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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1'산 타고 바다 건너(부산)

다시 찾은 부산, 02 부산만큼이나 오랜만에 본

by Heigraphy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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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남공원에서의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이정표

  욕심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정문 쪽으로 가다가 마주한 두 번째 이정표. 원래 가던 길대로 가면 제1전망대에도 가볼 수 있었다. 제3전망대는 동선을 벗어나는 곳이니 패스. 지금부터는 시간 맞춰 안전하게 하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쯤에서 사람을 처음 봤다. 한 10미터 앞에 걸어가시길래 다시 마스크 장착.. 나처럼 정문 쪽으로 내려가던 아저씨였는데, 이런 날씨에 이런 곳에서 사람을 본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계속 뒤를 돌아보셨다.

 

 

제1전망대에서 본 바다
제1전망대에서 본 바다

  여기도 망루에 다가가기 위해 목숨 걸긴 마찬가지... 제2전망대보다 조금 내려와서 그래도 바람은 덜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국 비슷비슷했다.

 

 

드디어 가까워진 입구
평평한 길

  거의 평지에 가까운, 잘 포장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던지.

 

 

송도 용궁 구름다리
송도 용궁 구름다리

  월요일 휴무였던 이곳. 휴무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공원 정문으로 와서 구름다리부터 보고 올라갔을 것 같다. 근데 아마 월요일이 아니었더라도 날씨 때문에 임시 휴무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입구 이정표
암남공원 안내도

  드디어 입구 도착.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본 사람이라곤 중턱에서 봤던 아저씨 한 분과 입구 쪽에 계시던 관계자 두 분 정도.. 오늘 같은 날 찾는 사람이 없는 건지, 못 올라가도록 한 건지 모르겠다. 관계자들을 지나쳐 올 땐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같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면 착각일까.

 

 

암남공원 주차장에서 본 바다

  먼지 아니고 그냥 날이 잔뜩 흐리고 안개가 낀 거다. 내가 기대한 오션뷰는 이런 게 아니었다만 허허.

  곧 부산만큼이나 오랜만에 본 친구와 재회하여, 일단 이런 날씨에 오느라 고생했다며 여기까지 불러낸 것에 사죄부터 하고 시작했다..^^

 

 

미경이네 조개구이

  날이 엄청 궂은데 과연 포차가 열었을까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휴무인 곳 하나 없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었다. (포차까지 안 열었으면 무릎 꿇었을지도ㅎ..) 양이 엄청나게 푸짐했던 조개구이 소짜.

 

 

겨우겨우 먹는 방법 터득

  둘 다 처음 먹어봐서 어떻게 먹는 건지 몰라 쩔쩔 매고 있으니 이모님이 오셔서 직접 시범을 보이며 설명해주셨다. 어설픈 것만 보면 무슨 촌사람 둘이 와서 부산 음식 먹어본다고 들떴던 것 같아서 재미있었네ㅋㅋㅋ 가리비 굽느라 고생한 친구야 고맙다.

  그나저나 부산 살면서도 이런데가 있는 줄 몰랐다는 친구. 현지인도 모르는 맛집에 데려간 것 같아서 좀 뿌듯했다. 우리 예전에 낙곱새 먹을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ㅎㅎ

 

 

미경이네 조개구이

  음식이 끝없이 나와서 꽤 오래 앉아있었는데, 이른 시간에 만났다 보니 다 먹고 나와서도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아 좋았다. 다 먹고 나오니 어둑어둑해진 하늘.

 

 

우산을 바꿔준 친구

  이미 공원 돌아다니면서 비바람에 구겨지고 뒤집어지고 망가진 우산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친구가 카메라를 지키라며 우산을 바꿔줬다. 내가 쓸 때는 몰랐는데 남이 쓴 것을 보니 정말 말도 안 되게 망가진 우산이었다. 우산 때문에 젖어가면서도 이런 날씨엔 어떤 우산을 써도 다 젖었을 거라는 배려 깊은 말까지 해준다. 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다 어찌 전해야 할꼬.. 버스가 금방 와서 그나마 정말 다행이었다.

 

 

남포동으로 이동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서울은 영업시간 제한이 10시라고 하면 10시까진 거리에 사람이 좀 있는데... 이곳에선 8시만 돼도 번화가에 인적이 꽤 드물었다. 친구는 평소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남포동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데, 이렇게 한적한 모습을 처음 봤다고 한다. 부산 시민들이 거리두기 취지에 맞게 좀 더 모범적인 거라고 하자ㅎㅎ

 

 

국제맥주

  맥주집을 두 군데나 갔는데 한 군데는 문 닫고 한 군데는 만석이라 세 번째 만에야 들어왔다. 못 간 곳 중 하나는 이름이 굉장히 익숙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랑 5년 전에 서면점에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 내가 서면 잘 모른다는 사람 데려다가 서면에서 맥주 마시러 가자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엔 남포동 와서 또 이러고 있네😂

  차선으로 온 곳은 바이젠 생맥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술을 잘 안 마시지만 지난 경험들로 취향은 있는 사람이라, 이거면 충분해.

 

 

치얼스

  재작년에 대만 사는 L언니가 암스테르담에 여행 와서 우연히 시기가 맞아 4년 만에 재회를 했더랬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 친구는 외국 사는 친구보다도 오랜만에 본 거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도 아닌데 각자 사는 게 바빠 자연스럽게 왕래가 적어진 게 아쉽다. 나는 이 친구가 나를 까먹진 않았을까 생각도 했을 정도.

  그동안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까마득한 추억팔이도 하고 즐거운 대화를 했다. 친구 덕분에 처음 안 사실인데 우리가 유럽에서 만났을 때 그곳에선 손흥민의 경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잘 곳이 없었구나..(?) 무모했던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그렇게 패기가 넘쳤을까 둘 다 의문에 빠진다.

  5년의 공백을 채우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엄청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별로 어색하지 않고 얘기가 술술 나오는 게 한편으론 신기했다. 가끔씩 오래 봐도 어제 본 것 같이 편안한 친구로 손꼽히셨습니다. 짝짝짝. 다만 앞으론 반십년에 한 번 보다는 좀 더 자주 보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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