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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17'연휴 여행(전주,순천)

연휴 맞이 전주·순천 여행 :: 01 서울에서 전주 이동, 한국닭집 닭강정

by Heigraphy 2017.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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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시작하고 첫 연휴를 맞았다. 평소 같으면 절대 멀리 떠나지 않았을 기간이다. 무엇보다도 이전까지는 '연휴'라는 개념이 딱히 없기도 했으며, 남들 쉴 때 같이 쉬면 분명 어딘가는 미어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인파 속에 섞여서, '성수기'라는 이름으로 돈도 평소보다 더 지불하면서, 그렇다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여행을 하는 건 내 스스로 별로 즐겁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일'은 이 간단한 사실을 단숨에 망각하게 만들었다. 인파? 성수기? 지금이 아니면 당분간 아예 떠날 수가 없는데, 그런 걸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그냥 여기가 아닌 어딘가이기만 하면 조금은 기분전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보다 연휴가 조금 더 길었던 친구는 다른 곳을 들렀다가 와서 아예 전주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실 서울에서 전주를 내려가는 기차표를 한 달 전부터 알아보았는데 이미 매진되어 있었고, 고속버스는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친구 말로는 서울발 전주행 버스는 차가 많기 때문에 전날이나 심지어 당일날 표를 끊어도 자리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구나- 했다. 실제로도 거의 10분에 한 대씩 차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당일날 아침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전주에서 1시에 만나려면 내가 10시 차를 타야 하는데, 그 시간에 서울에서 전주 가는 버스가 곧 매진 될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예매를 하라는 다급한 전화였다. (친구는 경남에서 이동하는 거라 매진의 염려는 없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나가면서 급하게 고속버스 어플을 다운받아 확인해보니 친구 말이 맞았다. 일 분에도 표가 몇 장씩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더라. 그래도, 예정보다 5-10분은 늦을 수 있더라도 내 한 몸 앉힐 자리는 있겠지 싶어서 일정대로 만나기로 강행했다. 그리고 결국 표를 구했다.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극적으로.

 

 

 

  그런데 또 하나 예상 못한 상황이 있었으니, 바로 이날이 연휴의 첫날이었다는 거다. 즉,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이동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이었고, 나는 그 함정에 걸려들었을 뿐이다. 2시간 40분이면 전주에 도착해있어야 했는데, 그제서야 겨우 휴게소에 도착했다. 출발하기 전에 기사님께서 "도로 사정에 따라 4시간에서 4시간 반까지도 걸릴 수 있으니 준비들 하시라"던 말이 괜히 겁주는 말이 아니었다.

 

 

 

  2시간 반을 정신없이 자다 깨서 겨우 들이킨 바깥 공기 한 모금. 허리는 조금 아프지만 나는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고 해도, 약속시간에 맞춰 이미 도착해서, 갈 곳을 잃은 친구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숙소 체크인 시간보다도 일러서 들어가있지 못한다는데 앞으로 두 시간은 더 친구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 게다가 1시부터 시작할거라 생각했던 일정이 전부 어그러지니 이미 계획이 의미가 없는 여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4시간 반 가까이 걸려서 드디어 도착한 전주. 날씨마저도 구리구리 한 게 벌써부터 지쳐버렸다.

 

 

 

  한옥마을 쪽으로 가기 위해서 시내버스를 탔으나, 전주 시내의 교통도 굉장히 막혀서 나를 놀라게 했다. 걷는게 더 빠르겠다 싶어서 결국 목적지를 두 정거장 앞서 내려서 부리나케 걸어갔다. 그랬더니 버스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게 더 놀라운 사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을 것 같은데, 전주시민들은 참 불편하겠다 싶은 마음에 괜히 죄송하더라. 연휴가 뭐라고 이 분들은 생활에 불편함을 겪으셔야 하니 참…….

 

 

 

  겨우 만나게 된 친구와 함께 물짜장을 먹어보자며 노벨반점을 갔는데, 줄을 한참 서있더라. 그래도 여기 아니면 못 먹어볼 음식이니까 기다려보자며 맨 뒤에 섰는데, 바로 앞에 선 아저씨께서 오늘 재료가 떨어져서 장사를 그만 한다고 하셨다며 알려주셨다. 미리 말씀해주셔서 헛되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까지 와서 발걸음을 돌려야 하니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딱히 없었던 우리는, 저녁 먹고 돌아와서 야식으로 먹고자 남겨둔 곳을 기어코 찾아가버렸다. 숙소와도 가까웠던 한국닭집. 여기 도착할 때쯤 불안불안했던 하늘에서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닭강정(16,000원)을 주문했는데, 어쩐지 주문한 지 3분도 안 돼서 바로 우리 포장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튀기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양념까지 미리 묻혀놓으셨나...?

 

 

 

  닭집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바로 이동.

 

 

 

  이렇게 시장골목을 지나, 사진은 없지만 다리도 하나 건너서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소개는 다음 여행기에 해보기로 하고, 일단 닭강정과 맥주 사진. 참, 콜라도 주시는데 그걸로 부족한 우리는 근처 마트에서 맥주 한 피쳐를 따로 사왔다. 친구도 나도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배가 고파서 기대가 무척 컸다. 야식으로나 먹을 법한 메뉴지만 순서야 좀 바뀌면 어때... 우리에겐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걸.

 

 

 

  처음 딱 열었을 때 느낀 건 '양이 많다'였다. 맥주까지 먹자면 둘이서는 다 못 먹겠는데? 그래서 조금이지만 덜어서 우리 숙소의 사장님과 친구분들께 나눠드렸다. 절반까진 아니어도 꽤 나눠드렸다고 생각하는데, 위 사진 보면 새 거 같지? 사실 덜어드리고 찍은 건데. 그만큼 양이 정말 많았다.

  '닭강정'인데 뼈가 있는 건 조금 신선했지만, 먹기 불편한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좋았다. 맛도 있었음! 전국으로 배달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서울에서도 한 번 주문해 먹어보고 싶을 만큼.

 

 

 

  친구와 한참을 떠들며 먹다보니, 우리가 드린 닭강정이 고마우셨는지 사장님께서 파전을 나눠 주셨다. 호의도 호의지만 우리 정말 많아서 드린 건데 이렇게 보답까지 해주시다니. 이 파전 또한 누군가의 호의이니, 닭강정을 조금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파전을 남길 수는 없지. 그렇게 천천히 열심히 다 먹었다.

 

  맥주와 음식을 다 먹고 나니 해가 완연히 졌다. 그렇다고 이렇게 첫날을 날리기엔 아쉬웠다. 마침 비도 그쳤길래 나갈 채비를 하고 시장으로 나가보자고 했다. 비록 순서는 조금 바뀌었지만 기대되는 건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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