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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200%

[전시 후기]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Saul Leiter : Through the Blurry Window

by Heigraphy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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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것을 창작하고 싶은 만큼, 올해는 좋은 작품들도 꼭 많이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인풋은 없고 아웃풋만 쏟아낼 때면 표현의 한계는 생길 수밖에 없고, 그래서 벅차다.

그게 요즘의 나였다.

좋은 작품과 표현을 보고 영감을 받고 싶었고, 그렇게 오래전부터 눈독 들이던 전시를 드디어 다녀왔다.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Saul Leiter : Through the Blurry Window

기간/ 2021 12.18(토)~2022.03.27(일)

시간/ 10:00~18:00 (입장마감 17:00, 월요일 휴관)

장소/ 피크닉(piknic)

예약/ 네이버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619461

 

네이버 예약 ::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현장 상황에 따라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네이버 예매자 한하여 전시 관람이 가능합니다. > 예매 변경/취소는 관람 1일 전, 자정까지 가능합니다. >14세 이상부터 관람 가능합니다. >

booking.naver.com

 

 

피크닉(piknic)은 회현역 3번 출구 5분 거리

 

 

피크닉(piknic) 정문

사울 레이터의 사진전이 진행 중인 공간, 피크닉이다.

피크닉은 정문과 후문이 있는데 정문은 1층에, 후문은 지하 1층에 위치해있다.

평일 오전 오픈시간에 맞춰서 갔는데도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티켓과 촬영 규칙

네이버 예약에서 하루 전까지 예약을 할 수 있는데, 현재 주말은 이미 예약이 다 마감되어서 평일만 예약이 가능하다.

평일 오전에 다녀올 수 있을까 싶어서 전날 23시 50분까지 고민하다가 질렀다.

결론적으로 다녀오길 잘했다.

전시장 내에서는 휴대전화 무음 카메라 앱으로만 촬영이 가능하다.

혹시 싶어서 무음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가지고 가봤는데, 아무리 무음이어도 카메라는 안 되고 핸드폰 무음 카메라 앱으로만 촬영이 가능한 듯하다.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플레이리스트 (by LEEPLAY)

본격적으로 전시 후기를 보기에 앞서, 이 음악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첨부한다.

실제로 사울 레이터의 전시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플레이리스트라고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

아래부턴 나 또한 영감을 받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그야말로 스압의 후기가 될 것.

 

 

 

1층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장 초입에서부터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반쯤 불투명한 유리가 기다리고 있다.

무척 기대되는 전시.

 

 

그게 뭐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태껏 봐온 작가들이나 예술가들과 달리 자신을 그저 '사진을 찍을 뿐인' 평범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사울 레이터.

어떤 대단한 사명감이나 자부심보다는 겸손과 평범함을 내세우는 예술가라니.

 

 

사울 레이터 및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사진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무려 60여 년이나 사진을 찍어온 사람.

모두가 컬러 사진을 '왜곡'이라고 말할 때부터 컬러 사진을 찍었고, 훗날 그것을 보게 된 대중들이 '컬러 사진의 선구자' 같은 별명을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춘 사울 레이터의 마음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하면 너무 건방지려나.

 

 

자화상

전시는 사울 레이터의 자화상 사진들로부터 시작한다.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라는 전시명처럼, 자신의 사진도 무언가에 비쳐 반사되거나, 빛이 투과하지 못한 그림자의 형태로 많이 남겼던 사울 레이터.

 

 

구두닦이의 신발 Shoes of the Shoeshing Man

1951년 LIFE 잡지에 실렸던 작품.

손님의 구두가 아닌 구두닦이의 구두에 집중함으로써 일상적인 시선을 교묘하게 변화시킨다.

엄청난 연출이 아니어도 조금만 다른 시각을 가짐으로써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작품 너무 좋다.

 

 

아버지와 형과 나

어둠 속에서 세 인물에만 빛이 가는 것이 마치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가 중심으로 삼는 소재뿐 아니라 그 뒤에 자화상처럼 나온 사울 레이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더 인상적이었던 사진.

 

 

필름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대부분 필름 사진인 만큼, 전시장 중간중간 그의 필름도 전시되어 있다.

레이터의 사진은 잘 만들어진 연출이 아닌 어떠한 우연이나 순간성에 의한 사진들이 많은데, 그 우연을 위해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씩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빨간 불
(제목 모름..)

얼마 전에 장만한 카메라가 플레어 현상이 생각보다 도드라져서, 차라리 고장 난 거라고 한다면 이해를 하고 싶을 정도로 아쉬워한 적이 있다.

그에 반해, 해를 정면에서 받아 플레어 현상이 생기는 것도 모자라 빛이 진하게 번지는 이 사진은 '작품'이었다.

