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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200%

[영화후기] 빅쇼트 The Big Short (2015)

by Heigraphy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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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의 모든 이미지 출처는 다음 영화와 네이버 영화이다.

* 스포일러 다수 포함

 

들어가기에 앞서

  넷플릭스를 다시 구독한다면 꼭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한 3년 전엔가? 본 적이 있긴 한데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로, 영어자막으로 봤던 터라 사실 반절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더불어 채권이니 공매도니 파생상품이니 하는 용어들을 한국어로 들어도 잘 모를 때였는데, 이걸 영어로 보고 듣고 있자니 보이고 들릴 리가 있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름만 들어봤지 정확히 이게 무엇인지 몰랐고, 이 파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만브라더스 사태'는 최근에야 개념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심심하면 들어가서 보는 슈카형의 40분짜리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 (영상 링크는 게시물 마지막에 첨부)

  모르고 볼 때는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를 예측한 한 남자가 그걸로 큰 돈을 번 이야기' 정도로 아-주 표면적인 내용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배경지식을 알고 자막을 통해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보니 그보다는 훨씬 더 깊은 메시지를 담은, 아주 사회풍자적이고 고발적인 내용의 영화였구나 싶다. 미국의 서민들이 지금까지도 월스트리트에 왜 그렇게 분노하는지가 비로소 이해되었던 영화. 참고로 빅쇼트는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영화 소개

빅쇼트(The Big Short), 감독 아담 맥케이(Adam McKay), 2015

  <빅쇼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월스트리트를 물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5-2008년 미국에서 '주택'은 아주 안정적인 자산이자 담보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은행들은 저신용자는 물론 그가 키우는 개 이름으로까지 무분별한 모기지 대출을 해주었고, 그도 모자라 주택 담보 대출의 파생상품, 파생상품의 파생상품, 파생상품의 파생상품의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전례 없는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구조인지 포착한 이들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숏(Short,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쉽게 말해 주택 시장 폭락에 베팅하면서 존버하는 이야기(?).

  놀랍게도 넷플릭스에서는 이 영화를 "미국의 경제위기 징후를 미리 포착한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들이 은행과 정반대로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게중엔 물론 기회주의자 같은 면모를 보이는 인물도 있지만, 영화의 결말이나 결말 후에 실존인물들의 이후의 삶이 어떤지 소개되는 장면만 봐도 '약삭빠른 기회주의자' 같은 표현은 쉽게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관점이 달라도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나?

 

 

줄거리 및 인물 소개 (스포 有)

마이클 버리 역의 크리스찬 베일(Christan Bale)

  마이클 버리는 사이언 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펀드매니저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가장 먼저 포착하고, 투자은행을 찾아다니며 세상에 없던 '모기지 채권 신용부도스와프'라는 것을 만들어 투자한다. 쉽게 말해 모기지 채권이 부도가 나면 돈을 받는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투자은행을 찾아다니며 무려 13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를 투자한다. 이는 사이언 캐피털의 모든 유동자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은행권의 인물들은 버리가 떠난 후 이다지도 견고한 주택 시장 폭락에 투자하는 멍청한 놈 덕분에 꽁돈이 생겼다며 비웃음을 일삼는다.

 

 

자레드 베넷 역의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

  마이클 버리가 다녀간 도이체방크에 근무하던 자레드 베넷은 동료가 모기지 신용부도스와프를 2억 달러나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타 은행권의 인물과는 다르게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주택 담보 대출의 허점과 위험성을 파악하고 신용부도스와프에 투자할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자레드 자신은 은행에서 근무하지만, 은행 규모와 상관없이 돈을 벌고 싶을 뿐이라며.

 

 

(팔짱 낀 인물) 마크 바움 역의 스티브 카렐(Steve Carell)

  마크 바움은 세상은 비리로 점철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자이다. 덧붙이자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그에게 전화해서 힘듦을 토로했을 때 "돈 얼마 필요한데?"라며 자신도 모르게 고작 '돈' 얘기를 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사람.

  그는 월가에서 펀드 회사를 운영한다. 하루는 회사로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바로 모기지 채권을 공매도 하라는 자레드 베넷의 전화였다. 마크 바움을 비롯한 동료들은 처음엔 누가 주택 시장 폭락에 베팅하냐며 미친 전화 취급하지만, ABX지수(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가치 추적 지수)가 작년보다 3포인트나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신용부도스와프에 관심을 갖는다.

 

  마크 바움과 펀드 회사 직원들을 만난 자레드 베넷은 '모기지 채권'은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개똥이라며 열변을 토한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CDO(부채담보부증권. 저신용 채권들을 묶어서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판매하는 것)의 말도 안 되는 원리를 설명하며 이는 단순 채권보다도 못한 쓰레기라고 강조한다. 자레드의 이야기에 조금은 설득된 마크와 동료들은 주택 시장에 정말 거품이 있는지 발로 뛰며 조사를 하고, 결국 신용부도스와프에 투자를 결정한다.

