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지인들을 만나며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21년 1월쯤에 날 풀리면 드라이브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둘 다 깜빡 잊고 살다가 어느새 해가 바뀌고 나서야 만나게 된 나의 동기. 그리고 가까운 곳에 살아서 나와는 종종 보던 친구까지 오랜만에 셋이 뭉쳤다. 워낙에 단합 같은 거 잘 안 되던 과였으니 3명 이상 모이면 이미 동기모임이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외치며 하얀집에서 술 마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 친구들이랑도 벌써 10년지기라니.
만났으니 일단 식사부터 한다. 중간지라기엔 애매한데 다른 곳에서 만나기는 더 애매해서 어쩌다 보니 내게 익숙한 곳으로 부르게 됐다. 안 그래도 예민한 시국에 귀한 시간 내서 와줘서 고마워 친구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어디서부터 소식을 업데이트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금세 최신 근황부터 10년 전 이야기까지 차례차례 거슬러 올라가며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추억의 인물들도 거론되고, 인상 깊었던 사건들도 회자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은 이상한 사람들도 참 많았던 작은 세상이었고, 스물, 스물한 살 무렵의 우리는 매우 순진했다. 뭐, 물론 누군가에겐 우리가 이상한 애들이었을 수도 있겠지. 알아도 또 하면 또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나는 몰랐던 그 시절(?) 썰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고 듣다 보니 꽉 차 있던 식당에 어느새 우리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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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봤다는 친구들과 사주를 보고 싶은 나. 얼핏 들어보니 친구들의 성향과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서 흥미롭게 듣는다. 한편으론 사주에서 그런 것도 나오냐며 연신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앞으로의 팔자는 놀라운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는데, 이를 맹신할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할 건 열심히 하고 조심할 건 조심할 수 있도록 재미로 보기에는 괜찮지 않나 싶다.
아직 나눌 얘기가 한가득인데 벌써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몇 년 만에 만나서 3시간도 채 이야기를 못 했으니 당연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근황도 다 업데이트를 못 한 것 같은데, 10년 치 추억팔이를 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것 같다. 물론 그중에 우리가 학교를 같이 다닌 4-5년 간의 추억들이 집중적이겠지만, 그 시절을 회상하면 유독 할 얘기가 더 많은 느낌이다. 나이 들어 만나도 여전히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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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 명이서 사진 찍은 것도 정말 오랜만! 다음엔 꼭 드라이브를 가자며 약속한다. 내가 운전할 것도 아닌데 가자고 조르는 이 모습이란. 흔쾌히 좋다고 했으니 올해는 할 수 있겠지?^_^
솔직히 말하자면 새해가 되어도 아직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인식은 잘 못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들을 만나서 딱 10년 전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오히려 확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이제 다들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도 물씬. 그때의 우리도 어른으로 만난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우리는 그냥 어렸구나 싶다. 또 10년 뒤에 돌아보면 이때 참 어렸었지 싶으려나.
친구의 제안으로 헤어지기 전 화이팅을 하고, 나는 또 이거 올려야 된다며 사진을 찍는다. 왠지 이 짧은 순간에도 각자의 성격이 나타나는 느낌이다. 화이팅이 끝남과 동시에 세 사람이 정확히 세 갈래로 뿔뿔이 흩어져서 가게 된 것도 좀 웃기다. 이렇게 다른 곳에 사는데 시간 내서 만나준 친구들 너무 고마워.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것 같은 몇 없는 소중한 동기들. 대학 친구는 오래 못 간다는 맹랑한 소리는 도대체 누가 한 걸까. 앞으로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얼굴 보며 지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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