같은 현상이 생기는 카메라로도 무엇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구나.

비슷한 느낌이더라도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다른 느낌을 담을 수 있구나.

 

 

캐노피

사진의 3/4는 캐노피로 인해 시커멓게 나왔지만, 그래서 1/4의 하얀 세상과 인물들이 더 돋보이는 사진.

'이렇게 지면의 절반 이상이 낭비되는 사진을 찍어도 되나?' 싶었는데, 정작 전시를 다 본 후에 계속 생각나고 마음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사진은 바로 이 사진이었다.

참 오묘하다.

 

 

나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가 있을 뿐.

 

 

데보라 Deborah
데보라 Deborah

사울 레이터의 동생이라는 데보라(Deborah).

마음이 맞는 사람과 작업할 수 있다니 부럽다.

 

 

스니펫 Snippets
레이터를 둘러싼 작고 따뜻한 세계의 축소판

가족, 연인, 이웃 등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명함 크기의 사진으로 찢어 '스니펫'을 만들었다는 레이터.

필름 인화보단 디지털 사진이 익숙한 요즘은 조금 생소한 프레임일 수도 있겠다.

 

 

세 발

레이터의 사진이 흥미로웠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사진 속에서 주인공 삼는 주제가 굉장히 의외일 때가 있다는 점이었다.

맨 앞에 커다란 인물 실루엣이 주제인가 싶었는데, 각기 다르게 찍힌 세 발이 주인공이었다니.

 

 

필름
로마

초점이 왼쪽 뒤편에 있는 남자에게 맞은 사진.

그의 사진은 늘 이렇게 사진의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듯하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재미와 힘이 있다.

 

 

고가도로에서
신발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한 건가 싶었는데, 그 아래로 빼꼼히 보이는 구두가 주제였던 사진.

반전이 있어서 사진이 참 재미있었다.

 

 

자화상

젊은 시절의 사울 레이터.

역시나 거울이나 창에 비친 자신을 찍는 형태로 남긴 자화상.

확실히 흑백 사진의 매력이 있다.

 

 

피치스와 퍼트넘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던 고양이 사진들.

두 마리 다 같은 각도로 고개를 돌린, 재미있고 귀여운 사진.

 

 

 

2층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리 컬러 Early Color

색상 재현에 한계가 있어 평론가들이 '진실을 왜곡한다'며 컬러 사진을 폄하했을 때도 꾸준히 컬러 사진을 찍어온 사울 레이터.

"특유의 틀을 벗어나는 구도와 회화적인 색감이 더해져" 때론 그의 사진이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2층부터는 본격적으로 그의 컬러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단

창에 비쳐 담긴 수많은 피사체 중 자동차가 주제였다는 것이 재미있었던 사진.

 

 

몬드리안 구도 속의 인부

보자마자 몬드리안이 생각났는데, 사울 레이터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반가워 남겨본 사진.

 

 

무제

눈발이 거세게 휘날리는 뉴욕 어딘가의 한 장면.

흩날리는 눈을 찍었는데도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지는 게, 사진의 분위기나 표현이 너무 좋다.

<캐노피>에 이어서 계속 마음이 갔던 작품.

 

 

파리

색감이나 눈으로 보이는 질감 표현이 회화 같다고 느낀 사진.

사진으로 회화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니 정말 신기하다.

 

 

메뉴, 파리에서 / 모자

'창을 통해 본다'는 레이터의 시선이 잘 느껴졌던 작품들.

 

 

우산 / 발자국

사울 레이터가 좋아했던 피사체 중 하나인 우산.

무채색의 세상에 우산만 컬러감 있게 표현된 사진도 종종 보인다.

 

 

치즈 가게
무제 / 무제

일상적인 모습, 거리 위의 모습을 많이 담았던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

 

 

컬러 슬라이드 Color Slides
컬러 슬라이드

슬라이드 상태의 사진들을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컬러 인화 기술이 좋지 않은 데다가 비용도 비싸 슬라이드 형태로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들.

아직도 수만 점의 슬라이드가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칠해진

페인트와 그 위의 그림뿐만 아니라, 창에 반사되어 비치는 건물까지 눈에 띄어서 역시 재미있는 사진.

 

 

나에겐 유명한 사람들 사진보다 빗방울 맺힌 유리창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빨간 우산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가 된 사진.

무채색의 세상에 우산만 빨간색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정말 회화처럼 느껴진 작품.

 

 

런던 지도

여행 중에 내가 이런 사진을 찍었다면 살리려고 했을까?

