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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형] 겨울, 흥국사 템플스테이 02

by Heigraphy 202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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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휴식형] 겨울, 흥국사 템플스테이 01

 

[휴식형] 겨울, 흥국사 템플스테이 01

작년 가을 첫 템플스테이 이후로 가끔 템플스테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까운 절에 괜찮은 프로그램이 있나 찾아본다. 2022년이 되면서 새해맞이 특별 템플스테이를 진행 중이길래 신청하게 되었

tdfy.tistory.com

 

  오후 3시가 되니 담당 스님이 나와서 안내를 해주신다. 같은 날 같은 프로그램 하는데 금액이 다르면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이날은 새해맞이 특별 템플스테이 신청자만 받았다고 한다. 특별 신청자라서 사진도 찍고 소감문도 써서 제출해야 한다며 참여자들의 사진을 찍고 팀마다 대표자 이름을 적으시는 스님. 참여자들의 출석 확인(?)이 끝난 후 일주문과 해탈문에 대한 설명만 간단히 하고 실내로 이동한다.

 

(왼쪽부터) 종무소, 대방(미타전), 극락전

  사찰과 사찰 예절 설명은 아미타부처님을 모셔놓은 대방(미타전)에서 이어진다. 흥국사에는 대웅보전이 없고 약사전이 큰법당 역할을 하며, 그 외 나한전, 극락전, 삼성각 등 흥국사의 전각들을 설명해주신다. 원효대사 창건설과 영조의 행차설도 잊지 않고 말씀해주신다. (가까운 곳에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무덤이 있는데, 그곳에 다녀오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흥국사에서 하루 머물게 된다. 다음날 영조는 시를 짓고 시구를 적은 현판을 하사했다고 한다.)

  절에서의 예절로, 다른 스님이나 보살님을 보면 합장하며 인사만 잘 하면 된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 외에는 다른 템플스테이 참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고 당부하신다. 아, 다른 것은 자유롭게 참여해도 좋지만 공양시간만큼은 꼭 지켜주기를 부탁하시기도 한다.

  이후엔 본격적으로 절하는 법을 알려주신다. 봉선사에서는 아무도 안 알려줘서 눈치코치로 따라 했었는데 제대로 알려주시니 오히려 좋아. 절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무릎, 머리, 손 5지점을 바닥에 댄 후, 부처님을 받든다는 느낌으로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살짝 올렸다가 다시 바닥을 짚고 합장하며 일어난다. 삼배할 때 세 번째 절이나, 혹은 모든 절의 마지막 절은 '고두례'라고 하여, 부처님을 한 번 더 받드는 표현을 한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살짝 올리는 것까진 똑같고, 머리를 살짝 떼고 그 상태로 머리 밑에서 합장을 한다. 그리고 다시 손바닥을 짚고 일어난다. 절의 시작과 끝엔 늘 합장하여 반배한다. 글로만 쓰려니 잘 전달이 되려나 모르겠네.

  이론과 시범 후에는 직접 절을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단, 다른 종교를 가졌다거나 사정이 있어서 못 한다고 하면 안 시키기도 한다. 삼배 실습 후 간략한 일정을 듣는다. 저녁 예불에 참여할 인원과 스님과의 차담에 참여할 인원을 미리 파악하신다. 예불 십여 명, 차담 열댓 명이 참여한다고 하니 스님도 놀라고 나도 속으로 놀란다. 차담에 그 많은 인원이 와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스님도 조금 부담이 되셨는지 허허 웃으시며 신청 취소할 사람은 없는지 수차례 되물어보신다. 결국 없어서 열댓 명 모두 참여하는 걸로 확정. 허허.

 

 

 * 아래부터는 본의 아니게 약간 환공포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사진들이 몇 장 있다.

 

연등 걸린 흥국사

  대방과 약사전을 잇고 있는 연등. 그 가운데에는 석탑이 있다. 이를 향해 합장하시는 스님까지 참 좋아하는 사진.

  초파일은 아니지만 새해를 맞이하여 이렇게 연등을 걸어놓으셨다고 한다. 겨울이라 자칫 경관이 심심하고 썰렁해 보일 수 있었는데, 연등 덕분에 볼거리가 늘었다.

 

 

알록달록한 연등
석탑과 약사전, 이를 걸친 연등

  학교다닐 땐 4월쯤만 되면 연등 보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이후엔 19년쯤에 초파일에 맞춰 조계사를 다녀왔었고, 그게 마지막으로 본 연등이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보게 되니 더 반갑고 예쁜 것 같네.

  연등에는 이미 누군가의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새해맞이로 걸었다고 해봤자 이제 막 보름이 되었을 텐데 이 많은 연등에 이미 소원이 꽉 찼다니. 놀랍다.

 

 

소원지 작성 부스

  약사전 양옆엔 사람들의 소원지가 걸려있는데, 이 부스에서 셀프로 작성하여 걸면 되는 듯했다. 흥국사가 아픈 곳이나 병을 주관하는 부처님인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시는 약사기도 도량인 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자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나한전

  약사전 서쪽에 위치한 나한전. 조선 고종 때 지어져 원래는 칠성각으로 사용되다가, 1996년 나한전으로 개칭하여 지금까지 나한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후불탱, 16나한님을 모셨다고 한다.

