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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색하는 연습장

그들의 안부

by Heigraphy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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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한다. 더 이상 연락처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아무 용건 없이 갑자기 연락해보는 것이 상당히 어색할 만큼 시간이 지났으며, SNS도 모르거나 없어서 소식을 알 수도 없는 그런 인연들. 초등학생 때 짝이었던 그 친구는, 중학생 때 팔로알토를 처음 알게 해준 그 친구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정말 잘하던 그 친구는, 대학생 때 자신이 쓴 소설을 보여주던 그 선배는, 함께 공연을 보곤 했던 그 사람은, 네덜란드에서 만났던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씩 오래 보는 게 좋다고 버릇처럼 말하지만, 모든 인연이 언제 연락해도 이상하지 않고 반가운 인연이 되는 건 아니다. 여간 끈끈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연락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저 추억하는 인물로 남기도 한다. 그런 인연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는 것은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가끔, 그 용기가 부족해서 놓치는 인연이 많은 건 아닌가 싶다.

  요 근래 몇몇 지인에게 "먼저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별 거 아닌 거에 감사 인사를 받아 쑥스러우면서도, 나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 고맙고, 더 빨리 연락하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참 모순적인 인간이라 혼자가 좋으면서도 사람이 그립다. 그러니 내가 연락이 없다고 해도 그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면 좋겠다. 오히려 '얘가 나를 생각하다가 주저하는 시간이 길어 연락이 늦어졌구나' 하고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실 '이어질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라는 다소 냉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차가운 단계를 거쳐 일단 이어지기만 하면 모든 인연이 다 소중하다. 오늘도 문득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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