블로그나 SNS에 올라갈 사진 등을 골랐다면 고르지 않았겠지만, 전시장에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흐릿하고, 어렴풋하고, 알듯 말듯한 주제의 사진들이라는 걸 알고 봐서인지 이것도 그 맥락에 잘 맞는 작품인 것 같고 그렇다.

 

 

구두

제목을 보기 전 사진의 주제를 짐작해보는 게 재미있었던 사진.

여기까지 봐온 레이터의 사진 스타일이라면 뒤편에 있는 택시가 주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앞편에 있는 구두가 주제였던 사진.

 

 

거울

거울에 비친 세 피사체가 절묘해서 좋았던 사진.

레이터가 자주 찍었던 자동차, 우산, 그리고 자기 자신이 담긴 자화상까지 한 컷에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제목 모름..)

난간 틀 너머로 본 기차역과 사람들.

이것도 참 그림 같았던 사진.

 

 

택시 / 무제
고가철도에서 (아마..)
밤 중의 버스

저녁 시간 버스 내부.

어떻게 보면 참 일상적인 모습인데, 한편으론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신비로운 일들은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진다.
늘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이 사실 내게는 모두 이국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보면서 계속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치 그런 나에게 일침을 놓는 듯한 문장..ㅎㅎ

문장을 사진으로 찍으며 창에 비친 내 모습을 자화상처럼 남길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원형 거울

모처럼 주제에 집중이 딱 될 수밖에 없는 사진.

 

 

패션 Fashion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의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사울 레이터.

패션 사진과는 조금 결이 다른 사진을 찍는 사울 레이터에게 작업을 의뢰한 헨리 울프의 도전 정신도 대단하고, 기존 패션 사진의 문법과는 달리 그 안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은 사울 레이터의 작품성과 실험 정신도 좋다.

이 주제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그야말로 '패션 요소가 돋보이는' 사진이 아닌, 사진 그 자체가 그저 예술 작품으로 느껴진다.

 

 

하퍼스 바자

주제 초입의 설명을 보지 않았더라면 결코 패션 잡지의 사진으로 인식하지 않았을 사진.

패션 사진이라는 알고 봐도 꽤나 충격적이다.

이 안에서 모델이 입은 옷이나 아이템에 돋보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하퍼스 바자

마주 보는 사람 실루엣 사이에 서있는 모델과, 옷 모양 프레임 사이로 보이는 모델.

이 사진들을 보고 누가 사진 그 자체가 아닌, 하다못해 모델도 아닌, 옷과 아이템에 집중을 할까.

외주 작업에서마저 자기만의 스타일로 예술 작품을 만든 것이 존경스러울 정도...

 

 

하퍼스 바자
하퍼스 바자

역시 우연성에 기댄 수십 장의 사진들 중 하나를 골라 잡지에 싣는다.

한 장을 위해 한 롤을 다 쓰기도 하는 모습이 정말 감히 말하건대 낯설지 않다.

물론 그 시절 필름 카메라로는 결과물을 바로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더 많은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겠다.

 

 

하퍼스 바자
구두 광고 / 하퍼스 바자

구두가 돋보여야 할 사진을 누가 이렇게 찍을 수 있냐고..!

이쯤 되면 찍은 사람도, 결재해준 사람도 정말 대단.....

 

 

피치스와 제스

3층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고양이 사진이 두어 장 걸려있다.

아마 사울 레이터가 직접 키운 고양이인 듯싶다.

 

 

 

3층

페인티드 누드 Painted Nudes

단순한 누드 사진이 아닌 '색칠된' 누드 사진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사연이 조금은 안타깝지만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월의 깊이가 더해진 점도 어쩌면 한몫을 했으리라.

흑백 사진에 사울 레이터가 직접 색채를 덧칠한 이 사진들이야말로,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을 짓기에 참 모호하다.

 

 

페인티드 누드 사진들

아무리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나체 사진은 간혹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는데, 톡톡 튀는 색깔들 덕분인지 보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던 사진들.

사진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렸다는 레이터의 예술성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솜스 Soames

사울 레이터의 동료이자 팬이자 연인이었던 솜스 밴트리(Soames Bantry).

가장 가까운 사람이 모델이자 함께 영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열렬히 지지하는 팬이라니 참 부러운 파트너십이다.

일찌감치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주고 작품의 가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컸을까.

 

 

솜스 Soames

나는 솜스 밴트리라는 사람을 모르지만, 사울 레이터의 시선을 빌려서 본 그녀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는 것은 잘 알겠다.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담은 사진은 그 어떤 전문가의 사진보다 아름답기 마련이다.

머리로도 잘 알고 있었고 나 또한 그런 사진들을 찍어봤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이 전시의 솜스 밴트리의 섹션에서 큰 감동과 함께 또 한 번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

 

 

사울 레이터와 솜스 밴트리의 사진

너무나 사랑스러운 두 사람의 사진.