 

 

흥국사 둘레길 가는 길

  나한전에서 북쪽으로 가면 흥국사 둘레길과 전망대 가는 길이 이어져 있다. 저녁 공양 전까지 잠시 다녀올까 하다가, 급하게 움직이기가 싫어서 다음날 아침에 가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명부전

  약사전 동쪽에 위치한 명부전. 저승의 유명계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전각마다 모시는 부처님과 보살님이 다 다르고 이분들이 주관시는 게 다 달라서, 그에 맞는 마음을 가지고 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따라서 꼭 큰법당에서만 절을 올려야 하는 건 아니고, 전각마다 다니며 절을 올려도 괜찮다. 오히려 그래 보기를 권하시던 스님.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각
북한산 전망대 가는 길 (둘레길 가는 길)

  삼성각 뒤쪽에 있는 길. 아까 나한전 북쪽에 있는 길과 이어져 있다. 둘레길로 가다보면 북한산 전망대도 나오는 건가 싶다. 흥국사 둘레길 1코스는 약 20분, 2코스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명상쉼터에서 본 명부전, 약사전, 나한전

  둘레길 올라가기 전 명상쉼터에서 바라본 흥국사. 북한산을 전경으로 하여 사찰도 굉장히 기개가 넘치는 것 같고 풍경이 멋있다.

 

 

대방(미타전)

  약사전 쪽에서 바라본 미타전. 조금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던 곳이다.

 

 

범종각

  종무소 쪽에 위치한 범종각. 규모가 작은 절이라서 그런지 목어, 운판, 법고 등의 다른 사물은 없고 커다란 범종만 있다. 고통받는 중생들을 잘 구원해주시길.

 

 

찻집 한미다원
소박한 내부

  흥국사에도 작은 찻집이 있다. 이름은 한미다원. 4시까지밖에 안 한다길래 헐레벌떡 연꿀빵을 사러 들어왔는데, 소분하여 파는 것이 없다고 해서 구입 실패했다. 오늘 정말 배고픔을 참는 수행 맞네요... 선물용 박스는 집에 갈 때 사려고 일단 보류했다. (근데 집에 갈 때도 못 산 게 함정)

 

 

공양간

  5시에 칼같이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1등으로 밥을 받았다. 봉선사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스님들과 템플스테이 참여자는 식사를 따로 하는 모양이다. 공양간 규모가 크지 않아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저녁공양

  오늘도 취향 저격한 절밥... 고구마 부침과 떡이 너무 맛있었고, 깍두기는 무우가 아닌 배로 만든 것 같아서 좀 새로웠다. 김치마저도 맛있었던 흥국사 공양. 공양간 정리하시기 전에 혹시 음식을 더 먹을 것인지, 남은 과일을 가져갈 사람은 없는지 물어봐주시는 게 참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설거지는 셀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발우공양 안 하고 각자 먹은 건 알아서 설거지 해서 엎어놓으면 된다. 고무장갑도 있고, 수세미와 세제도 있고, 따뜻한 물도 나온다.

 

 

달이 떴다

  저녁 공양 후 나왔는데 북한산을 품은 해질녘 색감이 너무 예뻐서 바로 방으로 가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새 노을빛은 다 사라지고 북한산 자락 위로 달이 보였다. 인간사만 찰나가 아니라 예쁜 빛을 담을 수 있는 순간은 더더욱 짧네요.

 

 

불켜진 약사전

  예불 전까지 어차피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방에만 있기는 싫어서 다시 경내를 둘러봤다. 바깥의 명도가 조금 낮아지자 약사전을 비롯한 많은 전각에 불이 들어왔다. 연등의 알록달록함과 썩 잘 어울리는 빛깔이다. 다만 연등 때문에 영조가 쓰고 하사했다는 약사전의 현판이 보이지 않는 점은 좀 아쉽다.

  약사전 아래 양옆으로는 소원지가 걸려있다. 내가 또 사람들의 염원 훔쳐보는 거(?) 좋아하니 가까이 다가가 천천히 둘러보았다.

 

 

내 기준 부처님들

  꼬불꼬불 꼭꼭 눌러쓴 따뜻한 마음들. 나 자신보다는 뭇 중생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불교의 이념에 맞으면서, 약사기도 도량과 참 어울리는 염원이다. 나보다도 주변인을 살피는 이 마음들이야말로 부처님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점점 어두워지는 중
명부전 위 달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저녁 예불 시간이 다가온다. 참 작은 사찰인데도 시간마다 보이는 모습이 달라서 간 데 또 가고, 본 데 또 보고 또 바쁘게도 돌아다녔다.

 

 

보호수

  둘레길 가는 길에 있던 보호수. 봄이나 여름쯤 보면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불 켜진 대방(미타전)
북한산 전경

  이쯤 사진을 찍고 조금 앉아있다보니 곧 저녁 예불 시간이 되었다. 약사전이 이곳의 큰법당인 만큼 예불은 약사전에서 드린다. 봉선사에서와 달리 불교문화와 예절 한 번 정말 제대로 배워간다고 느꼈던 예불 시간. 다음 포스팅에 또 이어서 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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