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정표를 보면 '천축사' 방향을 따라 쭉 올라가면 된다.

 

 

본격적인 등산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천축사 일주문
천축사 일주문

  카메라를 챙겨가긴 했으나 이야기하면서 올라가서 별로 사용을 안 한 관계로 첫 사진이 천축사 일주문 사진. 사실 천축사까지 왔으면 거리상으로 이미 절반 이상은 온 거다. 여기서부터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좀 더 가팔라져서 쉽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마당바위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마당바위에 사는 고양이
마당바위와 고양이

  여기까지도 예전에 아빠랑 템플스테이 할 때 올라와본 곳이라 힘들었다기보다 반가운 마음이 좀 더 앞섰다. 그때는 고양이는 못 본 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 고양이가 제법 많다.

 

  마당바위부터 본격적인 돌길이 펼쳐지는데, 여기는 생각보다 눈이 안 쌓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마당바위 고양이와 교감하는 친구
고양이랑 대화 중

  이 고양이들은 높은 곳에서 좋은 공기에 좋은 경치 만끽하며 사니 행복할 거라고 하던 친구. 그래도 역시 배고픔은 어쩔 수 없는지 사람이 지나가면 뭐 떨어질 거라도 없나 싶어서 슬며시 다가오곤 하더라. 냥이가 "야옹-" 울기라도 하면 "Why?" 하며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게 좀 훈훈하고 재밌었다ㅋㅋㅋ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산 중턱 어딘가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고양이 가족

  마당바위 지나 조금 올라오니 여기에도 고양이가 있다. 얼룩고양이, 치즈고양이, 아깽이 등등 4-5마리는 되어 보인다. 여기서도 인간이 주는 음식 조금씩 받아먹고 있던 녀석들.

 

  근데 이 고양이들 다 중성화 수술이 된 녀석들 같은데 대체 어떤 경위로 이 산에서 살게 된 거지? 이미 산에 사는 길냥이를 누가 중성화를 해서 다시 산으로 돌려놓은 건가? 아니면 설마 집냥이였는데 산에다가... 는 아니겠지...?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눈 쌓인 산길 오르는 중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눈 쌓인 산길 오르는 중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눈 쌓인 산길 오르는 중
열심히 오르는 중

  아무리 겨울이어도 산을 오르다보면 덥고 땀이 나서 겉옷 하나쯤은 벗게 된다. 부피 큰 패딩을 입고 갔는데 그걸 담기에는 내 가방이 너무 작아서 결국 친구에게 신세 졌다. 이날 오르고 내리는 내내 길잡이가 되어주고, 짐도 대신 들어주고, 부족한 장비도 빌려준 친구. 진심으로 이 친구 없었으면 완주 못 했다.

 

  참, 등산화와 장갑은 준비했지만, 등산복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관계로 이날 상의는 운동복 상의>면 가디건>후드집업>패딩 순으로 껴입음. 겨울 산행에선 땀이 식을 때 저체온증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안쪽에 입는 옷은 땀은 날려 보내면서 외부 냉기는 차단해 주는 복장이어야 한다고 해서 그나마 신경 쓴 것. 땀이 날 때 벗을 수 있도록 얇은 거 여러 겹을 입는 게 좋다고 해서 쉽게 벗을 수 있는 옷들로 입었다. 모자도 있으면 좋대서 후드집업도 챙김.

 

  하의는 레깅스>조거팬츠 입었다. 대충 기모 조거팬츠 하나만 입으려다가 이날 좀 추운 것 같아 껴입었는데, 결론적으로 정상에서 엄청 추웠기에 잘한 선택이었다.

 

 

 

신선대 정상 도달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정상 완주 기념
도봉산 정상 신선대(726m) 등산 완료!