 

 

만약 누가 선택하라고 하면 성공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 있고, 날 아껴주는 사람이 있는 걸 선택할 거예요.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자신이 아끼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갖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했던 사울 레이터.

성공하는 것보다도 그런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사람.

사울 레이터라는 사람은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삶이 뭔지 아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너무나 깊은 공감과 함께 애틋함에 마음이 찡해졌던 그의 말년의 모습.

눈물 나게 아름답다는 게 이런 거려나.

전시를 다 볼 때쯤엔 결국 창작의 영감을 넘어서 삶의 영감을 준 사람.

 

 

남겨진 것들 The Legacy

사울 레이터가 작고하고 난 뒤 그의 팬들과 친구들이 추모식을 열었다.

'잊혀지기를 바랐던' 한 명의 예술가를, 우리는 여전히 잘 기억하고 있구나.

 

 

솜스와 사울
솜스와 사울의 사진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10번가 아파트에서 솜스와 사울의 모습.

그리고 솜스와 사울의 찬란한 젊음이 담겨 있는 사진들.

 

 

사울 레이터 (by 앨런 포터)

아주 인자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된 사울 레이터.

거장이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이라기엔 참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인 듯하다.

 

 

프랑수아 할라드가 찍은 사울의 아파트

사울이 작고한 지 2년이 지난 후, 프랑수아 할라드라는 작가가 사울이 살던 아파트를 사진으로 남겼다고 한다.

프랑수아의 추모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4층으로 올라가는 길

전시장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해가 정말 눈부시게 잘 들길래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찍어본 사진.

 

 

4층

세상에서 잊히기를, 별거 아닌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다.

 

평생을 사진을 찍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흔적을 남겼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잊히기를' 바랐다는 사울 레이터.

사진 찍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사울 레이터라는 사람 자체는 눈에 안 띄고 평범하기를 바랐던 건지.

그 마음이 참 알듯 말듯하다.

 

 

#SaulLeiterInspired

전 세계에 있는 사울의 팬들이 지금도 여전히 그의 사진을 오마주 하여 SNS에 올리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비슷한 작풍들이다.

잊히기를 바랐던 그의 바람과 달리, 더더욱 오래도록 기억이 될 것만 같은 사울.

 

 

전시 끝

사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우산 소품이 출구 직전에 배치되어 있다.

전시의 여운을 가지고 문을 나서기에 좋았던 연출이었다.

 

 

외부

거센 눈이 휘날리는 뉴욕의 모습을 담은 <무제>가 커다란 사이즈로 4층 외부에 걸려 있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찾는 포토존인 듯싶다.

 

 

 

1층 출입구 앞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 (2021)

세상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힐 만해요.
사진의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죠.

 

사울 레이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 《인 노 그레이트 허리》의 예고편이 입구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짧은 영상에서 사울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전부 주옥같다.

다큐멘터리 필름 역시 피크닉에서 상영 중이다.

기회가 되면 보고 싶은데, 한편으론 보다가 혼자 너무 감명받고 폭풍오열할까 봐 어째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상영이 끝나고 OTT나 구글 무비에 올라와서 혼자 조용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티켓과 팜플렛

언제부턴가 팜플렛은 잘 기념하지 않고 챙기지 않게 되었는데, 이 전시 팜플렛은 꼭 챙기고 싶었다.

오래도록 여운이 이어지고 영감이 되어주면 좋겠다.

 

 

 

지하 1층

아트 상품
전시 도록

샵 한편에 이번 전시의 아트 상품들이 있었다.

아트 상품의 대상이 된 사진들이 다 인상 깊게 본 사진들이라 반가웠다.

 

 

포스터 外 아트 상품

전시 관람 후에는 관련된 엽서나 책갈피 같은 걸 많이 사는데, 이번에는 포스터에도 눈이 갔다.

사울의 사진을 큰 사이즈로 매일같이 본다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현실적으로 작은 방에 더 이상 뭔가를 붙일 공간이 없어서 포스터는 포기.

<캐노피>와 <무제> 사진으로 만든 엽서를 각각 1장씩 샀다.

아트 상품 구매까지 이걸로 정말 전시 관람은 끝-

 

 

번외

자화상

사울 레이터가 유리창이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자화상을 남긴 것처럼, 나도 자화상을 남기는 느낌으로 몇 장 찍어본 거울 사진.

자화상을 남길 수 있는 스팟이 은근히 많았던 피크닉의 구석구석.

 

 

<무제&amp;amp;gt;와 나

이 사진의 주인공은 엽서일까?

뒤에 그림자 진 나일까?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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