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놓고 '비추천'을 쓰는 식당은 처음이지 싶다.
조금 불편해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대체로 넘어가는 편인데, 가끔 사람 대놓고 호구 취급하는 걸 보면 참지 않긔... 예를 들면 외국인이라고 택시 미터 안 켜고 말도 안 되는 가격 부르면 진짜 너무 괘씸함. 이미 탔는데 그러면 그냥 내려버리는 정도. 솔직히 그 돈 못 낼 만큼 비싼 건 아닌데 사람 차별하는 거 열받잖슴..
내게 칸차나부리에 있는 식당 쌥쌥(Zab Zab แซบ แซบ)은 솔직히 그 정도 괘씸함이었다. 칸차나부리 도착해서 맨 처음 간 곳인데 너무 별로여서 마을 이미지 자체가 별로이게 되어버림.
1. 외관 및 내부
인근에 있는 식당 중에서는 실내공간도 있고 잘해놓은 편이다. 실내석이 있고 야외석이 있는데 이게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줄 나는 몰랐지.
실내에 착석. 주말 점심때 갔는데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빈자리가 없진 않았고, 혼밥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단체 손님 같은 테이블도 있는 듯했다. 그리고.. 식당 직원들 아이들인지 놀고 있는 아이들이 꽤 많이 있고, 물건 팔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두 팀이나 봤음. 그래서 식당에서 밥 먹는 게 막 편하지는 않음...
2. 메뉴
메뉴는 솔직히 너무 많아서 반도 못 찍었고, 웬만한 태국 음식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가격은 최근에 올린 게 많은지 가격표를 덧대 붙인 게 많았다. 음료 메뉴도 많은데, 두리안 우유(?)를 팔길래 좀 궁금했으나, 이미 주문 다 한 뒤에 봐서 바꿀 수가 없었다. 게살볶음밥, 레몬치킨, 망고스무디 주문.
3. 음식
만드는 순서대로 나와서 망고스무디>게살볶음밥>레몬치킨 순서로 나옴. 일단 망고스무디는 달달하고 부드럽게 갈려서 얇은 빨대로도 쏙쏙 잘 올라왔다. 사실 다른 음료 주문하고 싶었는데 못 찾아서 그나마 익숙한 망고스무디 마심. 밥이랑 먹으니 좀 묘하긴 하다.
무난한 맛이었는데, 게살에 게껍질(아주 딱딱한 겉 부분 말고 안쪽 껍질)이 붙어있어서 씹는데 자꾸 거슬렸고, 어떤 건 이 깨질까 봐 좀 식겁했다. 배고파서 먹은 첫 입은 좋았는데, 끝으로 갈수록 좀 힘겹게 먹었다. 원래 여행 가선 메뉴 두 개씩 시켜다가 혼자서 다 먹는데 여긴 잘 안 들어가더라고...
메뉴판 비주얼이 샐러드처럼 생겨서 샐러드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치킨에 레몬이랑 소스 올라간 거라고 해서 궁금해 시켜봄. 정말 그냥 닭튀김에 소스 뿌린 거였다.
튀김이 좀 특이했는데, 튀김옷은 새우튀김인 듯 오징어튀김인 듯 뭔가 해물을 튀긴 느낌인데, 속은 부드러운 닭고기다. 근데 뭔가 통살을 넣은 게 아니라 조사 놓은(?) 닭고기를 넣었나..? 치킨텐더 같은 식감은 또 아님. 소스가 너무 달아서 레몬이 좀 더 많았어도 좋았을 듯.
태국음식 좀 먹어봤다면, 이 정도면 그냥 평범한 태국 음식이라고 느낄 거다(레몬치킨은 딱히 태국음식인지도 잘 모르겠고). 여기가 특별히 더 맛있다는 건 모르겠음. 첫끼여서 엄청 배고팠는데 결국 다 못 먹고 치킨은 포장했다.
알고 보니 여기가 배틀트립에 나온 식당이더라고(블로그 쓰면서 알게 됨). 밥 먹으면서 한국인은 못 봤지만, 구글맵에 그래서 한국인 후기가 많았나 보다. 밥 먹다가 '신승훈-I believe'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도 아니고 20년도 더 지난 노래라니.
4. 에어컨ㅋㅋㅋㅋ비ㅋㅋㅋ
계산서 달라고 했더니 떡하니 '에어컨'이 적힌 영수증을 준다. 그것도 딱 그 메뉴(?)만 영어까지 병기해서. 물론 들어갈 때 아무런 안내 같은 거 없었음ㅋㅋㅋㅋ
- 에어컨이 있는 개인실을 안내받았는가? ❌
- 원래 꺼져있던 에어컨을 나를 위해 새로 틀어줬는가? ❌
- 세븐일레븐 편의점만큼 시원했는가? ❌
- 손님을 호구 취급하는가? ⭕️
태국에 1년 가까이 살면서 이런 영수증 처음 받아 봄. 차라리 음식 가격을 더 받든가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람. 구글맵 후기를 보니 비교적 최근부터 받기 시작한 거 같고, 적어도 외국인 손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이상한 에어컨 비용을 받는다고 써놨다. 후기 좀 최신순으로 볼 걸, 그럼 나도 안 갔을 텐데.
20밧이 비싸서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정 '에어컨 비용'을 받고 싶으면 사전에 안내라도 했어야지. 800원 가지고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더 대단한 거 아니냐고요. 이 괘씸함을 상쇄할 만큼의 음식맛도 아님 솔직히.
싸우기 싫어서 일단 아무소리 않고 돈 내고 후기 꼭 써야지 다짐함. 칸차나부리 도착해서 숙소도 가기 전에 가장 먼저 간 곳이었기 때문에, 이 이후로 그냥 칸차나부리 자체 첫인상이 안 좋아졌다.
가지마세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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