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호 한 바퀴 돌기가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카페를 나오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져버렸다. 덕분에 볼 수 있게 된 청초호 야경.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화려하게 들어온 청초호 유원지 방면이다.
속초 중앙시장 (황부자튀김)
저녁 시간이지만 배가 안 고파서 일단 먹을 거랑 맥주 하나 사서 숙소 라운지에서 먹을 생각이다. 테이크아웃 음식은 역시 시장 음식이지.
평일 저녁, 시장에 사람이 참 많다. 원래 화, 수요일 휴무인 곳이 많은 듯한데, 이날은 2월 28일이었고, 다음날이 공휴일이라 문을 열었다고 한다. 화, 수요일이더라도 공휴일뿐만 아니라 공휴일 전날에도 연휴 느낌으로 연다고 하니 참고하기.
뭘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속초 왔으니 순대랑 대게는 먹고 싶어서 두 가지를 세트로 사 먹을 수 있는 황부자 튀김집을 선택한다. 시장 초입부터 끝까지 이런 (오징어 or 아바이)순대+튀김 파는 곳이 많고, 세트 구성 같은 것도 비슷한데, 여기가 가격이 제일 저렴하여 선택함. 어차피 어딜 가나 줄 서야 하고, 황부자 튀김집에도 사람이 참 많았다.
아바이순대는 예전에 먹어봤으니 이번에는 오징어순대, 그리고 예전에도 대게튀김이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대게순살튀김 세트를 포장한다. 숙소 오는 길에 맥주도 추가하여 최고의 마무리를 꿈꾼다.
당장은 배가 안 고파서 음식은 잠시 넣어두고, 일단 편한 상태이고 싶어서 잘 준비부터 하기로 한다. 근데... 따끈할 때도 하나 먹어보고 싶어서 대게튀김만 먼저 먹어봤는데, 따끈하고 바삭할 때 먹으니 짱맛... 시장에서부터 걸어오는 동안 조금 식고 눅눅해질 만도 한데, 아주 뜨겁지도 않고 생각보다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럽고, 오히려 먹기 딱 좋은 상태다.
아 침착맨 7시에 올라오자마자 못 봐서 그새 너무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잖슴~ 침 아저씨 없었을 땐 나 도대체 혼밥 어떻게 했더라..?ㅋㅋㅋㅋ
방에서는 취식 불가이고 라운지에서 음식 먹을 수 있는데, 11시까지 치워줘야 해서 조금은 급하게 먹는다. 혼자 먹기에 양이 많기도 해서 결국 순대가 조금 남아버린다. 버리긴 아까우니 일단 보관. 방에서 취식은 불가지만 냉장고가 있어 보관은 가능하다.
옆 테이블에도 라운지 이용객 두어 팀이 있었는데, 마감시간보다 조금 여유 있게 나가서 2차를 가는 듯하다. 체력도 좋으셔. 나는 이걸로 충분히 만족스럽게 첫날 마무리.
22,070보 걸은 이날의 기록. 내가 걸은 루트대로 청초호를 한 바퀴 돌면 공식적으론 7.8km 정도인 걸로 아는데, 나머지 4.3km 정도를 어디서 더 걸은 걸까...? 참으로 알찬 하루.
같은 거리를 걸어도 천천히 걸으면 큰 무리가 아닌데, 해 지기 전에 다 보려고 조금 급하게 걸었더니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있다. 다음날 인제 가서 또 약간의 트레킹 해야 되는데, 컨디션 조절을 잘못한 거 같아 걱정이 된다. 아니면 걷기 신발을 사야 하려나.
영금정 해돋이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큰일이다. 분명 아침부터 서울에서 운동 1시간+2시간 40분 버스 탑승+2만 보 넘게 걷기 여행을 해서 몸은 지치고 노곤노곤한데 잠이 안 온다. 다음날 해돋이 보러 갈 건데..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잤다기보다 눈만 잠깐 붙였다가 떴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속초에서 해돋이를 볼까 싶어서.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여행 중에는 참 초인적인 힘이 생긴단 말이야.
해뜨기 전, 어둑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영금정 전망대만 봐도 참 멋드러진다. 제시간에 이곳에 온 나 칭찬해.
이번에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7년 전 이야기. 그땐 한파주의보에 사람이 별로 없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파도가 엄청 거세서 좀 무서웠다. 날이 궂고 흐려서 결국 해돋이도 못 봐서 좀 아쉬운 기억이 있는 곳.
사실 잠을 못 잔 것뿐만 아니라, 날이 흐리다고 해서도 오늘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실제로 구름에 해가 가려버린 것 같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같이 기다려 본다.
영금정에는 정자가 두 개 있다. 개인적으론 위쪽에서 감상하는 경치가 더 멋있는 것 같다. 해가 뜨는 동안 붉게 물든 바다와 고즈넉한 정자를 같이 볼 수가 있으니까.
