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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1'산 타고 바다 건너(부산)

다시 찾은 부산, 01 여행자의 마음가짐과 뜻밖의 하이킹

by Heigraphy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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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만 한 달 넘게 하다가 결국 출발 3일 전에야 모든 것을 확정하고 준비했던 여행. 5년 만에 향하는 거지만, 5년 전이든 지금이든 부산으로 향할 때는 늘 그랬던 것 같다. 하루 이틀 전에 급하게 결정해서, 둘러볼 목적지를 정하고, 친구들한테 갑자기 연락해보고. 매번 번개를 요청하는데 흔쾌히 응해주는 친구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비 내리던 어느날

  전날 밤부터 서울에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 때문에 날짜를 미룰까 생각도 해봤지만, 미뤄봤자 남는 기간만 어영부영 보낼 것 같아서 바로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역시 평생 안 할 게 아니라면 지금 해야 돼.

  아침 비행기라 오랜만에 첫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는 오랜만에 타는 데다가 국내선은 더 오랜만이라 너무 여유 있게 도착해버렸다. 부산 가는데 비행기를 이용해 보는 것은 처음인데, 더 싸고 더 빠른 점이 한몫했지만, 오랜만에 비행기 타는 기분을 내고 싶어 선택한 점도 있다. 비행은 힘들어도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그 설렘은 좋지.

 

 

부산 도착

  사실 전날 잠을 거의 못 자고 온 터라 비행기에서 눈 감았다 뜨니 도착해있더라. 다행히 부산에는 비가 안 오는 듯했다.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잠깐이라도 비가 안 오는 게 어디람.

 

 

경전철 타러 가는 길

  김해공항에서 부산 시내까지는 경전철을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역까지 약 30분이면 간다. (아, 서울 사람 기준 지하철로 30분이면 굉장히 가까운 건데, 부산 사람 기준에선 멀다고 한다😂)

 

 

일명 '친구의 거리'

  부산에서의 첫 목적지는 범일동에 있었다. 범일역에 내려서 '친구의 거리'라는 곳을 지나가야 했다. 이곳에서 영화 '친구'를 촬영했다고 한다. 2001년작이니 벌써 20년 전 영화구나. (본 적은 없다)

 

 

범일동 할매국밥

  금강산도 식후경! 짐도 내려놓기 전에 국밥집을 찾았다. 10시 30분쯤, 아침식사 시간도 점심식사 시간도 아닌 굉장히 애매한 때에 방문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원래 뭐 기다려서 먹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이거 먹으러 여기까지 왔으니 얘기가 좀 달랐다.

  줄 서있는 사람 대부분은 일행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온 듯했다. 앞뒤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경상도 사투리가 들리는데, 내가 너무 이방인 같아서 괜히 위축되는 마음이 들었다. 짐 한가득 들고 누가 봐도 외지에서 온 사람 같았을 텐데. 외국에서도 이렇게까지 초조해진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마음이 참 이상하지. 코로나 조심해야 하는 건 맞는데,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것도 내 마음이 위축되는 것도 씁쓸하더라.

 

 

든든한 수백 한상

  그래도 식사는 맛있게 했다. 부산여행 첫끼이자 아점으로 선택한 수백. 손님이 참 많은데도 혼자 온 나 같은 손님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그 덕분에 긴장했던 마음도 조금 풀리지 않았나 싶다.

 

 

숙소 하늘섬게스트하우스

  이번 여행 숙소 위치를 어디로 잡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남포동으로 선택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늦은 저녁에 갈 영도와 이른 아침에 갈 다대포로의 접근성이 좋은 것 같아서.

 

 

한적한 게스트하우스

  내가 머무는 층에 투숙객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직원도 체크인/체크아웃할 때 빼고 본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체크인/체크아웃을 한다는데, 나는 우연히 직원이 리셉션에서 일할 때 들어가서 대면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3시간이나 먼저 가서, 혹시 조금 빨리 체크인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해주셔서 감사했다.

 

 

나름 1인실

  침대, 콘센트, 선반, 조명이 끝이지만 나름 1인실이라고 불리던 이곳. 좋게 말하면 아늑하고 나쁘게 말하면 벽장 속에서 자는 느낌..? 잠자리에 예민한 편은 아니라 내 한 몸 방해 안 받고 누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잠시 누우니 피곤이 몰려와서 오후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시간 양해를 구하고 한숨 잤다.

 

 

암남공원으로 이동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일어나서 혼자 좀 둘러보기 위해 두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전망대에 오르고 싶어서 갔던 암남공원. 그런데 목적지로 갈수록 점점 외지고 사람이 없어져가는 듯한 건 기분 탓일까?

 

 

암남공원 가는 길

  보자마자 웃음 나던 오르막. 아.. 산책로라고 들어서 나는 경사가 이런 길인 줄 몰랐지. 인적도 드물어서 속으로 한껏 당황했다. 슬슬 비도 오기 시작하네.

 

 

복장 부조화

  평소에 그냥 걷는 것도 좋아하고 하이킹도 좋아하고 다 좋은데, 흰 원피스에 반스는 좀 아니잖아?😂 대신에 사람은 한 명도 없고 가파른 길 오르자니 숨이 차서 마스크는 슬쩍 벗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거 하나는 좋았네.

 

 

첫 이정표

  내가 올라온 곳은 암남공원 후문이었다. 계단과 언덕길로 이루어진 0.83km를 걸어왔구나.

 

 

암남공원 숲길 4코스

  원래 목표한 곳은 두도전망대였다. 이곳을 정석대로 갔다 오려면 2.9km, 총 70분이 걸리는 코스라서, 날씨도 좀 궂고 얼마 안 있다가 친구도 만나야 해서 좀 빠른 루트로 가는 꼼수를 부려본다는 게 오히려 고생 제대로 했다. 아예 카카오맵에 '두도전망대'를 검색해서 이동하니 후문으로 진입하는 지름길(?)을 알려준 듯한데.. 지름길은 지름길인데 이렇게 험한 길인 줄 몰랐네.

 

 

제2전망대
제2전망대

  내가 도착한 곳은 제2전망대였다. 여기도 전망대는 전망대니까 만족하기로 했다. 아니 사실 두도전망대 가는 길을 모르겠어서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여기서 길을 발견했다면 더 갔을지도 모르지(...)

 

 

저 멀리 보이는 두도

  끄트머리 일지나마 두도가 보여서 그래도 위안을 했다.

 

 

목숨 걸고 사진 찍기

  농담이 아니고 정말... 너무 위험해서 멀리서 핸드폰으로만 대충 찍고 내려가려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워서 망루 앞까지 다가가서 카메라를 들었다. 바다(절벽)에 가까워질수록 비바람이 너무 심해져서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큰일 날 것 같았다. 물론 조심했으니 무사히 내려왔는데, 나도 나지만 주인 잘못 만나 비바람 온몸으로 다 맞아낸 카메라가 지금까지 건재한 게 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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