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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200%

[전시후기]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Light: Works from the Tate Collection)

by Heigraphy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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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에서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을 한다는 것을 작년부터 알았고 매우 관심이 있었는데, 전시 끝물이 되어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요즘 사진을 위해 빛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고, 내게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테이트미술관에서 온 작품들이라고 하니 더더욱 관심이 가더라구.

요즘 나의 관심사에 딱 맞는 주제와 기획이었다.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포스터 (출처: SeMA)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Light: Works from the Tate Collection

기간/ 2021.12.21(화)~2022.05.08(일)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홈페이지/ https://tatelight.kr/#

 

Light(빛): Works from the Tate Collection

작품을 감상하는 당신을 곧 예술로, 보는 것에 대해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제시할,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선정한 미술사 최고의 예술가 43인의 작품이 옵니다.

tatelight.kr

 

 

중계역과 하계역 중간쯤 위치한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방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uk Seoul Musuem of Art

(그나저나 북서울미술관은 North~가 아니라 그냥 Buk~이라고 쓰는구나..?)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날씨!

북서울미술관 앞 작은 공원에 사람이 자연스레 하나둘 모이는 날씨였다.

주말 오전에 갔는데 다행히 미술관 내에 사람은 많지 않았음.

전시 끝물이기도 하고, 주말이라도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면 여유롭게 볼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 대여소 및 전시장 입구

티켓은 야외 창구에서 구매할 수 있고, 성인 15,000원이다.

안쪽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고, 대여료는 3,000원.

스마트폰에 가이드온 앱을 다운받아서 본인 핸드폰으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도 있다.

 

총 43명의 예술가의 '빛'을 주제로 한 110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

'빛'을 가지고 또 16개의 소주제를 뽑아 분류하였다.

거장들의 작품이기에 사실 한 명만으로도 전시를 꽉 채울 수 있을 텐데, '빛'이라는 주제로 이분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기획이 참 새롭고 좋다.

다만 그러다보니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또는 '빛'과 관련하여 너무 의미있고 인상적이어서 다 보고 나면 오히려 가장 인상깊은 단 한 가지를 꼽기가 참 어려운 느낌.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라서 직접 찍은 사진은 없고, 북서울미술관 및 테이트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몇 점 업로드 해본다.

 

 

전시 작품들 (photo ⓒTate)

[1] 빛, 신의 창조물

윌리엄 블레이크, <아담을 심판하시는 하나님>, 1795 (photo ⓒTate)

18세기 말, 영국에서 종교적 관념을 나타내기 위해 활용된 빛과 어둠.

그리고 어둠 속의 빛을 은유적으로 활용한 2003년 아니쉬 카푸어의 <이쉬의 빛> 작품까지.

같은 주제에 해당하기만 한다면 딱히 연도별로 배치된 전시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2] 빛, 연구의 대상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그림자와 어둠ㅡ대홍수의 저녁, 1834 (photo ⓒTate)

원과 같은 형태의 어둠이 빛을 덮치는 듯한 모습의 작품.

'빛의 화가'로 불리는 윌리엄 터너의 작품.

그는 괴테의 '색채론'을 따랐는데, 이는 색채가 빛과 어둠의 배합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대략적으로, 밝은 빛이 어두운 쪽으로 가면 푸른색이 나타나고, 어두운 빛이 밝은 쪽으로 가면 노란색이 나타난다고 보았던,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빛과 색채와는 조금 다른 이론이다.

그래서인지 터너의 그림 속에서도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 빛과 어둠의 대립이 돋보인다.

 

 

[4] 빛의 인상

존 브렛,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1871 (photo ⓒTate)

나는 빛이 이렇게 내리는 바다를 실제로 본 적이 있던가 한참을 생각해보게 되었던 작품.

바다 위 빛이 이렇게까지 대비가 분명한 것이 조금 현실과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클로드 모네, <엡트강 가의 포플러>, 1891 (photo ⓒTate)

빛을 과학적으로 탐구했던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빛의 효과와 정서적 속성을 포착하고자 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표현이 한편으론 가장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시선이 더해져서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빛과 대기, 움직임의 순간적 효과를 기록하고자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

 

 

[5] 장엄한 빛

존 마틴, <폼페이와 헤르클라네움의 파괴>, 1822, 2011년 복원 (photo ⓒTate)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압도되었던 작품.

화산 폭발이 굉장히 웅장하게 표현되어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고, 그 앞에 있는 인간은 무력해 보일 정도이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이성과 질서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았던 시대에 예술가들은 오히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작품에 드러내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감성을 강조했다.

