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가 서울에 왔다. 14년에 처음 만났으니 햇수로 무려 9년 지기. 그동안 내가 네덜란드에 가서는 종종 봤었는데 이 친구가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이라서, 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꽤 놀랐다. 내가 너를 한국에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내가 네덜란드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지도 벌써 3년 4개월 정도 지났으니, 이 친구랑도 거의 3년 4개월+@만에 보는 셈. 지난번 청계산 등산 팸과 함께 친구 B를 맞이했다. P대장의 진두지휘 하에 함께 안국역에서 만나 삼청동으로 향함!
1. 삼청동 나들이
정확한 행선지 없이 일단 삼청동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카페를 간다. 온 김에 최대한 많이 보면 물론 좋지만, B의 목적은 투어리스트가 되기보다는 친구들이랑 안부 묻고 근황 나누는 것에 더 중점이 있어 보여서 같이 진득하니 이야기를 나눈다.
B가 네덜란드에서 가져와준 알버트하인표 스트룹와플이 있어서 오랜만에 먹는다. 다들 감격에 겨운 모습. 네덜란드가 내 나라도 아닌데 웃기게도 향수병이 생긴 느낌이야.
작년에 결혼한 B가 자신의 웨딩 영상을 보여준다. 다들 영상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나중에 친구가 찍어준 이 사진 보니 다들 흐뭇하게 얼굴에 엄마 미소ㅋㅋㅋㅋ 웨딩 영상이 전체적으로 엄청 귀엽고 사랑스럽긴 했다. 굉장히 발랄한 게, 뭔가 한국의 웨딩 영상에서는 보기 힘든 분위기가 담긴 웨딩 영상이었다.
그나저나 블로그엔 왠지 얼굴 올리고 싶지 않아서(+안 물어보고 올리는 거라..ㅎ) 다 자르는데, 늘 이럴 거면 왜 올리나 싶으면서도..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
마침 또 우리가 커플 선물을 준비해서, 웨딩 영상 끝남과 동시에 선물을 전달한다. 자매들과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했는데 좋아해줘서 뿌듯하다. 선물에 B와 B의 와이프 이름을 새겨 준비했는데, 바로 사진 찍어서 아내한테 보내는 스윗가이 같으니라고. 다만, 포크를 기내에 가지고 탈 수 있냐 없냐로 조금 고민하는 시간이 생겨버렸다.
잠시 뒤에 자매들이 갑자기 내 생일 케익도 짜잔 꺼내준다. 매년 이렇게 기억해주고 챙겨줘서 참 고마운 우리 자매들😭❤ 올해는 함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더 뜻깊다.
자매들 덕분에 얼떨결에 같이 축하해 준 더치 친구들, 노래는 해피벌스데이도 아니고 네덜란드어 버전으로 "Lang zal zij leven ~" 이거 불러줌ㅋㅋㅋㅋ 안 말리면 네버엔딩으로 부를 것 같았던 노래. 다들 정말 고맙고 감사해!!!!!
저녁 먹기 전에 인왕산에서 일몰을 볼 예정이기 때문에, 출출할 것을 대비해서 닭꼬치를 하나씩 먹기로 한다. 소금맛, 간장맛, 매운맛(고추장맛)이 있는데, B가 호기롭게 매운맛을 골랐다가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간장맛으로 바꾼다. 아마 전날 P대장이랑 마라탕을 먹었는데 너무 매워서 혼난 바람에 조금 긴장하는 듯하다. P대장은 왜 하고 많은 메뉴 중 마라탕을 먹었을까...? 한편으론 P대장도 참 한국인 입맛 다 됐다 싶기도 하고ㅋㅋㅋㅋ 결론적으로 매운맛이 한국인 입맛에도 살짝 매웠기 때문에, B가 간장맛으로 바꾸길 잘한 듯하다.
근처에 떡꼬치 파는 집도 있어서 막간을 이용한 '닭'과 '떡' 차이 설명...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구분하기엔 꽤 어려운 발음이었을 텐데 곧잘 하던 친구들.
2. 청와대 지나 인왕산 가기
인왕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따라 가는데, 운이 좋게도 청와대를 볼 수 있는 길이었다. 되게 걷기 좋은 길인데 왜 여태 이런 곳을 몰랐을까 싶었는데,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최근에 개방된 길이라 더치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와 자매들도 처음 걸어보는 길이라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덕분에 우리도 뜻밖의 투어리스트행!
본격적으로(?) 인왕산 쪽으로 오르기 시작. 사실상 인왕산 입구까지도 안 갔는데 적당히 시티뷰와 남산이 보이니 이쯤이면 되지 않나 싶은 의견들이 갑자기 몰아친다ㅋㅋㅋㅋ 왜냐하면.. 등산하는 날은 등산만 하고 시내에서 노는 날은 시내에서 놀기만 해야지, 둘 다 하기엔 복장도 체력도 애매하다구요😂
나 이것도 올려도 되는지 안 물어봤는데... 얼굴을 가려도 다들 너무 귀여워서 올리고 싶어... 다 같이 찍은 사진 너무 좋아.
포토그래퍼 B의 제안으로 여기서 단체 점프샷도 열심히 찍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으면서 거의 중꺾마의 마음으로 될 때까지 시도한 게 재미있었다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한두 장 정도는 건진 듯?
포기하지 않고 정상을 향해 오르다가, 중턱에서 본 노을! 해가 딱 동그랗고 빨갛게, 가장 예쁘게 걸려있을 때라 여기서 노을을 실컷 감상하기로 한다. 정말 타이밍이 너무 좋았어. 인왕산 가자고 해준 P대장 감사하다!