 

 

제이미 시플리 역의 핀 위트록(Finn Wittrock) / 찰리 겔러 역의 존 마가로(John Robert Magaro)
벤 리커트 역의 브래드 피트(Brad Pitt)

  제이미 시플리와 찰리 겔러는 차고에 사무실을 차린 전업투자자이지만, 아직 금융권에서 일을 해본 적도, 큰 돈을 굴려본 적도 없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보다 큰 규모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금융사에 미팅을 하러 갔다가 퇴짜를 맞고 그곳 로비에서 우연히 주택 저당 증권의 신용부도스와프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벤 리커트는 전직 트레이더였는데 금융가의 일에 환멸을 느껴 그만두고 조용히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제이미의 이웃이다. 벤은 과거에 거대은행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신용부도스와프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었고, 제이미와 찰리는 그런 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은행권에서 손 뗐다고 선언했던 벤은 고민하다가, 그들이 공매도하겠다는 CDO가 완전히 쓰레기임을 파악하고 결국 두 젊은이들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마이클 버리
마크 바움의 펀드사 직원들과 자레드 버넷

  한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연체율은 계속 오르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 캐피탈이나 마크 바움의 펀드사, 또 제이미 시플리와 찰리 겔러의 브라운홀 캐피털은 오히려 은행에 거액의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지불해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이런 상태가 약 2-3년 간 지속되는데 어떻게 존버를 했을까?) 마크 바움은 신용평가사에 직접 찾아가 어떻게 연체율이 오르는데 채권의 등급이 변하지 않냐고 따지지만, 신용평가사도 결국 돈을 받고 등급을 파는 회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점점 미국의 금융제도가 완전히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인물들.

 

 

벤 리커트

  한편 제이미와 찰리도 오히려 모기지 채권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의아해하지만, 굴하지 않고 신용부도스와프를 추가로 매수한다. 이에 춤을 추며 기뻐하는 두 젊은이에게 벤은 다음과 같은 일침을 놓는다.

 

넌 지금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잃는다고.
난 은행권이 사람을 숫자로만 봐서 혐오해.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 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마이클 버리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업계 1위였던 뉴 센트리 파이낸셜의 파산 신청을 시작으로 결국 금융시장의 붕괴가 시작된다. 다음 해, 미국에서 4번째로 큰 규모였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마저 파산하며 수많은 실업자를 낳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이 결과로 사이언 캐피털은 무려 26.9억 달러, 489%의 수익률을 올린다.

 

  한편 마크 바움은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월가는 모기지 채권이라는 좋은 상품을 사기와 무지가 빚은 핵폭탄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 폭탄은 곧 전 세계 경제를 초토화할 겁니다. 미국의 현재는 사기의 시대죠. 은행권뿐 아니라 정부, 교육, 종교, 식품업, 심지어 야구까지도요. (중략) 미국이 이보단 나을 줄 알았습니다. 일반 국민이 이 시대의 모든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이후의 이야기

  리먼 사태까지 겪은 미국은 금융권 개혁을 단행하나? 영화에 따르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따르면 아니다. 영화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나온다.

 

은행들은 국민의 혈세를 받아서 보너스를 두둑이 챙기고 로비를 통해 개혁을 중단시켰죠.
그리고 이민자와 빈곤층 심지어 교사까지 탓했죠.
감방에 간 은행 간부는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카림 세라겔딘.
모기지 채권 손실 몇십억을 숨긴 죄로요.
하지만 그건 위기 때 대부분의 은행이 했던 짓입니다.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연금기금, 부동산 가치, 퇴직금, 예금, 채권 등 5조 달러 상당이 증발했다.
8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6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미국에서만 말이다.

 

 

  더불어, 마이클 버리는 몇 년을 앞서 제도의 붕괴를 예측한 방법에 관해 정부가 관심을 가질지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그 누구에게도 연락을 받지 못하고 대신 네 차례 회계 감사와 FBI 수사를 받았다고 한다.

 

감상

  결말이 하나도 통쾌하지 않다. 사고 거하게 친 은행은 세금으로 구제하고 직원들은 보너스 두둑이 받으면서,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아야 한다니.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미국의 가정은 물론 아마 그 여파가 지금도 전 세계 어딘가에 이어지고 있을 것이며, 당시 어려서 몰랐지만 우리 집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겠지. 가끔은 현실이 정말 영화보다도 더 지독하다.

  자국의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고 이득을 취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절대로 썩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도 마냥 기뻐하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사기에 가까운 짓을 하고도 변하지 않는 거대한 제도 앞에서 회의감과 무력감을 느꼈지. 그런 맥락으로,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인상 깊었던 인물은 마이클 버리보다도 마크 바움이다. 실제 발로 뛰며 주택 시장의 버블을 낱낱이 파악하고, 이 사태의 결과로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것까지 걱정하는 사람.

  영화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한계이자 추악함을 볼 수 있었던 사태랄까. 그러나 반성 없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월가에선 몇 년 전부터 CDO의 이름만 바꿔 다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미 가정이 한 번 박살나봤던 미국 서민들이, 이런 기만에 월가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나.

  이건 여담인데, 마이클 버리는 여전히 사이언 캐피털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고 있고, 분기별로 그의 포트폴리오가 업데이트된다. 올해 본 기사에 따르면 그는 테슬라(TSLA) 주식과 아크(ARKK) ETF의 하락에 돈을 걸었다고 한다. 과연 그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어떤 징후를 포착한 걸까?

 

 

영화 이해를 위해 함께 보면 좋은 영상 (feat. 슈카월드)

슈카월드-세계 최대급 파산 '리만브라더스 사태' 쉽게 이해하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리만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었다고 (내가) 자신하는 슈카형의 영상을 마지막으로 <빅쇼트>의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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