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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2'어게인 제주(제주)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01

by Heigraphy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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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6-7년 전에 다녀온 이후로 처음 다녀온 제주도. 당시에 운전을 못해서 큰 불편을 겪었고,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제주도 갈 바엔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꽤 오래 살았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렵게 되어서 국내 위주로 다니면서도 제주도는 선택지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타는 거였다. 초보이니 50cc 정도 빌려서 해안도로 따라 서쪽으로 돌기(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돌고 싶어서). 낭만도 있고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교통수단인 것 같았다.

  오랫동안 외면했지만 이만하면 다시 한 번쯤은 가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 때, 조금 긴 휴일이 생겨서 결국 제주도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날짜가 다가오니, 딱 내가 방문하는 3박 4일 중 중간 이틀 동안 한파주의보에 비, 심지어 눈까지 내린다고 한다. 이럴 수가 있나? 야속하기도 해라.

  출발 이틀 전쯤 스쿠터 업체와 상담을 했는데, 제가 스쿠터가 처음인데 대여하는 동안 비와 눈까지 올 수도 있다고 하던데 괜찮을까 물어보니, 업체마저도 솔직하게 그런 경우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즐거움보다도 안전이 우선이라며, 예보 상 강수량이 많지 않아서 비까지는 어찌 탈 수 있다고 해도, 눈까지 오면 배달 라이더 아닌 이상 웬만하면 말리고 싶단다. 그래서 결국 스쿠터는 깔끔하게 포기.

 

 

  스쿠터만이 이번 제주 여행에서 유일한 계획이었는데, 이게 취소되니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나게 되었다. 숙소도 대충 후보 몇 개 알아두고 거의 실시간으로 예약해서 다니는 지경. 여행갈 때 원래도 크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로 무계획에 가까웠던 여행이었다.

 

 

제주로 출발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부산에어
제주행 비행기

  올해 처음 타는 비행기. 국내선이지만 바다를 건너서인지 그나마 가장 여행 가는 기분이 나는 여정이었다. 국내선 타는데 1시간 반이나 먼저 공항에 가있는 사람 나야 나. 항공사는 부산에어.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부산에어 기내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부산에어 기내
기내 플러그

  좌석 간 간격이 상당히 좁다고 느꼈던 부산에어 이코노미. 플러그는 좌석 아래에 배치되어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다 안 들어오다 해서 충전이 되다 말다 하더라. USB로도 충전할 수 있고, 콘센트도 꽂을 수 있음.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부산에어 비행
구름 위

  눈과 비를 동반한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씨라 그런지 구름이 참 많았다. 이런 날 비행의 묘미는 그 구름들을 발 아래 두고, 나는 맑은 햇살 받으며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거겠지.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김영하 여행의 이유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김영하 여행의 이유
김영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

  이번 여행 동안 읽을 책.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 콘텐츠는 참 안 보는 나로서, 이 책도 출간되었을 때는 안 보다가 왠지 제주 여행 동안 에세이 하나 가볍게 읽고 싶어서 집어 든 책.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어서 혼자 비행기에서 키득키득대면서 읽었다. 나도 여행을 하며 혼자 막연히 생각하고 느끼던 것들을 잘 다듬어진 글로 남겨주어서 굉장히 반가웠던 책이다.

 

 

제주도 도착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제주도 도착
제주 국제 공항 WELCOME

  1시간도 채 안 걸려서 도착한 제주도. 공항을 나서자마자 이국적인 나무가 반겨준다. 날씨는 벌써부터 조금 흐림.

  그나저나 공항에 무료 우산이 배치되어 있더라고? 사실 숙소에도 우산 같은 건 대부분 구비되어 있을 텐데 그 점을 간과하고 무려 서울에서부터 장우산을 가져갔더랬다. 여행 내내 들고 다니기 너무 불편해서 여행 하수 같은 실수를 했다는 마음에 자괴감이 들었네.

