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코끼리 축제 중 먹이주기 의식인 피티리양아한을 보고, 수린 기둥 사원도 구경한 후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기둥 사원에서 가까운 곳에 맛있는 국수집이 있다고 해서 방문.
1. 점심식사-옌타포(เย็นตาโฟ)
기둥 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식당이었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 틀고 앞은 뻥 뚫려 있는 평범한 로컬 식당.
붉은빛 국물이 특징인 국수, 옌타포(เย็นตาโฟ). 어묵, 완자, 붉은 돼지고기(무댕, หมูแดง), 간 돼지고기 등이 들어간다. 진짜 정통(?) 옌타포는 국물과 면까지도 분홍색일 때가 있는데, 여기는 약간 대중화된 느낌인 듯. 옌타포는 중국계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물과 얼음컵도 주문했다. 가운데에는 고춧가루, 피쉬소스, 고추식초, 설탕, 간장 등이 있어서 입맛에 맞게 첨가해서 먹으면 된다. 로컬 식당이다 보니 가격은 부담없는 50밧(약 2,100원) 정도 했던 듯.
2. 코워킹 스페이스&카페
오후에는 할 일이 조금 있어서 각자 시간을 좀 보내기로 했다. 여기까지 랩탑 들고 와서 일하는 나란 사람... 일행은 책을 읽어야겠다며 챙겨서 같이 카페로 향했다. 시내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한적한 카페가 하나 있었다. 무려 코워킹 스페이스를 겸하는 곳이라고 한다.
마냥 즐거웠어야 할 여행에, 이맘때쯤 참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다. 일 때문에 연락해도 받지도 않고 계속 신경쓰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고, 하여튼 맘 같아선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렇게 긴 일정도 아닌데 나 여기까지 랩탑 들고 오게 만든 사람들 다 미움. 하소연 다 들어주고 일 해야된다고 유난 떨어도 이해해주는 일행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어찌저찌 급한 것 쳐내고 밖을 나오니 이런 풍경. 카페가 정말 웬 논밭 앞에 위치해 있는 터라 뷰가 이렇게나 평화롭다. 거기에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는 해 덕분에 슬슬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까지, 타이밍이 참 좋았네. 썩 좋지만은 않았던 마음이 조금은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3. 저녁식사
카페에서 일단 집으로 돌아온 후 저녁 외출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기도 했고, 일단 밥을 먹어얄 것 같아서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먹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는 말에 고민하다가 내가 아마 김치찌개를 말했나 보다. 별다른 레시피도 없이 혼자 뚝딱뚝딱 하시더니 순식간에 김치찌개를 만들어낸 지인분... 최고...
이거 넘나 한국식 집밥 아니냐며.. 사실 코끼리 축제도 좋고 다 좋지만, 수린 여행하는 동안 이 정성스러운 집밥이 가장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심지어 맛도 있음. 매일이 너무 감사했던 날들.
4. 수린 러이끄라통(ลอยกระทง)
이 사진이 뭐냐하면... 호수에 떠 있는 끄라통(กระทง, Krathong)들이다. 끄라통이란 바나나 잎과 줄기로 만든 작은 배 모양의 바구니를 말한다. 여기에 꽃, 향, 촛불 등을 담아 강이나 호수에 띄우면 러이끄라통(ลอยกระทง, 작은 바구니를 물에 띄우는 의식)이라고 부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호수에 끄라통을 띄워서 물가는 거의 빈틈없이 빡빡하게 끄라통이 차 있는 상태.
태국에는 매년 11월 중순경에 러이끄라통 축제를 한다. 원래 겹치는지, 올해만 특별히 겹친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코끼리 축제가 마침 러이끄라통 시기와도 겹쳐서 수린에서 러이끄라통도 즐기게 되었다.
끄라통 띄우기 전에 간절함을 담아 소원 비는 어린 소녀들. 진심어린 마음이 가 닿아서 소원 이뤘으면 좋겠다. 귀여운 풍경.
호수 주변에 끄라통을 파는 노점이 많았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크기가 크고 장식이 화려할수록 가격도 비싸진다. 풀과 꽃으로 꾸민 끄라통이 일반적인 거 같고, 인형 모양으로 생긴 건 처음 봤다. 작년 러이끄라통 때는 끄라통을 직접 만들었는데, 올해는 그냥 구경하는 걸로 만족했다.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축제이니 만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호수 주변에 열린 게 상설 야시장인지 러이끄라통을 기념하여 특별히 열린 야시장인지 모르겠으나, 끄라통 말고도 다양한 것들을 팔고 이벤트도 많았다.
호수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 세븐일레븐 쪽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 앞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근에서 먹거리를 사서 여기 앉아서 먹어도 되는 듯. 다만 자리가 없을 뿐이지😅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행사장. 아마 지역 공무원 같은 사람들도 와서 축하 인사도 하고 하는 것 같다.
소세지, 어묵 등 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꼬치류 먹거리 가판대도 있고, 이외에도 먹거리가 많아서 간단한 요기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저녁을 든든히 먹고 온 터라 뭔가 사먹지는 않았다.
어딜 가든 태국에선 빠질 수 없는 사당.
배는 안 고픈데 갈증이 나서 땡모빤 한 잔. 35밧(약 1,500원)의 행복.
인파에서 약간 벗어나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자리잡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가 진 후엔 날이 그렇게 덥지 않아서 좋았다. 모기랑 날벌레가 많아서 그렇지..ㅎㅎ
호수 건너편은 여전히 현란하고 화려하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이니 이 정도는 즐겨도 되겠지.
수린의 상징을 잘 살린 대형 끄라통이 호수 위에 불을 밝힌 채 떠 있었다. 소소하지만 밝게 떠오른 여러 사람의 소원에 둘러싸인 채 가장 밝게 빛나는 수린 끄라통.
이날 비록 끄라통은 띄우지 않았지만 나도 여느 때와 같은 소원을 마음 속에 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뤄졌나 하면... 아쉽게도 아직 아닌 것 같다. 태국을 뜨기 전에 이뤄질지는 잘 모르겠다. 간단한데 쉬운 소원은 아니어서.
다음날은 수린 코끼리 축제 중 하이라이트인 코끼리 공연을 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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