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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200%

[영화후기]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

by Heigraphy 2022.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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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음

 

들어가기에 앞서

  분야를 막론하고 단어의 무게 때문에 '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몇 없는데,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만큼은 감히 '인생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다. 1994년작이지만 막상 내가 보게 된 지는 얼마 안 된 영화. 한번 본 이후론 '인생, 뭘까?' 싶을 때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영화.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르고, 생각이 단순해짐과 동시에 정말 많아지는 영화라서, 사실 어떤 한정된 후기를 남기는 게 조심스럽다. 다음에 볼 때는 또 다른 생각이 들더라도, 오늘의 기록은 또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두서없이 몇 자 적어본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

감독/출연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

출연: 톰 행크스(Tom Hanks/포레스트 검프 역), 로빈 라이트(Robin Wright/제니 역), 개리 시니즈(Gary Sinise/댄 테일러 역), 미켈티 윌리엄슨(Mykelti Williamson/벤자민 역), 샐리 필드(Sally Field/검프 부인 역) 등

 

 

일부 대사와 감상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멘트도 포레스트가 읊는다면 진정성이 느껴져서 아주 감동적인 멘트가 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더욱 심금을 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감히 단언컨대 인생 영화. 그만큼 너무 좋아하지만, 보면 101%의 확률로 엉엉 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막상 보기까지는 꽤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영화이다. 오프닝에 깃털 날리면서 Alan Silvestri의 <I'm Forrest... Forrest Gump>가 흘러나올 때 이미 눈물 그렁그렁 하고 있는 정도... 그래서 인생 영화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제까지 겨우 3번을 봤다.

 

  처음에는 어떻게 봤더라? 그때도 조금 훌쩍이긴 했는데 뭐가 그렇게 슬펐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슬펐다기보다 감동적이어서 그랬었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 속 디테일한 상황들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한 번 보고 '참 좋은 영화구나'라는 인상은 강하게 남았었지.

 

  두 번째는 거의 처음 겪어보는 상실을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과 맞물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아예 울고 싶어지는 마음일 때 봤는데, 수많은 장면 중 "I miss you, Jenny"에서 특히 엉엉 울었다. 영화 속에서 포레스트에게 몇 번의 상실의 경험이 닥쳐오지만, 그의 슬픔과 그리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하게 표현된 장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포레스트와 제니 서사만 나오면 눈물이 아주 그냥 주룩주룩.

 

  세 번째는 베트남에서 군인으로 지낼 땐 무서웠지만 밤하늘의 별이 보이는 게 좋았고, 새우잡이 배를 탈 때 바다 위 석양이 질 때의 물빛과, 3년을 넘게 달릴 땐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땅인지 모를 풍경이 아름다웠다는 포레스트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단순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아는 듯한 포레스트. 그런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삶 그 자체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겠지. 나 또한 포레스트 같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I'm not a smart man, but I know what love is.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정말 너무도 많지만, 이번에 보면서 자꾸 머릿속에 맴돌던 라인은 바로 이것. 포레스트는 단순할지언정 바보 같은 게 아니다. 오히려 순수함에 가깝다. 그래서 더 마음 아프기도 한 장면. 포레스트의 대사에, 인생의 최우선 가치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나는 정작 사랑이 뭔지 진짜 알긴 아나?' 싶은 생각도 살짝.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is happenin' at the same time.

 

  영화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라인. 포레스트와 어린 포레스트는 계속 살아가겠지. 때론 운명처럼, 때론 바람처럼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또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 채,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인생을.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영화가 며칠째 자꾸 나한테 말을 거는 듯하다.

  "Have you ever done anything without any particular reason, but just simply following your heart?"

  이래봬도 "평생 안 할 게 아니라면 지금 해"가 인생 모토가 된 지 꽤 됐는데, 이상하게도 저 질문에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을 못 하겠다. 뭔가를 할 때 재고, 따지고, 계산해보고 그런 것들을 전혀 안 해본 적이 있었나? 지금 당장 내가 그저 진심으로 임하고 싶은 일은 뭐지? 나도 포레스트처럼 순수하고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살 수 있을까? 그런 질문과 진한 여운.

 

 

 


 

여담 1)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인종차별 문제, 베트남 전쟁, 케네디 미 전 대통령 암살사건, 닉슨 미 전 대통령 워터게이트 사건 등등 미국의 시대적 배경을 잘 살린 영화라서 미국인들에겐 교과서 같은 영화이기도 하단다. 영화 보기 전날 슈카형 방송에서 닉슨 미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들었는데, 영화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와서 반갑고(?) 놀랐다.

  엉엉 운 얘기만 적어놨지만, 사실 꽤 풍자적인 요소도 들어있고 전체적으로는 순수한 포레스트의 행동으로 인한 유쾌함이 많이 깃든 영화다. 순수해서 솔직하고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포레스트 검프.

 

여담 2)

  톰 행크스 배우님이 우리 아빠보다 연세가 많은 분이었구나... 오래된 영화인 줄은 알았지만,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나한테 톰 행크스 배우님은 늘 영화 속 모습으로 기억될 것만 같은데. 좋은 작품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너무 감사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여담 3)

  내가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를 처음 본 게 대체 얼마나 최근인 건가 하면, 16년에 재개봉할 때도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팔로오빠가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동명의 노래 덕분에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본 적이 없었다.

  재개봉 한 번만 더 해줬으면... 2024년에 30주년 기념으로 해줘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영화계 관계자 여러분들. 아, 아니다 영화관에서 눈물바다 되느라 눈가 새빨개지고 띵띵 부은 모습으로 나올 자신 없으니 집에서 보는 게 낫나...😭

 

여담 4)

  겁도 없이 한 주의 시작에 이 영화를 보느라 다음날 띵띵 부은 얼굴로 여기저기 쏘다닌 것은 물론, 한 주 내내 진한 여운 때문에 거의 일상생활 불가할 뻔... 바깥에서 머릿속에 자꾸만 맴도는 대사와 장면들이 떠오를 때면 이빨 꽉 깨물어가며 눈물 참고 그랬다.

 

여담 5)

  나도 포레스트처럼 알고 보니 끝내주게 잘하는 거, 알고 보니 끝내주게 적성에 맞는 거, 뭐 그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는 불순한 생각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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