"노을도 봤으니 내려갈까?" 하다가도, 어차피 좀 더 편한 길로 내려가려면 저쪽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P대장을 열심히 따라오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인증샷 몇 장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해가 완전히 져서 서울의 야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인인 나도 볼 때마다 감탄하는 서울의 야경. 이걸 다 보여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3. K-바비큐와 함께 시작한 긴긴밤
하루종일 꽤 많이 걸느라 지친 친구들이 있어, 하산 후 버스를 탄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서있는 곳 바로 옆에 정류장이 있고, 버스가 1분 만에 와서 일단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경복궁역 쪽.
어딜 가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고, 자리가 있나 싶으면 일찍 닫는 가게가 많아서, 적당한 가게 찾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경복궁 옆 골목이라 그런지 위에 등도 달려있고, 분위기는 참 좋다. 외국인 친구들과 오기에 좋았던 곳.
우리 만난 날이 B의 한국 3일 차인데도, 아직도 마음에 쏙 든 음식을 못 먹어봤다고 해서 메뉴 고민을 많이 했다. 당연히 K-바비큐를 생각한 우리는, B가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다는 말에 1차 당황. 전날까지 치킨, 닭갈비 등등 닭고기도 많이 먹어서 다른 것도 좋겠다는 말에 2차 당황. 그래서 짱구를 열심히 굴려보았지만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B가 돼지고기도 좋다고, K-바비큐 먹으러 가자고 해서 왔다.
다행히 나중에 B가 한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이날 먹은 삼겹살이 제일 맛있었다고 해줬다. 뿌듯 (❁´◡`❁)
K-바비큐를 선보이고자 왔다지만, 등산까지 하고 9시가 다 되어서 저녁을 먹다 보니, 이미 아는 맛임에도 우리가 더 맛있게 먹은 거 같기도 하고...? 시장이 반찬이더라. 술도, 정작 B는 안 마신다고 해서 우리끼리 신나게 적셨네ㅋㅋㅋㅋ 진짜 최근에 먹은 삼겹살 중에 제일 맛있었다...
4. 2차, 3차 가즈아
식당은 빨리 닫아서 빠르게 2차 장소로 이동. 하나 아쉬운 건 B가 술을 안 마시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맥주창고나 전문 펍 같은 곳이 아닌 이상, 일반 술집이나 식당에서는 '논알콜'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 술 많이 시키면서(ㅎㅎ) 직원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논알콜 맥주를 두어 캔 사 온다.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곳.
딱 봐도 술안주ㅎㅎ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맥주를 신나게 마신다. 골뱅이의 식감 때문에 더치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같았지만, 고맙게도 소면과 먹태가 맛있다며 잘 먹어준다. 내가 한국에서 너무 당연하게 맛있다고 느끼는 것들이 이 친구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와 나 이거 몇 년 만에 해보는 것 같아ㅋㅋㅋㅋ 심지어 B가 어제 다른 한국인 친구들한테 배워왔다며 먼저 제안해서 시작된 술게임. 꼬다리가 떨어지고 나면 병뚜껑에 적힌 번호 맞추기 게임까지 완전 풀코스로 즐긴다. 웃고 마시고 떠들고 간만에 마치 대학생 된 것 같이 놀며 너무 즐거운 시간.
막차시간이 가까워지는데 다들 뭔가 가기 아쉬운 눈치다. 가야 하는 J양을 너무너무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주고, 나 포함 다들 막차를 알아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딱히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P대장은 아예 N버스를 알아보라고 하고ㅋㅋㅋㅋ 어떡할까 하다가 결국 노래방을 가기로 결정!(?) 한국 왔으니 노래방은 경험해 봐야지.
낮에 농담 반으로 이따 12시 될 때까지 가지 말고 있다가 12시 땡 되면 내 생일 축하 또 해달라고 했는데, 진짜로 또 해준 자매들과 친구들😭 노래방으로 이동하는 동안 12시가 돼서 길에서 축하받고, 노래방 와서 첫 번째로 또 생일 축하 노래 듣고. 시작부터 참 즐겁고 행복한 생일이다. 내 사람들 덕분에 1박 2일 간 즐기는 참 특별한 생일.
그나저나 B가 노래방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즐겨줘서 참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술은 우리만 마시고 혼자 멀쩡한 정신인데 술 마신 우리랑 텐션도 똑같고 빼는 거 없이 노래도 잘 부르던 친구ㅋㅋㅋㅋ 아 친구들 노래방에서 좀 놀 줄 아네!
자매들의 선곡으로 뉴진스의 OMG를 부르니 그새 익숙해졌는지 이후 B는 내내 "옴마옴마갓~" 부르며 OMG를 찾았다ㅋㅋㅋ 우리 아니었으면 노래방 경험 못 해봤을 거라며 고맙다고 하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어서 우리가 더 고맙네.
같이 찍은 인생네컷 사진 보고 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고 확신함... 우리 진짜 너무 귀엽다ㅎㅎ
이날 자매들이랑도, B랑도, P대장이랑도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럿이 다 같이 시끌시끌 재밌는 시간 보내는 것도 좋고, 이동하거나 앉을 때 옆에 있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는 스몰톡도 좋고. 여러모로 찐한 시간 보낸 것 같아 너무 좋아.
지구 반대편에서 만나 한국에서도 벌써 9년째 자주 보며 즐거운 시간 가지는 자매들은 물론이고, 물리적 한계로 자주는 못 보지만 9년이나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괜히 감회가 새롭다. 덕분에 진짜 행복했다! 우리 다음에도 또 만나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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