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 봄이 오기 전에 겨울 여행만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 떠나고 싶었다. '겨울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는 역시 강원도 아닌가?' 그렇게 2월의 마지막 날과 삼일절을 끼고 다녀온 강원도 여행.
인제에 설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 있다고 하여 2월 중순쯤부터 계속 가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실천을 못 하고 있다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이틀 전에 대뜸 숙소부터 예약해버렸다. 역시 뭐든 일단 저지르고 봐야 움직이는 듯하다.
이번 여행이 내게 특별한 점은, 처음으로 카메라를 두고 간 여행이었다는 점. 이 여행기에 올라오는 사진은 모두 갤럭시S23으로 찍은 거다. 여행기뿐 아니라 갤럭시 S23의 사진이 어떤지 감상하는 재미로 봐줘도 좋을 것 같다.
서울에서 속초행 시외버스 타기
요즘 내 여행의 특징이 있다면, 여행 가면서도 일상을 포기 못 한다는 거다. 1박 2일 짧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늘 하던 운동을 하고 가느라 12시가 다 돼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속초를 가는 방법은 1)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기, 2)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기 두 가지가 있다. 동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는 게 시간이 20분 정도 덜 걸리고, 배차 시간이 적당해서 시외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에는 작게나마 식당가가 있다. 혹시 버스 시간이 조금 남고 출출하다면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편의점에서 우유 하나 사 마심. 운동 끝나고 바로 오느라 식사를 못 했는데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아서.
서울에서 속초행 시외버스는 대부분 우등버스인 것 같다. 앞뒤 좌석 간 간격이 넓고, 좌석이 리클라이너처럼 편안해서 좋다. 다만 키가 작으면(은 나..) 오히려 등받이가 멀게 느껴지고 허리가 떠서 불편할 수도... 있음... 조금 슬프다.
팔걸이 아래 USB-A타입을 꽂을 수 있는 포트가 있어서 핸드폰을 충전하는데, 2시간이 넘는 동안 겨우 11% 충전되었다는 사실... 충전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 배터리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
늦은 속초 도착, 점심식사
중간에 홍천 휴게소를 한 번 들렀다가, 속초에 도착한다. 예상 소요 시간은 2시간 10분이었는데, 딱히 차가 막힌 느낌도 아니었건만 30분이 더 걸려서 도착해버렸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식당을 갔으나, 그럼에도 조금 헤매느라 하루의 첫 식사를 3시가 다 되어서 하게 되었다. 메뉴는 이곳 면집강강에서만 파는 '강면'이라는 비빔면이다. 물회나 해산물 같은 바닷가 동네 메뉴를 먹는 것도 좋지만, 그냥 메뉴 상관없이 지역에서 맛있다는 집을 가보고 싶을 때도 있잖아?
호스텔 체크인
이번 여행 숙소는 제임스블루 호스텔(게스트하우스)이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 1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라운지는 공유하고 방은 단독으로 쓸 수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숙소.
생각보다 시설도 너무 깨끗하고 좋아서 만족스러웠던 곳. 더블룸이라 일단 예약해 놓고 전날 친구에게 급 번개를 쳤는데 아쉽게도 친구는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혼자 사용했고, 그게 아쉬울 정도였다. 대신 친구는 다음날 인제 여행에 함께하기로 했음.
여행 코스 : 청초호 한 바퀴
느지막이 도착한 속초라서 뭔가를 많이 하기는 어렵고, 깔끔하고 확실하게 청초호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대충 위 지도와 같은 형태로 돌았고, 경로는 다음과 같다.
- 제임스블루 호스텔(게스트하우스)
- 아바이마을
- 청초호 유원지
- 피노디아 엑스포타워
- 청초호수공원
- 칠성조선소 카페
- 중앙시장 (황부자튀김)
- 제임스블루 호스텔(게스트하우스)
경유 없이 빠르게 움직이면 약 7.8km, 2시간 정도가 걸려서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무슨 기록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니, 구경도 하고, 음료도 한 잔 마시고, 음식도 사고, 다리 아프면 좀 쉬어가기도 하면서 실제로는 5시간 정도 걸렸다.
자세한 루트가 궁금한 사람은 링크 참고.
금강대교 건너기
내게 속초는 다녀온 지 무려 7년이나 된 여행지이다. 돌이켜보니 처음으로 혼자 갔던 국내 여행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닐 수도 있다. 블로그를 쓰기 전에 다녀온 여행은 잘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당시 여행 초보라 여러모로 서툴렀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참 좋았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
그때는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이 금강대교를 건넜었는데. 그때도 걸어서 아바이마을을 들어갔었나 보다.
