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동안엔 다른 해변도 가보고 싶고 남포동 근처에서만 돌아다닐 것 같아 굳이 해운대를 가야하나 좀 고민을 했는데, 해운대에 새로운게 생겼다고 해서 가보기로 결정했다. 친구도 마침 안 가봤대서 함께 고고.
약속 장소에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 딱 "몇 시에 만나자!"가 아니라 "이쯔음 도착할 거 같은데 일단 가서 보자"라고 한 약속이었는데 다행히 누구 하나 더 늦지 않고 둘 다 딱 맞춰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작년 가을쯤 개장한 따끈따끈한 열차라고 한다. 미포정거장부터 청사포정거장을 지나 송장정거장까지 해변을 따라 달리는 열차다. 예전엔 미포철길이었던 것 같은데, 안 쓰는 철도를 관광상품으로 재탄생시킨 모양이다.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스카이캡슐을 타기로 했다. 사실 혼자 왔으면 캡슐은 사치다 생각하고 열차나 타보고 말았을텐데, 오늘도 이 타지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 남겨봅니다.
병아리 같은 색감의 캡슐을 타게 됐다. 아담한 게 귀엽다.
미포정거장부터 청사포정거장까지 약 2km 구간을 30분 동안 달리기 때문에 여유롭게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야에 거슬리는 것도 없이 시원하게 바다가 보여서 너무 좋았다. 다만 여전히 구름이 잔뜩 끼어서 좀 아쉽다.
정면 뷰도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든다. 이거 타니까 진짜 여행 온 것 같은데?
열차는 캡슐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나무가 우거진 부분들이 있어서 열차를 탄다면 시야를 가리는 순간도 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꼭 달리는 내내 바다를 선명하게 본다기보다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거라면 열차도 좋은 듯.
멍때리면서 경치도 좀 보다가 얘기도 나누다가 하다보니 어느새 캡슐의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날 꽤 쌀쌀했는데 영도 카페에 이어서 바람은 피하고 경치는 즐길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 한 번쯤 타보기 좋고,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캡슐은 미포 정거장부터 청사포 정거장까지만 달리기 때문에 이곳에 캡슐의 종착역이다. 송정 정거장까지 가려면 해변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다음 정거장까지 조금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거리가 얼마 안 돼서 한 정거장 정도는 걸을 만하다. 실제로 이 산책로를 걷는 주민들이 참 많더라.
바다 위에 우뚝 서있던 전망대.
우리가 지나온 뒤편으로는 슬슬 해가 비치고 있었다. 어둑한 바다 위로 해가 일부분만 슥 비치는 저런 뷰가 진짜 장관인 건데.
전망대 끝쯤으로 가니 아래로 바다가 훤히 보였다. 전망대 들어올 때 덧신을 신어야 해서 신발이 저렇게 생겼다.
건방진 포즈로 사진도 한 장 남겨본다ㅎㅎ 사실 너무 추워서 주머니에서 손 빼기 싫었어..
다릿돌전망대 바로 옆에 정거장이 있다. 열차는 30분에 한 대 오는데 우리가 들어가니 타이밍 좋게 금방 왔다.
확실히 캡슐보다 빠르고 시야를 가리는 부분이 좀 있더라. 혼자 와서 이것만 탔다면 끝에서 끝까지 대충 호로록 보고 떠날 뻔했네.
종착역에 내려서 바다를 좀 볼까 싶어서 일부러 사람 많은 해운대에서 출발해서 사람 적은 송정역을 종착역으로 선택한 건데, 너무 춥고 바다는 이미 많이 본 것 같아서 송정 해변을 가는 건 패스... 시간이 촉박해서 왕복은 안 될 거라는 매표원의 조언으로 편도 티켓을 끊어서 온 거라 해변열차를 타고 다시 해운대로 갈 수도 없어서 대중교통을 알아봤다. 지하철은 타기가 좀 힘들고 버스는 잘 다니는 듯.
그나저나 여기도 기장이라고 한다. 예전엔 차타고 기장을 가봤어서 외지고 가기 힘든 곳(?)인 줄 알았는데 송정도 기장의 일부라니.
배차간격이 길다는 지하철을 놓치고 버스를 타고 영도로 이동하게 되었다. 봐두었던 야경스팟 중 하나가 영도에 있었기 때문에. 나야 부산에서 야경사진 하나쯤은 찍고 싶은데 가면 네가 할 게 없다는 말에 괜찮다고 흔쾌히 길을 나서준 친구. 오늘도 고맙다 고마워.
버스는 광안대교를 건너 이동했는데 마침 해 질 녘에 건너게 되어 이건 이거대로 장관이었다. 광안대교 건널 일도 별로 없는데 딱 노을 질 때 건너다니. 여운이 참 많이 남았다. 다만 달리는 버스에서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을까... 흔들린 사진이 남은게 아쉽네.
밥을 먼저 먹을까 사진을 먼저 찍을까 했는데 어차피 원래 사진 찍고자 했던 일몰 타이밍은 광안대교 건널 적에 지났으므로 맘편하게 밥부터 먹기로 했다. 고깃집을 가려고 했는데 휴업인지 폐업인지 문을 닫아서 급 발길을 돌린 보쌈집. 옥련선원에서부터 이날 뭔가 생각대로 잘 안 됐는데 그냥 그마저도 재밌더라ㅋㅋㅋ 물론 보쌈도 맛있었다.
야경스팟 가는 길. 입구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왔는데 경사가 어찌나 가파르던지 거의 누워서 왔다. 이걸 차가 올라갈 수 있나 내가 다 조마조마하고... 입구까지 올라와서도 경사가 이 모양인데 여길 버스타고 중간에 내려서 걸어 올라왔다면... 정말 헛웃음 나던 길ㅋㅋㅋㅋ 재밌구만 재밌어.
절 자체는 매우 고요했다. 원래 일몰 사진 찍는 곳으로 유명한데 우린 이미 해가 다 지고 찾아서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한 팀이 더 있었다. 자리싸움 안 해도 돼서 좋긴 한데 워낙 어둡다보니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에 삼각대 펼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친구는 옆에서 최신폰 들고 찰칵찰칵 찍더니 자동보정으로 꽤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현타가 좀 쎄게 왔다ㅋㅋㅋㅋ 삼성 카메라 사업 철수하더니 핸드폰 카메라에 올인했나봐..?
내 카메라로도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고생은 좀 했지만 드디어 하나는 남기고 갈 수 있겠구나.
내려갈 때는 어찌 내려가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이 이 외진 곳(?)까지도 카카오택시가 오더라. 부산은 승차거부 같은 건 없다며.. 서울이었다면 과연..?😂
사실 이미 버스에서부터 급 피로가 몰려왔던 데다가 몸이 으슬으슬 추워서 이날은 따뜻한 차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원래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오늘 하루 참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였다면 엄청 다른 하루를 보내고 다른 감흥을 느꼈을 것 같다. 날도 추운데 나 따라다닌다고 고생하고 여러모로 배려해준 친구에게 감사를. 이날을 끝으로 친구랑은 또 당분간 안녕! 우연히 시기 좋게 와서 볼 수 있어 좋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다가 또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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