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꽤 늦은 시간에 왔는데도, 다른 선생님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귀가하셨다. 희한하게도 지도상으론 그리 안 멀어 보이는데 직행이 없거나 오히려 방콕에서 환승하는 게 빠르다고 하신다. 그래도 무려 10시간씩이나 걸리는 분도 계셨다. 하여튼 시외로 이동하는 것도 방콕에서 이동하는 게 어딜 가든 제일 접근성이 좋은 모양이다. 알수록 아리송한 태국의 교통 체계...
나는 하루 더 묵을 예정이었고, 본업도 무사히 끝났으니 캄팽펫을 즐겨보기로 했다. 캄팽펫 선생님이 가고 싶은 사원이 있는 듯했는데 거리가 꽤 되어 보였다. 그랩도 오토바이밖에 안 온다고 하고, 우리의 기동성이 좋지 않아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사원은 포기.. 다음에 깜팽펫을 또 온다면 그때는 마음먹고 와 볼게요.
1. 자전거 타고 점심식사 하러
선생님들 배웅 후 다시 잠들었다가 느지막이 일어나서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이날 우리의 발이 되어준 자전거. 감사하게도 집주인 아주머니가 내가 탈 자전거까지 빌려주셨다. 근데 땡볕에 자전거 타다 보니 팔다리가 다 타는 느낌이ㅋㅋㅋㅋ
달리는 내내 길이 한적하고 꽤 자연친화적이다 싶었는데, 식당도 커다란 정원과 호수가 있는 자연친화적인 곳이었다. 덥기로는 태국 내 최고라는 깜팽펫이지만, 나무가 많은 곳은 아무래도 좀 더 시원하다.
태국식과 서양식을 모두 팔던 식당. 메뉴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되는 곳이다. 까르보나라는 양이 좀 적었지만, 파인애플 볶음밥은 양이 차고 넘쳤다. 덕분에 아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자세한 식당 후기는 아래 링크 참고.
[태국 깜팽펫] 페린 카페&레스토랑 (เพลิน Cafe&Restaurant KPP)
태국은 음료를 시키면 기본적으로 얼음을 같이 주고, 비용을 받는다. 만약 얼음을 먹지 않을 거라면 안 먹는다고 돌려보내면 된다. 우리도 그랬는데, 마지막에 계산하려는데 영수증에 태국어로 '얼음(น้ำแข็ง '남캥')'이라고 써있는게 마침 보여서 우리 이거 안 먹었다고 빼달라고 했다.
그분들도 실수겠지만, 가끔 이렇게 안 먹은 거 찍혀있을 때가 있어서 영수증을 유심히 봐야 한다. 그래서 로컬 식당은 태국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랑 같이 가면 가장 좋고, 그게 어렵다면 번역기라도 한 번 돌려서 확인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2. 다시 자전거 타고 카페로
이제 3박이 넘어가는 일정에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게 거의 필수다. 마침 캄팽펫 선생님도 나도 할 일이 있어서,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각자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캄팽펫에는 생각보다 카페가 정말 많았다. 후보를 몇 군데 보여주셨는데, 다 깔끔하고 감각적이라 하나를 딱 고르기가 어려웠다. 카페를 보고 캄팽펫이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젊은(?) 곳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바로 이곳, 부스트업 카페 (Boost up Cafe&Co-working Space).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다는 말에 조금 혹했다. 2월이었지만 아직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내는 공간이었는데, 그게 나쁘지 않았다.
전날 행사 뒤풀이 때부터 먹고 싶었던 레드벨벳 케이크. 마침 여기에도 있길래 주문해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가격은 방콕 카페의 거의 절반 가격... 기동성만 어떻게 좀 확보한다면 캄팽펫 살기 참 좋네요.
3. 저녁엔 야시장
집에서 잠깐 쉰 후 저녁 먹으러 나갔다. 해가 졌고, 여기는 태국이니까 야시장 선택. 저녁엔 자전거 타고 이동하기도 애매해서 그랩을 불러야하나 했는데, 감사하게도 쌤 친구분들이 같이 가주신다고 했다. 도와주는 사람 없으면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 캄팽펫 라이프. 지인이 다 은인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찐 로컬 야시장. 방콕에서는 워낙 관광객 야시장이 많다 보니 이 야시장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나저나 나는 이것을 한국어 발음으로 적는 것을 포기했다. 태국어로는 '딸랏빠이바싸 깜팽펫(ตลาดไนท์บาร์ซ่า กำแพงเพชร)'인데 영어로는 'Cha Kangrao Night Bazaar'래... 구글맵은 아래에 첨부함.
