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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색하는 연습장

우물 속

by Heigraphy 202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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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문득, 내 세계가 너무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집순이 기질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특히 지난 1월 한 달 간을 돌아보면서 먹거나/산책하거나 말고는 무엇을 했나 싶더라. 사람도 안 만나고, 그렇다고 혼자서 책을 읽거나, 좋은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는 것처럼 좋은 자극을 받고 생산적인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닌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물론 주변 돌아가는 소식도 모르고 산 것 같다. 삶은 잠시 정체될 수 있어도, 내 세계가 좁아지다 못해 고립되는 듯한 느낌은 참을 수 없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2. 친구가 트는 음악마다 '이건 무슨 노래야? 누구 노래야?'를 되묻기 바빴다. 한 때는 사운드 클라우드 저 구석 어딘가에 있는 음악도 찾아 듣고, 좋아해 마지않는 음악계의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던 난데. 이젠 '아무려면 어때'라는 생각이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죄다 옛날노래 뿐이고, 그마저도 내 스스로가 지겨워서 못 듣겠다고 해버린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이더라?

 

3. 선덕여왕은 신라 말기에 백제의 압박과 고구려의 외면을 받았을 때, 굳은 결의로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고 탑의 층마다 신라를 침입해온 나라들의 이름을 적어 이들을 언젠가는 신라의 발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비전을 세웠다고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 멀리 보고 백성들과 불심으로 단합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 대단하지. 그리고 실제로 신라는 약 30년 뒤 삼국통일을 이룬다. 소실되지 않았다면, 실물을 정말 보고 싶은 유물 중 하나.

 

4. 선덕여왕의 황룡사 9층 목탑 같은, 내 삶의 비전은 뭐였더라? 그동안 너무 눈 앞의 위기를 넘기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한 때 내가 꾸던 꿈은 무엇이었나. 내 인생의 큰 그림은 무엇이었고, 앞으로는 무엇이어야 하나.

 

5. 세상에 관심 갖고 세계를 확장하기. 좋은 자극과 비전 찾기. 2월을 돌아봤을 때는, 부디 더 넓은 곳에 앉아 즐거운 것을 탐구하고 있는 내가 되어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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