해가 구름에 가리긴 했는데, 왠지 구름 위로 곧 뜰 것 같기도 하고, 누구 하나 쉬이 발걸음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다른 이런저런 풍경들을 보며 시간을 조금 더 보내본다.
내 옆에는 부녀가 해돋이를 보러 왔는데, 삼일절인 만큼, 딸의 개학을 앞두고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서 온 듯했다. 그러나 해가 구름에 가려 뜰 기미가 안 보이자, 아버지가 "해는 이미 떴어. 네 학교 생활도 텄어."와 같은 농담을 하시고, 딸은 그만 좀 하라며 투덜대는데 이상하게 그 소리 듣는 게 좋았다. 당연히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 아닐 테고, 딸도 하하 웃으며 대꾸하고는 모습이, 부녀가 참 친하고 다정해 보였달까. 애초에 같이 해돋이를 보러 왔다는 것부터가 관계가 참 좋다는 거겠지.
삼삼오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가 들려, 어쩌다보니 지루하지 않았던 기다림의 시간.
날이 점점 밝는 것 같더니, 어느새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붉은 해. 날아가다가 걸린 새까지, 참 좋아하는 사진.
해가 바다 위로 뜨긴 떴는데 역시 구름에 가린 거구나. 구름 위로도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조금 더 기다려본다.
다행히(?)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은 건 아니고 틈이 있으니, 저 틈 사이로 곧 해가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옆에 있던 부녀 여행객은 결국 이 정도 본 것에 만족하고 자리를 뜬다. 그냥,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우연히 있었다는 이유로, 학교 생활 잘할 수 있기를 속으로 응원해요. 덕분에 기다림이 조금 덜 지루했어요.
영금정에서도 보이는 속초해변 방면 속초아이 관람차. 조금만 높은 곳이면 어디서나 보이는 것 같다. 존재감 인정.
반쪽이었다가 마침내 동그랗게 떠오른 해, 선명한 붉은 윤슬의 바다. 기다린 보람 있다!
확신은 없지만 급할 것도 없어서 그냥 조금 더 있었더니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을 줄이야. 구름이 있어도 충분히 멋진 해돋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하나 배웁니다. 7년, 2트 만에 봐서 기쁘다.
해 다 뜬 후 영금정의 모습. 새벽녘의 느낌이랑은 또 다르다. 해돋이 명소 영금정!
내가 올라간 곳이 정자전망대이고, 아래쪽에 보였던 게 해돋이정자이다. 해돋이정자도 가볼까 하다가, 그냥 멀리서 사진 하나 찍는 걸로 만족하기로 함.
올라갈 땐 못 봤던 설악산 방면 풍경. 날이 밝으니 산도 더 선명하게 보이는데, 아직 눈도 남아있는지 장관이다. 바다와 속초 시내와 설악산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꽤 잘 어우러진다.
다시 바삐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춰서서 찍은 사진. 아직 하늘빛이 주황색인 이른 아침 낚시라니 낭만 있다.
속초 여행하며 든 생각인데, 나는 그 어떤 것보다도 낭만과 정을 찾아서 여행을 다니는 것 같다. 사람 사는 모습 속에서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싶어서 더더욱 관찰하고 다가가고 한다. 일상에서 아무래도 그런 것들에 대한 결핍이 조금 있나? 여행만큼은 충만해지고 싶어.
제임스블루 호스텔 조식 및 체크아웃
간단하게 준비된 조식에 오징어순대 추가하기. 전날 먹고 남았는데 버리기는 아깝고 가져가기도 번거로워서 아침에 다 먹고 가기로.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린다.
제임스블루 호스텔 조식은 기본적으로 토스트, 잼, 커피, 차, 우유, 시리얼 등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셀프로 먹고 설거지하면 된다.
조식 먹으며 보니, 제임스블루 호스텔엔 가족 단위 투숙객이 많은 듯하다. 나 말고도 개인 간식 가져와서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많다.
키를 카운터 바구니에 넣고 비대면 체크아웃을 할 수 있다. 사람이 아무도 없길래 나도 비대면 체크아웃. 하루 잘 묵고 갑니다!
인제행 버스 타기
속초-인제 1박 2일 여행이니, 다음 목적지는 인제다. 다만 속초에서 갈 수 있는 터미널은 원통 터미널이라 그곳으로 향한다. 같은 강원도라 가까울 줄 알았는데, 35분 정도가 걸린다.
짧은 탑승이니 일반 버스로도 충분하다. 우등버스처럼 리클라이너 같은 좌석은 아니지만, 좌석 간 거리가 생각보다 넉넉해서 다리 충분히 뻗을 수 있고 좋다.
전날 잠을 못 자서 버스에서라도 자고 싶었는데, 35분밖에 안 되는 거리라 오히려 좀 아쉬웠네? 인제에서는 친구도 만나기로 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재미있게 보고 싶은데 말이지. 사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인제 자작나무숲 여행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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