저녁 먹으러 왔으니 일단 식당을 찾았다. 시장 식당이라 거의 노상에 앉아 먹는 느낌이다. 해산물 좋아하는 나는 여기서도 해산물 잔뜩 올라간 무언가를 시켰고, 태국어 이름이 있을텐데 기억이 잘 안 난다. '탈래(ทะเล)' 어쩌고였겠지? 고기 조각이 들어있는 국물을 준 것도 좋았다. 가격은 50바트(약 1,900원).
이건 옆 선생님의 메뉴. 해산물 대신 고기가 올라간 덮밥과, 채소를 먹기 위해 공심채 볶음(흔히 '모닝글로리'로 많이 하는 그것)을 주문하셔서, 덕분에 나도 잘 먹었다.
후식으론 뭘 먹을까 했는데,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거 마셔봐야 한다고 해서 아보카도 스무디를 골랐다. 달기 정도를 선택할 수 있고, 아마 나는 조금만 달게(หวานน้อย, 완 닛너이) 정도로 먹었던 듯? 아보카도를 스무디로 마셔본 건 처음이었는데, 선생님들이 추천한 이유를 알겠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방콕에서도 파는 곳이 있긴 한데 많이 보진 못했다. 캄팽펫 가면 아보카도 스무디 꼭 먹어보세요.
시장에 먹을 것만 파는 건 아니고 옷이나 잡화도 판다. 다만 디자인이 꽤 화려한 편이라 심플한 거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잘 안 맞을 수도. 또, 가격이 막 엄청 저렴하진 않다. 다른 선생님 말로는, 옷 같은 건 대부분 방콕에서 온 거라 유통비 때문에 오히려 이곳 시장이 더 비싼 것 같다고 한다. 디자인 다양성이나 가격 등등 고려하여 옷은 방콕 가서 사세요.
핑강 옆에 위치한 야시장
4. 씨리찟 공원 (Sirichit Utthayan Park)
밥먹고 바로 집에 가긴 아쉬우니 근처를 조금 더 산책했다. 야시장 바로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씨리찟 공원(สวนสาธารณะ สิริจิตอุทยาน).
야간에 조명을 아주 화려하게 밝혀놓은 공원이었다. 나무에까지 주렁주렁 조명이 달려있어 좀 과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처음 본 입장으로선 밤에도 어둡지 않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간 선생님은 이거 별로 예쁘지도 않고 너무 빛공해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신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된다.
공원 운동기구는 못 참지ㅋㅋㅋㅋ 타지에서도 한국인임을 널리 알리는 캄다운맨 티셔츠 입고 열심히 허리 운동 중. 어떻게 편한 티셔츠라곤 굿즈밖에 없어서 본의 아니게 침순이 인증 중.
야시장 옆, 핑강 옆 씨리찟 공원
5. 강변 마사지 받기
핑강 강변을 따라 조금 더 산책. 건너편에서는 파티를 하는지 형형색색의 불빛이 현란하다. 방콕의 강은 밤에 봐야 더 예쁜데, 깜팽펫의 강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어두운데도 왜 물 색깔이 탁한 게 보이는 거 같냐구😅
스트릿 푸드, 타투, 머리땋기, 초상화 그리기 등등 참 다양한 걸 봤지만 스트릿 마사지는 또 처음 봤다. 손님도 많아서 받고 싶어도 자리도 없다. 발마사지 한 시간에 150밧으로 저렴한 편. 다른 사람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려니 시간도 늦고 이분들도 퇴근할 시간 가까워지고 해서 20분 정도만 받았다. 원래 그렇게는 안 하는 모양인데, 그냥 20분에 50밧에 해주심.
스트릿 마사지라서 모기가 있을 수 있어, 긴옷 입고 받으면 좋다. 1시간 마사지 하면 오일도 바르고 하느라 바지를 걷어야 하는데, 20분에는 오일 바르는 거 없음..ㅋㅋㅋ 다만 나는 그럭저럭 괜찮게 받았는데, 옆 선생님은 너무너무 약하고, 세게 해달라고 해도 바뀌는 게 없어서 마사지 받고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셨다고 한다🥲
이후엔 다시 슬슬 걷고 탈 것도 얻어탄 후 귀가했다. 귀가까지 무사히 책임져준 친구분들에게 감사. 가동성 문제와 약간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대단한 일정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소소하고 소중한 캄팽펫에서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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