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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2'어게인 제주(제주)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04

by Heigraphy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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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오전에 서울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하루 전에 미리 제주시로 가 있기로 했다. 3일 같은 4일 지내면서 숙소를 세 군데나 예약했으니 얼마나 이동이 많은 일정이었는지 알겠지.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제주시로 이동
제주시로 이동

  제주시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조금 걸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최근 혼자 여행다닐 때는 그곳의 둘레길을 알아두고 늘 걷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제주에 와서는 그러지 못했다. 매일 저녁에 체크인,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느라 짐을 다 이고지고 다녀서 엄두를 못 냈던 거지.

  제주도에는 이렇게 나 같은 여행자들을 위해 '짐옮김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신청을 하면 짐만 미리 다음 숙소에 옮겨다줘서 여행자는 가볍게 몸만 떠나면 되는 그런 시스템. 사실 나도 둘째날 '가방을부탁해'라는 업체에 짐을 맡기려다가, 숙소마다 사장님들에게 연락해서 양해를 구하기도 좀 번거롭고, 어차피 택시 타고 다닐 건데 이중으로 돈 낼 필요 있나 싶어서 말았다. 그래도 짐이 많고 도보이동이 많은 뚜벅이 여행자라면 '짐옮김이' 서비스 고려해보기.

 

 

  서귀포시 법환에서 제주시의 목적지까지는 환승을 한 번 정도 하고 약 2시간 정도가 걸려서 도착한 것 같다. 제주도를 나름 가로질러 가는 루트인 것 같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오늘도 이동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예하게스트하우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예하게스트하우스
예하게스트하우스 외관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숙소, 예하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제주시 버스터미널과 가까워서, 지금까지의 숙소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 그러면서도 큰길보다는 한 블럭 뒤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주변 환경도 조용하고 아주 좋은 곳.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예하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여성 6인 도미토리

  다음날 새벽같이 나갈 거라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으로 모처럼 도미토리를 예약했다. 커텐 달린 2층 침대 오랜만이다. 비수기라면 비수기인지라 혼자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조금 했는데, 나 포함 3명이서 같이 방을 썼다. 한 명은 한국인인 듯한 여행자, 한 명은 유럽에서 온 듯한 여행자.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어느 나라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예하게스트하우스 라운지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귤
라운지

  사실 제주시 온 후부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져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부지런히 다니면 이 주변도 볼 거 많을 것 같은데, 몸살기에 괜히 열도 나는 것 같고 도저히 움직일 힘이 안 나더라고.

  저녁시간이 다 돼서 배는 고픈데 방에서 취식이 불가해서 라운지 내려와서 귤 하나 까먹음. 고민을 좀 하다가 어차피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아주 맛있고 의미있는 한끼를 먹자 하는 마음에 E언니가 추천해준 우진해장국으로 향했다.

 

 

[제주시 삼도일동] 위치&시설 만점, 예하게스트하우스

제주 여행 마지막으로 이용했던 숙소. 버스 터미널과 가까워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좋고, 한라산 등반을 가는 분들도 많이 이용하는 숙소인 듯하다. 다음날 아침 이른 비행이라 잠만 자고 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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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해장국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우진해장국
우진해장국 외관

  이래봬도 숙소에서 버스타고 한 10분은 가야 했던 곳. 저조한 컨디션으로 오기에는 꽤 큰맘을 먹었어야 하는 곳이었다. 추천해준 E언니도 웨이팅이 어마무시하다는 말에 아직 직접 가보지는 못했다는데, 참 운이 좋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거의 없었다. 목요일 저녁 6시쯤 방문한 우진해장국.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우진해장국
고사리육개장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고사리육개장 주문. 식당 이름이 우진'해장국'이라 나도 모르게 고사리'해장국' 달라고 개떡같이 말했는데 직원분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가져다 주셨다. 맛도 있었지만 일단 처음 먹어보는 식감과 맛이라서 무척 만족! 여행 와서는 이렇게 안 먹어본 것들 맛보는 재미가 있지. 뜨끈하고 든든한 게 다 먹고 나니까 괜히 좀 더 기운도 나는 것 같았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인가 봐.

 

 

[제주 삼도이동] 고사리육개장? 우진해장국!

제주도에서 뭐 한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쓸 게 많나..? 원래 유명 맛집이라 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는데, 운 좋게 웨이팅 거의 없이 다녀올 수 있었던 제주시 삼도이동 맛집, 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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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저녁 일
하루의 마무리는 언제나

  밥만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오늘도 어김없이 일할 준비. 혼자 쓰는 방이 아닌 관계로 라운지에 내려와서 일을 해본다. 점점 사람이 많아지더니 조금 소란스러운 듯해서 역발상으로 방으로 올라가보기도 한다. 그런데 와이파이 신호가 너무 약해서 실패. 최대한 구석 조용한 곳 찾아 겨우겨우 오늘의 몫도 마친다.

