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자매들을 만나 2020년 득과 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아래 리스트가 생각나지는 않아서 그냥 올해 나는, 해도 잘 안 되는 게 있기도 하다는 무기력한 기분을 약간 얻었고, 낭만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득에 대해서는.. 쉽게 말을 못 했다. 나는 원래 늘 현재가 제일 좋고 만족스러운 사람인데, 글쎄 올 한 해는 늘 똑같이 무덤덤한 척했지만 유독 힘들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아래 리스트는 다이어리에 아마 2019년 12월 말이나 2020년 1월 초쯤 적었을 거다. 즉 코로나 창궐 전에 적은 리스트. 코로나가 내 2020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자기계발
ㆍ운전면허 따기 (1종 보통) (2020.03)
ㆍ토익 900 이상 or 오픽 IH 이상 취득 (2020.10)
ㆍIELTS 0.0 이상 받기
: 시험은 봤으나..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공부하면서 막막하기만 하진 않았기에, '나 영어 초허접은 아니네!' 하고 오히려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다.
ㆍ최소 한 군데 이상 면접 보기 (2020.04)
ㆍ사진 관련 책 1권 이상 완독 하기
ㆍ네덜란드어로 프리토킹하기 (Taalhuis도 인정)
: Taalhuis는 네덜란드 지역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언어 학습 프로그램 같은 건데, Taalhuis는 커녕 공항 근처에도 못 가본 올해^^
취미생활
ㆍ블로그 방문객 500,000명 찍기 (일평균 400명 이상)
: 올 한 해 블로그 진-짜 게으르게 했지. 근데 늘 올리던 공연후기, 여행기, 타향살이(?) 등을 올릴 수 없어서 그랬다고 약간의 변명을 하고 싶다.
ㆍ드로잉북 끝내기
여행
ㆍ제주도 여행하기
ㆍ아시아 3박 4일 이상 여행하기 (중국 베이징 제외)
: 근 몇 년 동안 유럽만 가고 정작 가까운 아시아는 못 가서 썼던 항목. 베이징을 제외한 이유는, 당시 근시일에 베이징을 경유하면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일정에 예외 조항을 둔 것이었다. 근데 결론적으로 베이징에서 친구도 못 만났고, 올해 그냥 서울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음.
운동
ㆍ평영, 접영 초급 수준까지는 할 줄 알기
ㆍ바다에서 튜브 없이 수영하기
: 수영은.. 올해 말해 뭐해.. 작년 이맘때 겨우 자유형, 배영 배우던 새내기였는데 그거나 까먹지 않았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올해 이룬 것은 딱 세 개. 그마저도 자기계발 관련 항목만 겨우 이뤘다. 그렇다고 나머지 항목이 엄청나게 이루기 어려운 항목도 아닌데. 예년 같으면 두 번도 더 이뤘을 항목들인데. 삶에 당근과 채찍이 함께 있었어야 했는데, 스스로에게 채찍만 휘두르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더 느껴지네. 근데.. 내년에는 과연 다시 당근을 줄 수 있을까? 적어도 희망을 가지고 버킷리스트에 다시 적어봐도 될까?
올해 '이렇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을 거면 왜 살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정말 그냥 사는 이유, 삶의 의미를 묻는, 던져봤자 답이 없는 질문 같은 것이 계속 머릿속에 떠다녔다. 2021년에는 부디 답이 없고 추상적인 질문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낭만을 정말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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