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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시골 라이프22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4 요즘은 이틀에 한 번쯤 불을 때고 있다. 매일 불을 못 때겠는 건, 뭔가 이 넓은 곳에 나 하나 따뜻하자고 나무를 그렇게나 쓰는 게 아깝기도 한 마음과, 약간 엄두가 안 나는 마음 등등이 뒤섞여 있다. 따뜻하진 않아도 춥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버티다가 손발 시릴 때면 더 이상 안 되겠다 하며 결국 불을 때는 생활을 이어가는 중. 사실 낮이면 해가 들어서 그렇게 춥다고 느끼진 않는다. 일조권 그런 거 걱정할 필요 없는 시골이니까! 근데 웬걸, 씻고 나왔더니 머리가 마르는 게 아니라 얼어가고 있는 거다. 더 이상은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불을 때러 나간다. 재 퍼다 나르는 동안 바람에 흩날려 옷에 다 묻어서 보는 중인데, 사진만 보면 무슨 누구 하나 묻고 돌아오는 길인 것 같다. 시골에서 지내는 게 이.. 2021. 11. 27.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3 조금씩 조금씩 이웃분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온 동네에 저 집 조카가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소문이 다 났나 보다. 나는 이웃분들 봐도 누구인지 잘 모르는데 나를 보시는 분들마다 아가씨가 그 조카냐고 물어오신다. 어찌 시골에 내려와서 지낼 생각을 다 했냐는 호기심 어린 질문도 잊지 않으신다. 메리의 밥을 챙겨주고 내 밥도 먹는다. 아침이라 새로 요리를 하기도 뭐하니, 전날 조금 남은 김치찌개를 얹어서 먹었다. 원래 아침에는 전날 먹고 남은 걸로 후다닥 먹는 것이 국룰 아닌지. 분명히 아침에 밥 주고 다 먹는 걸 보고 들어왔는데, 내 밥 먹고 다시 나가니 밥그릇에 사료가 듬뿍 채워져 있다. 뭐지? 누구지? 택배가 온 듯 우체국 차가 와서 벨을 누르고 가길래 뒤늦게 나와봤는데, 설마 우체국 아저씨가 사람 없는 .. 2021. 11. 26.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2 혼자 시골에 있기 이틀 차. 오늘은 드디어 직접 나무를 때서 난방을 켜봤다. 혼자 시골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 종종 받는데, 너무 바빠서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먹고, 먹이고, 집 데우는 것만 해도 하루가 훌쩍 가는 데다가 나름대로 저녁에 하는 일도 있고, 사진도 찍고, 블로그도 쓰자면 하루가 정말 너무 짧다. 도시에서보다 훨씬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몸이 가뿐하고 기분은 훨씬 좋은 그런 삶. 쌀 불리는 동안 출출하니까 에피타이저로 요거트 한 그릇. 요거트에는 역시 콘푸라이크인가보다. 콘푸라이크바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부셔서 플레인 요거트에 섞어 먹어도 맛있다. 삼촌이 마지막으로 난방 켜주고 가셨을 때가 아마 27˚C까지 올랐던 것 같은데, 별로 안 추운 것 같아서 난방 하.. 2021. 11. 25.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1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보느라 늦게 잤지만, 삼촌과 숙모가 오전에 일찍 출발하신다고 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두 분 배웅해드리고 혼자 있을 때 더 자든가 해야지. 커피까지 한 잔 하신 후 삼촌과 숙모는 서울로 가셨다.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기다렸다는 듯이 캐리어에서 스피커를 꺼내서 살면서 가장 크게 노래를 틀어보았다. 휴대폰에 '경고' 표시가 뜰만큼 볼륨을 높여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고. 목청껏 따라 부르고 휘파람 불어도 누가 들을까 봐 창피해할 필요도 없고. 도시에서는 혼자 살아도 앞, 뒤, 옆, 위, 아래 집 눈치 보며 못 해볼 일이겠지. 이것만으로도 시골 생활 만족도가 벌써 너무 높다. 오늘은 가벼운 마실을 나가볼 예정이기에 든든히 먹었다. ..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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