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팽펫 마지막 날. 늦은 오전 버스를 예매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출발하기로 했다. 깜팽펫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카페가 있어서 같이 가보기로 했는데, 왠지 다른 영어선생님들까지 모두 한 카페에 모이게 되었다. 깜팽펫 사랑방 같은 곳인가 보다.
1. 더티 커피 마시기
시간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서 일단 커피를 주문해놓고 밥을 사러 갔다(?) 인근 반찬가게에서 메뉴를 사와서 카페에서 먹어도 되는 모양이다. 얼마나 단골이면 이런 게 다 되는 건데~ 그나저나 커피 주문할 때 더티 커피 3잔 주문하려고 "Dirty three"라고 했는데, 말하고 나니 이상했음ㅋㅋㅋㅋ 커피.. 커피를 붙여주세요..
다만 밥 사 와서 다 먹는 동안까지도 3잔이 다 안 나온게 함정이었다. 카페 이름에 'slow'가 들어가는데 주인장님이 슬로우하게 커피를 내려서 슬로우인가 하는 우스갯소리를 나눔..ㅋㅋㅋㅋ 그래도 이곳 사장님이 커피에 진짜 진심인 분이신 듯했다. 곧 치앙마이에서 커피 대회 같은 게 열리는데 거기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신다. 나중에 들린 소식으로는 수상도 했다고 한 듯함.
카페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는데, 이곳 사장님 아내가 한국을 워낙 좋아해서 이름이 소주와 사랑이라고 한다. 커피 기다리면서 고양이 장난감 가지고 신나게 놀아줌ㅎㅎ
드디어 등장한 더티 커피. 비주얼이 생각보다 더티(?)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이게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여느 때처럼 기록용으로 대충 사진 찍고 있으니 저쪽 테이블이 더 잘 나올 거라며 친히 자리까지 안내해준 단골 선생님들ㅋㅋㅋ 확실히 햇빛이 더 예쁘게 드는 자리이긴 했다.
세 명이서 도란도란 커피 마시다가, 사랑방답게 다른 선생님도 나중에 더 합류했는데, 나 아직도 깜팽펫에 있냐며 깜짝 놀람ㅋㅋㅋ 이제 다시 방콕으로 갑니다 가요.
2. 캄팽펫 버스 터미널
카페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갔다. 깜팽펫 선생님은 동네에 은인이 참 많아서 감사하게도 도와주는 분들이 많고, 덕분에 나도 신세 많이 졌다. 태국 지방은 정말 차나 오토바이 없으면 다니기가 힘들다.
시간이 좀 촉박하게 도착했는데, 왠지 버스 시간이 다 돼도 안 왔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신 분이 보더니, 티켓에 적힌 시간이 캄팽펫 도착 시간이 아니라, 캄팽펫보다 하나 정도 전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간인 거 같다고 한다. 그런 줄 알았으면 커피 슬로우하게 마시고 왔어도 되는데~
시간도 남으니 터미널 돌아보기. 터미널 입구쪽에 바나나 나무 모형이 있었다. 캄팽펫은 바나나로 유명한 도시이다. 깜팽펫에서 가장 가까운 핏사눌룩 공항에 가면 기념품으로 바나나 스낵 같은 것을 팔 정도로. 아무튼, 나도 바나나 모형이랑 사진 한 장. 이래봬도 망고 아니고 바나나 맞다.
태국은 버스 회사가 많고, 창구도 회사마다 있어서 같은 도시로 이동한다고 해도 어떤 회사 티켓을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나 소요시간 등이 조금 다르다. 나는 12go asia에서 미리 예매하고 여기서 실물 티켓으로 바꿨다.
12go asia 태국 버스 예매 방법:
[태국] 12go asia에서 시외버스 예매&이용하는 방법
3. 다시 방콕으로
티켓에 나온 시간보다 한 10-15분 정도 더 기다려서 드디어 방콕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방콕에서 깜팽펫 올 때는 버스가 한 반은 비었었는데, 깜팽펫에서 방콕 가는 버스는 거의 꽉 차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간식과 물을 나눠주는 수코타이 타니 버스.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는데 은근히 내 자리까지 침범해 앉아서 조금은 좁게 앉아서 갔다는 이야기... 이번에는 낮에 가서 그런지 방콕까지 6시간이 걸렸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도착한 방콕. 모칫 터미널은 넓고 노선도 많고 다 좋은데, MRT 역과 멀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MRT로 이동을 원하는 승객들이 있다는 걸 알고 대기하고 있는 오토바이 택시 랍짱 드라이버들이 많은데, 나는 오히려 대기하고 호객하는 랍짱 드라이버한테는 말을 못 걸겠다. 너무나 덤터기 쓸 것 같아... 물론 캐리어를 끌고 있어서 랍짱 타기도 어려웠지만.
그랩이나 볼트, 아니면 도로에서 택시 잡아 타고 MRT로 나가길 추천. 4-50밧 내외로 이동할 수 있을 거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시간이 훌쩍 지나서 도착하자마자 저녁식사. 비빔 라면 같은 게 먹고 싶었나 보다.
태국 생활자의 방콕을 벗어난 짱왓(จังหวัด, 주) 첫 방문기. 오랜만에 단짝 쌤도 만나고 오고, 본업 해서 보람도 챙기고, 주변분들 도움 받아 소소하게 동네 탐방도 하고, 맛난 음식이랑 커피도 마시고, 매우 알찬 3박 4일이었다.
+) 번외: 방콕에서 만불절 기념 행사
깜팽펫으로 가기 전에도 집 근처 절에서 웬 야시장이 열리고 행사 같은 걸 하고 있었는데, 3박 4일 후에 돌아와도 아직 행사 중이길래 잠깐 나가봤다. 무슨 행사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짐작하기로는 이른 만불절 기념 행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절에서 이렇게 시장이 열리고 공연을 하고 게임을 한다는 게 또 한편으론 문화충격일세. 세상 어떤 곳보다 고요할 것 같은 곳인데 이날만큼은 그야말로 시장통을 이루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는 요즘 불교 박람회라고 엄청 힙한 행사도 한다며?
재미로 인형 뽑는 게임 몇 개 참가했다가 얼굴 만한 브라운 인형을 얻었다. 몇 번 했는데 하도 못하니까 아저씨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하나 쥐어준 거긴 하지만ㅋㅋㅋㅋ 될 듯 말 듯 잘 안 되니까 여기서 탕진하는 사람 꽤 봤다. 아니.. 절에서 진짜 이런 가게 열려도 돼요? 너무 세속적인데?ㅋㅋㅋㅋ
아무튼, 방콕으로 돌아와서 마무리까지 완벽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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