나는 물 있는 동네 가면 이렇게 물가에 어선 정박되어 있는 풍경 보는 게 좋더라. 그냥 서울에서는 못 보는 모습 보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햇살까지 은은하게 내리쬐주면 더더욱 좋지. 그나저나 갤 S23 사진 정말 괜찮지 않나요?
아바이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이 반대쪽에 있어서, 반 정도 갔다가 다시 돌아서 반대편으로 건넌다. 다행히 다리가 그리 크지는 않아서 금방 돌아올 수 있다.
뭔가 예전에 왔을 때보다 풍경이 화려해진 듯한(?) 아바이마을. 건물도 많고 해변도 잘 정비된 듯하다. 기대가 된다.
청호해변과 아바이마을 구경
작은 섬 같은 마을인 아바이마을. 생각보다 해변이 정말 잘 정비되어 있다. 이름은 청호해변. 겨울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적하게 거닐기도 참 좋다.
속초 해변에 새로 생겼다는 속초아이 관람차가 멀리서도 잘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 앉아있는 갈매기는 내가 참 좋아하는 피사체 중 하나인데, 멀리서라도 꼭 찍고 싶어서 줌을 최대한 당겨 찍는다. 과하게 당긴 줌인데도 생각보다 괜찮다. 카메라 없이 핸드폰만 들고 하는 여행 참 가볍고 괜찮네.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모래사장에 들어가기가 조금 조심스러운데도,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결국 들어간다. 부드러운 모래 밟으면서, 바로 옆에서 잔잔하게 치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그 사이로 지나가는 요트인지 어선인지. 보는 방향에 따라 바다 색도 달리 보인다. 매력 있는 청호해변.
등대 가까이로 가니 한편에서 사람들이 뭔가 채집 중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 아이들이 많다. 여기서 뭐가 잡히는 걸까?
여기까지 쭉 따라서 걸어온 해변.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질는지 궁금하다.
아바이마을 동쪽에 위치한 청호해변
아바이마을 하면 아바이순대. 이 먹자골목을 따라가면 무수히 많은 아바이순대 식당들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점심식사를 하고 와서 밥 생각은 없지만, 이곳도 추억을 되새기며 괜히 한 번 걸어본 길.
전국 방방곡곡에 나만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아서 기억을 꺼내보는 것은 참 반갑고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멀리서 웬 검은콩 같은 게 있나 싶더니, 가까이 가보니 고양이가 식빵을 굽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는 녀석. 알고 보니 맞은편 식당 아저씨께서 주인이신 모양이다. 순한 녀석이니 만져도 된다고 하셔서 살짝 쓰다듬어 본다.
7년 전 방문했을 때, 1박 2일 촬영지로 매우 유명해서 인산인해를 이뤘던 단천식당. 이곳에서 순대국밥을 무척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관광지 유명 맛집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혼밥도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기분 좋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더랬지.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참 반갑다. 지금은 예전만큼의 인파가 몰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 문득 드는 생각인데, 이 게시물을 읽는 사람 중에 [가을동화]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튼 아바이마을은 가을동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아바이마을의 또 다른 명물은 바로 갯배다. 육지로 걸어서 나갈 수도 있지만 단 돈 500원이면 배를 타고 물을 건너갈 수도 있다. 아마 줄을 잡고 배를 당기는 방식으로 이동했던 것 같은데, 한 번쯤 타볼 만하다. 7년 전에 타봤고, 이번에는 걸어서 청초호를 돌기로 마음먹었으므로 이번 기회는 패스.
설악대교 건너 다음 목적지로
갯배를 안 타고 육지로 나가려면 다리를 하나 더 건너야 한다. 다리 이름은 설악대교. 속초와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동쪽은 동해바다뷰, 반대편 서쪽이 청초호 쪽이고, 도시뷰와 설악산뷰가 어우러져서 좀 더 멋있어 보인다. 건널 수만 있다면 저쪽으로 걸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대로 다시 줌을 당기고 당겨 반대편의 엑스포타워를 찍어본다. 참 괜찮다. 찍을수록 놀라운 S23의 사진 퀄리티.
다음 편에는 더 멋있는 사진들이 있을 거라는 예고와 함께 이번 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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