  약 2시간 여의 등산 끝에 도봉산 정상 도착! 신선대 정상.. 춥다. 진짜 춥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손발은 둔해지고 온몸이 덜덜 떨린다. 가장 대비가 부족했던 얼굴은 추워서 결국 금세 감각을 잃어버린다. 정상에 도착하기 한 50m 전부터 공기와 바람이 달라진다. 겨울 도봉산 등산할 때는 꼭 방한 마스크 등을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정상에서 사진찍기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정상에서 사진찍기
추워도 기록은 남겨야 해

  이날 친구 덕분에 이래저래 내 사진이 많이 남았다. 카메라를 가져온 나는 카메라로, 블랙야크 100대 명산 리스트를 채우겠다는 목표를 가진 친구는 핸드폰으로 각자의 기록을 남긴다. 친구가 가져온 삼각대로 같이 기념사진도 남김.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해발 726m 정상 도시 풍경
정상에서의 풍경-도시와 산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해발 726m 정상 반대편 설산 풍경
정상에서의 풍경-설산

  산 뷰와 도시 뷰가 적절히 어우러진 풍경. 반대쪽을 바라보니 설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거 참 올라온 보람이 있는 풍경일세. 산과 도시가 적절히 어우러진 경치를 보면서, 새삼스레 서울은 고층빌딩도 많고 산도 많은 참 독특하면서 하이킹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도봉산은 봉우리가 3-4개쯤 되는데, 이제 옆 봉우리 가보겠냐는 친구의 말에 순간적으로 내가 물음표 가득한 표정이 되자 친구가 바로 조크였다고 한다. 우리가 안 세월은 꽤 오래임에도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은 많지 않아 아직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 '하면 하지' 사람이거든...? 농담으로 던진 말에도 하자고 덥석 물 수 있는 사람이니 그렇게 가볍게 물어보면 안 된다구ㅋㅋㅋㅋ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정상에 핀 소나무
신선대 바로 아래 photo by P

  하산하면서 본 풍경 중 가장 멋있고 좋았으나, 이미 정상에서 겨울 산바람에 체력을 다 빼앗기는 바람에 카메라 들 힘조차 없었다. 이 사진은 친구가 찍어서 보내준 건데, 너무 멋져서 올려봄.

 

  다시 약 2시간 가까이 걸려 하산도 무사히 완료. 아무래도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좀 더 힘들긴 했는데, 생각보다 할 만했다. 처음 장만한 등산화의 힘을 좀 느낀 것 같기도 하고. 친구도 도봉산을 꽤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초보라고 했던 내가 그럼에도 잘 따라와 줘서 다행이라고 한다. 아, 내려갈 때 한 번 미끄러져서 엉덩방아 찧었던 건 안 비밀😂

 

  전체적으로 중간중간 물 마시고 에너지바도 먹고 하면서 쉬엄쉬엄 걸어 왕복 총 4시간 정도 걸렸다. 그동안 얘기를 꽤 많이 나눴고 친구에 대해서 처음 아는 사실들도 많아서 그런 점에서도 좋은 시간이었다. 친구가 페이스 조절을 잘 해준 덕분에 대화할 여유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마주친 다른 등산객들과 서로 인사하고 양보하면서 다닌 것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설날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라 새해 인사를 주고받은 게 참 훈훈했다. 신선대를 코앞에 두고 저기 되게 funny 하다고 해주신 어느 아저씨 말씀에 웃기도 했다.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시려고 해서 감사합니다.

 

 

 

하산 후 만찬

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하산 후 뒤풀이 삼겹살겨울 도봉산 신선대 등산 하산 후 뒤풀이 삼겹살 후 볶음밥
뒤풀이 삼겹살

  내려오니 딱 해가 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 식사를 하러 갔다. 둘 다 꽤 배가 고파서 고기 먹어야겠다며 삼겹살 먹으러 감. 시장이 반찬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엄청 푸짐하고 맛있었다. 이제 도봉산 간다는 친구들한테 맛집 소개해줄 수 있다. 든든한 식사로 완벽한 마무리.

 

  다음날 아침까지는 다리가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뭔가를 하느라 하루종일 앉은 자세로 있고 전혀 풀어주지 못했더니 근육통 정도가 아니라 근육이 찢어지는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한 일주일 고생하긴 했다. 등산 자체보다도 등산 후 스트레칭 등으로 다리를 잘 풀어주는 게 중요한 듯하다.

 

  아무튼, 케이블카 탄 거 제외, 최근에 내가 두 발로 직접 올라본 산 중엔 가장 높은 곳의 정상을 찍고 온 것 같은데,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서 앞으로도 종종 등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경험 선사해 준 P군에게도 감사!

 

 

등린이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도봉산 신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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