  제주도 여행 하면서 느낀 건데,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일행과 여행할 때 말고, 혼자 여행할 때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 만나는 게 오히려 좋다. 호텔이나, 라운지가 없는 숙소 1인실은 혼자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녁이면 하는 일이 비슷해서, 혼자로는 여행하는 기분이 잘 안 난다. 아, 그렇다면 이건 숙소의 문제가 아니라 내 평일 루틴의 문제인가?

  평일 여행 중에는 생각보다 사색에 빠질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몸이 노곤해지고 쉬면서 생각에 잠겨야 할 때쯤에 일해야 돼. 하루의 마무리가 일로 끝나서 낮 동안에도 은근히 일 생각만 하고 있다. 일 끝나면 습관처럼 블로그도 한 편 써야 되고, 영상도 하나 봐야 되고, 노래도 들어야 되고. 그러다보면 그냥 출근-퇴근-재택-이후 여가시간 가지는 내 평일 루틴이랑 같아져서 '새로운' 생각이랄 게 들지 않는다.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조금 아쉽기도 하다.

 

 

  라운지에 있는 동안 사실 사람들과 귤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도 좀 나눠보고 싶었는데, 외국어 앞에서 더더욱 낯을 가리는 인간은 결국 포기... 귤 가득 든 봉다리를 째로 들고 와서 혼자 계속 까먹었으니, 그냥 귤 엄청 좋아하는 사람 됨.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사람 만나기 실패! 그래도 비슷한 여행자들 사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좀 더 여행하는 기분이 나곤 했다. 파티는 없는데 라운지에 사람은 있는 이런 게하 좋은데?

 

 

조식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예하게스트하우스 조식
예하게스트하우스 조식

  8시 정도까지 제주 공항에 가야했기 때문에, 조식 시간 땡 되자마자 먹으러 왔다. 메뉴가 단촐해서 후다닥 먹고 가기 좋았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예하게스트하우스 조식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귤
빠질 수 없는 귤

  토스트기에 굽기만 했을 뿐인데 다 타버린 빵...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냥 먹는다. 아직도 차고 넘치는 귤도 하나 까먹고. 결국 남은 귤은 직접 손에 이고지고 서울까지 가져가기로.

 

 

공항으로 이동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제주시 버스터미널
제주시 버스터미널

  숙소와 가까웠던 버스터미널. 3박 4일 동안 제주도의 대중교통에 꽤나 지쳤지만, 마지막만큼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비행 수속
물을 들고 들어왔다

  금방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 수속도 마치고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 중. 생각해보니 숙소에서 준 물을 가방에 넣고는 그대로 검색대를 통과했다. 100ml 이상 액체는 기내 반입 안 되지 않나? 국내선이라서 조금 다른 건가?

 

 

서울행 비행기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부산에어 콘센트
불 잘 들어오는 콘센트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울행 비행기 부산에어
부산에어 출발

  돌아가려고 하니 또 다시 우중충해진 하늘. 그래도 여행하는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는 날씨가 좋았어서 다행이야. 다음에는 꼭 따뜻하고 맑은 날 방문해서 스쿠터를 타야지.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울행 비행기 부산에어
구름 위는 언제나 맑지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내내 잤다.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착륙해서 바퀴로 굴러가고 있더라고. 비행기에서 이렇게나 꿀잠 자본 것도 참 오랜만이다. 여행 다닌다고 일찍 일어나는데, 잠자는 건 평소처럼 늦은 새벽에 자고 그랬더니 피로가 누적이 되긴 했나보다.

  무계획인 건 여느 여행에서처럼 비슷했는데 쉼, 휴식, 사색 뭐 그런 것들이 별로 없었어서 생각보다 제주 여행이 조금 싱거웠다고 느껴지는 듯하다. 파워 I가 유일하게 지역 주민이든 같은 여행자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여행에서, 사람도 거의 만나지 못 했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했는데, 막 엄청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는 그런 소소한 여행. 뭔가 조금은 아쉽다. 언제쯤 제주가 나한테 '가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 있었던', '좋은 인상의' 여행지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워서 한 번은 더 오고 싶다.

 

 

에필로그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귤
이틀은 더 먹은 귤

  부씨네 감귤농장에서부터 온 귤은 결국 서울까지 같이 굽이굽이 흘러왔다. 그 귤로 4인 가족 이틀은 더 먹었다는 이야기.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아마추어 같았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면 남네. 다음 여행은 다시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준비해서 편하게 다녀오고 싶네.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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