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가 시끄러워 잠에서 일찍 깼다. 다른 층 투숙객들이 라운지로 내려와 라면을 먹는 듯했다. 멀리 있는 내 방까지 어찌나 냄새가 좋던지..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약간의 숙취가 있어 나도 컵라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 서면에서 빵을 사다가 내내 조식으로 먹으려고 했었는데, 안 사 오길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첫 번째 목적지는 흰여울 문화마을. 아기자기한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있는 마을이었다.
원래 영도는 저녁에 사진 찍으러 올 거라서 오후 늦게나 오려고 했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곳과 흰여울 문화마을은 또 조금 떨어져 있어서 이곳만 따로 먼저 가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의 역사적 아픔과 사건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을.' 아기자기해 보이는 마을에 여러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래, 모든 곳은 관광지이거나 여행지이기 이전에 사람 사는 곳이지. 골목골목이 궁금했지만 실례가 될까 봐 그렇게까지 다니지는 못했다.
구름이 잔뜩 낀 게 여전히 날씨가 흐렸다. 오늘까지 비가 오면, 어제와 같은 봉변을 방지하기 위해 숙소에서 우산을 빌려오려 했는데 다행히 비는 안 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카페가 참 많았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카페에 오션뷰는 덤이다. 그렇게 전망 좋은 카페가 많은 줄 알았으면 컵라면 안 먹고 여기 와서 브런치 먹었을 텐데.
태종대, 영도대교, 절영해안산책로, 봉래산, 아치섬, 75광장, 동삼동패총, 감지해변산책로가 영도 8경이라고 한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절영해안산책로쯤 되는 것 같다.
전망대에 나온 사진을 똑같이 찍어보았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천마산, 그 앞 다리는 남항대교, 건너서 왼편엔 송도, 아래 파란 길은 절영해안산책로, 오른편 위에는 흰여울길. 예전엔 지리 감각도 없이 부산에서 그저 유명하다는 곳을 마구 돌아다니기만 한 것 같은데, 그때와는 보고 싶은 게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대마도와 거제도까지 볼 수 있다는 이곳.
하지만 아쉽게도 날이 흐려 섬 자체가 잘 안 보이는 듯했다.
갈림길을 마주했다. 해녀촌은 혼자 가서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피아노계단을 따라 절영해안산책로로 내려갔다. 드디어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 본다.
내려오자마자 왼편에 해안터널이 보여서 여기부터 지나가 보기로 했다.
안내문에 나와있던 설명대로 인조암을 따라 조명이 다채롭게 빛나던 터널이었다. 포토존에 쌓인 돌은 과연 누가 쌓은 걸까?
터널을 지나온 곳에서는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다. 다만 길 따라 산책하긴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조금만 바라보다가 금방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혼자 감상하고 생각하며 걷기 좋았던 길.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면 아무 생각이 안 들다가도 금방 나만의 세계에 빠지기도 했던 시간.
원래 여행 다닐 땐 주변 소리에 집중하느라 음악은 잘 안 듣는데, 이번만큼은 'Beachside (by The Quiett)'를 선곡했다. 진짜 바다에 와서 인위적인(?) 바닷소리를 듣는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한편으론 그 감상을 좀 더 극적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여행이 끝난 지금은 반대로 위 노래를 들으면 영도 앞바다를 보며 걸었던 느낌이 떠올라 살짝 추억에 잠긴다.
전날 다녀왔던 암남공원과 전망대에서 보고 싶었던 두도. 이렇게 보니 영도에서 암남공원이 멀지 않아 보인다.
나는 새를 무서워하지만 피사체로서는 참 좋아한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새 사진은 그 자유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더 좋다. 딱 내가 느끼고 싶었던 바다의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러운 사진. 금방이라도 비상할 것처럼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저 모습이 너무 좋아.
걷다 보니 어느새 산책로 초입으로 왔다. 산책로에서 볼 만한 곳은 그래도 많이 봤지 않나 싶었는데 1/3 정도밖에 보지 않았다. 다음엔 와서 좀 더 멀리 걸어보고 싶다. 출렁다리도 건너보고, 다른 전망대도 가보고.
바닷바람 정통으로 맞으며 걷다 보니 좀 추워서 잠시 카페에 들어가 몸을 녹였다. 바람은 피하고 풍경은 즐기면서 마시는 커피라니 최고다.
다음엔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좋아지는 날씨를 보고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날씨가 맑아서 오늘은 좀 더 돌아다녀봐도 좋을 것 같아.
그나저나 이렇게 카페에 앉아서 멍 때리다 갈 줄 알았으면 키보드 들고 나와서 뭐라도 끄적여볼 걸 싶었다. 서울에서 기껏 챙겨 와서 부산에선 정작 짐 많고 무겁다고 두고 다니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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