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엄청 쨍하고 덥고 뜨겁던 어느 날, 양화대교 건너 합정에 점심 먹으러 갔다.
일하다가 점심에 평양냉면을 먹으러 갈 줄은 몰랐네.
한 한 달 만에 먹는 평냉인가?
동무밥상 예전부터 이름은 익히 들어서 한 번쯤 가고싶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냉면집들과 비교하면 염도가 꽤나 높은 편이라 사실 냉면맛은 크게 기대 안 했다.
염도가 1점이 훌쩍 넘어가는 평양냉면집 자체를 처음 보기도 했고..
그래도 이북 출신의 쉐프가 직접 이북 음식들을 만든다고 하니 그 점이 조금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소박해보였던 식당.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해있어서 더 그래보이기도 했다.
예전에 홍대 번화가 한복판에서 봤던 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뭐지..?
이미 방송도 탄 맛집이구나.
여느 평냉집처럼 점심에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했다.
운 좋게 웨이팅 없이 앉긴 했다만.
1인 1냉면을 주문하고, 여기서 또 소고기초무침이랑 찹쌀순대를 먹어봐야 한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곁가지 메뉴 패스😂
다음에 여유있게 와서 꼭 다른 메뉴도 뿌시리.
음식을 주문하면 기본 에피타이저로 들깨죽이 나온다.
이게 메뉴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개성 양반 들깨죽'인가 싶다.
고소하고 텁텁한게(?) 시원한 냉면 들이키도록 입맛 돋우기 좋았다.
절인 콩나물, 백김치, 절인 양배추가 나왔다.
다 절여져서 그런지 셋 다 맛은 비슷했던 것 같다.
밑반찬 종류도 다양해서 좋았음.
이북 출신 쉐프가 만들었다고 하니.. 북한에선 진짜 이런 반찬들이랑 먹나 궁금해졌다.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려 나왔던 평양냉면.
삶은 계란, 편육, 배, 오이 고명이 한 점씩 올라가있고, 무절임이 소량 올라가있다.
육수에는 들깨가 동동 떠다닌다.
아쉬웠다면.. 고기가 한 점밖에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
아무리 얇아도 두 점은 주던데 어떤 평냉집이든..^.ㅜ
한 점은 정말 아쉬웠다.
일단, 동무밥상 평양냉면 진짜 맛있다!!!!!
올해 새롭게 도장깨기 한다고 다녔던 평냉집 중에 제일 맛있었다.
염도 높다고 걱정할 게 아니었음.
적당히 간이 되어있고 감칠맛이 난다는 느낌이었지, 짜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던 걸 보면, 재료들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봉피양이나 우래옥 먹을 때는 내가 슴슴한 냉면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정인면옥이나 진미평양냉면 먹을 때는 내가 맛있게 먹은 냉면은 '슴슴'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고,
동무밥상을 먹으면서는 이게 단순히 염도의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내 냉면 취향이 뭔지 더 잘 알아가는 중.
면은 탄성이 별로 없고 잘 끊어지는 면이었다.
이로 잘 끊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젓가락으로 말아올릴 때 이미 일부분 투두둑 끊어지는 정도..?
또 면에서 약간의 메밀향도 나고.
정확히는 몰라도 여태 먹어본 냉면 중 메밀 함량이 꽤 높은 면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여러모로 여태 먹어본 냉면들과는 또 다른 맛이었던 동무밥상의 평양냉면.
개인적으로 을밀대, 필동면옥, 능라도에 이어 내 취향 냉면집 추가 등극.
여긴 진짜 친구들 데려가서 같이 먹고 싶다.
이것도 사실상 뭐 다 먹은 거긴 하지만..ㅎ
회사 사람 앞이 아니었다면 들깨 한 조각, 육수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끝까지 다 마셨을 것이다...
다음에 꼭 또 가서 냉면+@ 여유롭게 먹고 와야지.
동무밥상 평양냉면 대만족!
합정역 7번 출구 5분거리.
Copyright ⓒ 2021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발길 닿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안국] 힙한 수제버거집, 다운타우너 (9) | 2021.07.25 |
---|---|
[서울 안국] 전국의 농특산품이 한자리에, 상생상회 (6) | 2021.07.20 |
[서울 쌍문] 돈가스 맛집 합격, 구월십일 (4) | 2021.07.07 |
[서울 여의도] 메밀향 머금은 냉면, 정인면옥 (4) | 2021.06.06 |
[서울 성북] 행복해지는 떡볶.. 아니 빙수집, 빙수야~ (8) | 2021.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