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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200%

[영화후기]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2007)

by Heigraphy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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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음.

 

 

들어가기에 앞서

  잠 안 오는 밤에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보게 된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오만과 편견》 등 유명한 고전소설을 남긴 영국의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지금까지도 숱하게 읽히고 회자되는 로맨스 고전 명작을 남긴 그녀의 로맨스는 실제로 어땠을까? 그녀의 문학적 감수성이 어떻게 성장한 것인지도 알 수 있을까 싶어서 보게 된 영화.

 

 

영화 후기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

감독/출연

감독 : 줄리안 제럴드(Julian Jarrold)

출연 :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제인 오스틴 역),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톰 르프로이 역), 줄리 월터스(Julie Walters/오스틴 부인 역), 제임스 크롬웰(James Cromwell/조지 오스틴 역), 매기 스미스(Maggie Smith/그레샴 부인 역), 안나 맥스웰 마틴(Anna Maxwell Martin/카산드라 오스틴 역), 로렌스 폭스(Laurence Fox/미스터 위즐리 역) 등

 

 

줄거리

  영국 햄프셔라는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제인 오스틴. 그녀의 20세 크리스마스 휴일에 햄프셔에 톰 르프로이가 휴가를 보내러 온다. 톰은 법관인 삼촌에게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어느 정도 의지하며 런던에 사는 변호사이다. 제인은 그와 소설 등에 대한 몇 번의 대화를 통해 가까워지고, 무도회에서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서로 이렇게나 대화가 잘 통하는 이성은 처음인 듯, 두 젊은 남녀는 짧은 기간 동안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한편, 제인의 집안 형편은 넉넉한 편은 아니며, 특히 제인의 어머니는 그런 집안에 시집 와서 평생을 감자를 캐며 사는 것에 지쳐, 부디 딸이 부잣집에 시집가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제인이 햄프셔의 부자 위즐리 가와 결혼하여 집안을 일으켜 세워주기를 바라고, 위즐리도 제인이 마음에 드는 듯 그녀에게 청혼까지 하지만, 제인은 사랑 없는 결혼은 할 수 없다며 그를 거절한다.

  안타깝게도 생활과 사랑이 모두 채워질 수 없고 어느 한쪽은 결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제인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는 사랑의 한계 등 연인들의 평생의 숙제인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일부 대사와 감상

  잔잔한 듯 열정적인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랑 없이 물질만으로, 혹은 물질 없이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도 알아버린 경험.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어쩌면 그녀의 현실 사랑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If you wish to practice the art of fiction, to be the equal of a masculine author, experience is vital. Your horizons must be... widened.

 

  그 시대 낭만이 담겨있긴 하지만, 낭만은 대체로 남성한테만 허락되는 듯한 시대. 1790년대 영국 배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 사회가 규정해놓은 여성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당차고 총명하게 자신의 삶과 사랑을 들여다 보고 선택할 줄 알았던 여성, 제인 오스틴. 톰 르프로이는 제인의 사랑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에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What value would it be in life, if we are not together?
Run away with me. This is exactly what I proposed.

 

  가장 절절했고, 그래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자 대사였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한 번 헤어졌던 제인과 톰. 어느 날 제인을 찾아 햄프셔에 돌아온 톰은 제인을 만나 위와 같이 말한다.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 삶이 무슨 가치가 있냐며 "나랑 같이 도망가자"는 말로 프러포즈를 대신하는 장면이라니. 참다 참다 도무지 참지 못해서 터뜨리는 말처럼 쏟아내는 톰 르프로이와, 속상한 듯 톰을 책망하다가 그의 프러포즈에 놀라 기쁨과 걱정이 공존하는 듯한 제인 오스틴의 모습에,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임에도 마음이 저릿해진다.

 

  그러나 돈, 명예, 지위, 가족 등등 모든 걸 포기하고 단 둘이서 도망가서 살아가는 삶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요즘에야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굉장히 익숙한 것 같지만, 1790년대 영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 고민을 약 200년 앞서 진지하게 했던 제인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면, 비커밍 제인을 보기를 추천한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에서 위즐리는 참 매력 없게 나오는 데다가, 왠지 영화 속에서 방해꾼1 정도로 그닥 호감은 안 가는 캐릭터인데, 생각해보면 위즐리 씨가 무슨 잘못인가 싶다. 별다른 감정적 교류 없이 물질만 앞세워 프러포즈를 했다는 것이 최대 실수라면 실수이지만, 꽤나 젠틀하고 인내심 있고 어떤 점에서는 지고지순한 사람인데.

 


  실제 제인 오스틴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지만, 결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고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나의 영화 취향은, 새드엔딩의 사랑 영화에 '라라랜드 식' 결말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사실 이 말을 쓰고 싶어서 후기를 썼다.

 

  지나간 연인은 그냥 지나간 연인으로, 좋은 추억으로 '그땐 그랬지-' 정도면 좋겠는데, 꼭 수년 후에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나서는, 마치 나는 너와 함께하지 않았던 시간 동안에도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는 듯이 아련해지고 미련 가득한 결말이란... 심지어 현재는 현재의 사람이 있는 상태인데도 말이야. 그게 가장 열받는(?) 부분.

 

  라라랜드도 대부분 호평일색이었고, 비커밍 제인도 평점이 꽤 높기 때문에, 이쯤 되면 이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나뿐인가 싶다. 다들 첫사랑이나 아픈 사랑 하나쯤은 가슴속에 품고 살아서 이런 엔딩에 공감하고, 여운을 느끼고, 아련해지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건가...? 영화를 나만 너무 현실적이고 건조하게 보는 건가...? 나 너무 심술맨인가...?

 

  대다수의 사람이 느끼는 그게 뭔지가 너무 궁금하다. 그게 뭔지 머리로라도 알고 싶어. 누가 보면 사랑 한 번도 안 해본 ASK인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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