 

 

[8] 빛과 우주

올라퍼 엘리아슨, <노랑 대 보라>, 2003 (photo ⓒTate)

상당히 신기했던 작품 중 하나.

특별한 필터 같은 것을 투과하면서 한쪽은 노란색, 한쪽은 보라색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듣고도 어떻게 이렇게 보이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노란색 형체는 그대로 있고 보라색 형체는 계속 원을 그리며 이동하여 두 원이 만나 겹치는 순간이 발생한다.

색상환에서는 두 가지가 완전히 반대에 위치해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만나는 것도 별거 아니구나.

 

 

[10] 실내의 빛

필립 파레노, <저녁 6시>, 2000-6 (photo ⓒTate)

표현이 굉장히 좋고 너무 기발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우리가 실내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빛을 특정 순간과 연관지어 보여주었던 필립 파레노의 <저녁 6시>이다.

전시장 바닥에 이렇게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것 같은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시장에는 창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카페트가 그 자체로 작품이었다.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아마 오디오 가이드가 없었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1] 빛의 흔적

요제프 알베르스, <정사각형에 바치는 경의를 위한 연구-노랑에서 점점 벗어나는>, 1964 (photo ⓒTate)

'빛의 흔적'이라는 주제에서부터는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다룬 빛과 색채 교육 이야기와 작품이 많았다.

빛을 공부해서인지 사진도 이 시기에 바우하우스에서 처음 다루게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요제프 알베르스도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는데, 색이란 보는 이의 지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물체에 따라 빛이 반사되고 굴절하며 흩어지는 양상을 고찰했다.

 

 

[12] 빛의 색채

바실리 칸딘스키, <스윙>, 1925 (photo ⓒTate)

빛은 색을 인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몇몇 예술가들은 색채 인지 개념과 다양한 광학적 효과를 활용하여 빛과 운동감의 느낌을 주는 방법을 고찰해왔다고 한다.

칸딘스키도 그에 해당하는 예술가 중 하나.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상자가 참여하는 경험을 얻길 바랐다고 한다.

 

 

[16] 빛, 인간의 창조물

피터 세쥴리, <색상환 Ⅲ>, 1970 (photo ⓒTate)

현대로 오면서 '빛'은 더이상 자연에만 귀속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인공조명을 이용한 예술작품들이 예술가들에 의해 재창조되었다.

위 작품은 원래 현장에서는 원 안의 색이 계속 바뀌어 급격히 변화하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가운데로 마치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작품의 아우라를 게시물로는 다 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16개의 빛 관련 소주제가 마무리 되고 전시는 끝이 난다.

 

 

- 전체적인 감상 -

1. 작품은 다 좋았으나 역시 내가 무지한 탓. 공부를 좀 하고 갈 걸 그랬다. 다음에 또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가게 되거나 테이트 작품들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조금 더 잘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2. 현대미술로 오면서는 작품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느낌이 약간 들긴 했다. 흑과 백, 색채의 명암 등과 같이 우리가 이미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징적인 표현들이 두드러진 회화보다는, 기하학적인 표현, 추상적인 영상과 소리, 조명과 설치물 등등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설명을 보지 않으면 조금은 이해하기가 힘들더라고.

3. 그런 맥락에서 블로그에 올릴 작품들은 설치 미술을 많이 가져오지 못했다. 어려웠거든..

 

4. 전시 동선이 조금 이상해서, 오디오 가이드 번호 보면서 조금 부자연스럽게 순서를 찾아다녔다.

5. 빛공부와 더불어서 색공부도 하고 싶다.

6. 위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좋다고 썼지만, 사실 빛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분석하여 창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도 매우 좋았다. 과학과 미술이라니 언뜻 다른 두 분야 같은데 사실 '빛'과 관련해서는 각각 너무나 관련있는 분야인 것이 새삼스러우며 두 분야의 콜라보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인 것 같아서 좋았다.

 

 

 

아트샵

엽서, 책갈피, 여권케이스 등
도록과 서적
그 외 전시와 관련된 각종 소품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바로 앞에 아트샵이 있다.

원래는 좋았던 작품 엽서라도 한두 장 사서 나오는 편인데, 이날은 뭔가 딱 하나 손이 가는 작품이 없더라고...

너무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표현과 다양한 작품을 연도를 넘나들며 봐서 정리가 잘 안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친구는 이곳에서 모네의 그림으로 만든 포스터를 산 걸로 기억한다.

나도 존 브렛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나 바우하우스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라도 살 걸.

하여튼 꽤나 알찬 구성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전시를 잘 봤다면 아트샵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봄날의 전시 관람도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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