 

 

식사-서광마을국수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도두이동 서광마을국수
서광마을국수

  도착했으니 일단 식사부터 한다.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가는 길에 위치한 서광마을국수. 공항 뒤쪽이라 지도상으론 참 가까운데, 대중교통으로 가긴 별로 안 좋아서 시작부터 택시 플렉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광마을국수 고기국수 후라이 김밥
고기국수 한 상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광마을국수 고기국수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광마을국수 후라이 김밥
고기국수와 후라이 김밥

  시작부터 비바람 맞다가 들어와서 먹는 따끈한 고기국수 꿀맛. 이젠 서울에도 맛있는 고기국수집들이 꽤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주도에서 먹는 고기국수는 다른 것 같은 느낌. 국수도 김밥도 전반적으로 삼삼하면서 부드러운 게 괜찮았고, 제주 첫끼로 속 채우기 좋았다.

 

 

숙소로 이동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바다
제주 바다

  밥 먹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이렇게 다 져버림. 파도가 제법 거세게 몰아치는데 바다 보겠다고 여기 서있는 나 제법 웃겨...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호텔 백악관
호텔 백악관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바다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바다

  아무튼 숙소 가는 버스 타려면 이 해안도로를 조금 걸어야 했다. 파도 거센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날이 조금만 더 밝았으면 해안도로 따라 조금 걸어봐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래도 날씨가 춥고 궂어서 이때까진 스쿠터는 안 타길 잘했다고 생각함.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버스 타고 이동하면서 본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 여러 구조물들이 알록달록 무지개색을 띠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숙소 가는 길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숙소 가는 길
가로등도 없는 길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까지는 한 10분 정도 걸어야 했는데, 진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같이 어두운 길이 나와서 어이가 없어지면서 아차 싶었다. 6-7년 전 뭣도 모르고 여행 왔을 때도 이런 길 자주 봤는데, 그때는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냥 싫음ㅠㅠ 핸드폰 플래시 켜고 가도 시야가 정말 좁아서 길 찾기가 참 난감하고 어렵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가 무슨 주민센터 앞인가 그런 데다가 전기차 충전소도 있는데, 가로등이 단 하-나도 없을 수가 있나...

 

 

숙소-한림 라파로마 휴양펜션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한림 라파로마 휴양펜션
숙소 한림 라파로마 휴양펜션

  찾기 힘든 샛길로 알려주는 카카오맵과 저녁이면 이미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제주의 길 환장의 콜라보를 뚫고 겨우 도착한 첫 번째 숙소, 한림 라파로마 휴양펜션. 3박 4일 묵으면서 숙소 3개나 쓴 사람 나야 나..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한림 라파로마 휴양펜션 15평 원룸
한림 라파로마 휴양펜션 15평 원룸

  혼자 쓰기에 참 넓고 따뜻하고 괜찮았던 숙소. 일행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했다.

  10분 거리 내에 뭐가 없어서, 숙소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려운 뚜벅이라면 들어오기 전에 먹을 거든 뭐든 필요한 거 바리바리 싸들고 오기를 추천.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디지털 노마드
하루의 마무리

  평일에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저녁에 매일 해야할 일이 있었고, 때문에 이번 여행 동안 나로서는 숙소에 정말 일찍 들어간 편이다. 원래 여행 스타일 같으면 이 시간이면 어딘가에서 뭔가를 먹든, 맥주를 한 잔 하든, 야경을 보든 하느라 바빴을 텐데. 제주 여행 동안엔 이미 진작 숙소 들어와서 씻고 잘 준비까지 싹 마치고 남은 일 하는 시간이었다. 이 저녁 루틴은 집에서도 비슷해서 일 끝나니 집에서처럼 노래 들으면서 블로그도 하나 쓰고 싶어지더라고.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숙소 야식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숙소 야식 코코아
야식 후라이 김밥, 마무리 핫초코

  아침에 먹으려고 사온 김밥은 결국 일 끝나고 야식으로 먹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해오던 일 시스템이 크게 개편돼서 준비할 것도 있고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배가 고파졌나 봐(는 핑계)... 핫초코는 스틱을 챙겨가서 숙소에서 타 마셨다. 이것마저도 없었으면 밤새도록 너무 배고플 뻔했어. 인근에 편의시설 별로 없는 숙소를 예약한 제주 여행 뚜벅이들은 늘 먹을 것을 넉넉하게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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