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사진일기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17

by Heigraphy 2021. 12. 14.
반응형

 

  이게 벌써 17편이나 되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이렇게나 오래 있을줄도 몰랐고, 기록을 많이 남길 줄도 몰랐다.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열심히 일기를 쓰고 있지 않나 싶다. 스포를 하나 해보자면,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골 생활기이다.

 

벌..통..?
메리야 난 식겁했는데 넌 어때...

  새로운 길로 가보겠다고 쭉쭉 걸어보다가, 멀리서 보기에 벤치 같은 게 보여서 이 한적한 곳에 웬 벤치인가 어리둥절 했다.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 벌통이 아니겠어? 알고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에 벌 시체가 엄청 많았다. 식겁해서 그대로 뒷걸음질행.. 냄새 맡으며 잘 가던 메리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행..

 

 

 

  사실 그동안 삼촌이 오시면 가야하나, 그 전에 가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더랬다. 다음 주말에는 서울에서 약속이 있어서 무조건 가야했는데, 조금 먼저 갈 거냐 나중에 갈 거냐를 결정해야 했다. 이곳 생활이 참 무료해지긴 했는데, 서울 간다고 뭐가 달라지려나 싶으면서도, 거기선 발은 안 묶이겠지 싶은 마음에 또 가고 싶고 그랬다.

  사실 서울에 가고 싶긴 한데, 하나 눈에 밟히는 게 있다면 메리를 비롯한 이곳의 생명들이었다. 삼촌이 금방 내려오실 거라곤 하지만, 집이 비면 그동안은 누가 돌봐주나? 내가 있을 때도 어느 우렁각시께서 그랬듯이 메리 사료는 챙겨주시겠지만 그 외 산책이라든지 다른 것들은 못 하겠지(근데 이건 삼촌이 오셔도 마찬가지..). 그리고 평소처럼 그냥 뭉개고 있다보면 3-4일쯤 금방 지나가겠지 싶었다.

  그러다가, 그 3-4일이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게 문득 너무 아깝더라고. 이곳에서 속절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서 이제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서울에서도 할 일들이 많이 있지. 병원도 가고 미용실도 가고 등등. 그리고 지금 살짝 아쉬운 상태에서 가야 나중에 또 오고 싶어질 것 같아.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한 게, 그동안은 '안 간다'고 생각하니 별 느낌이 없었는데, 삼촌이 오실 때까지 '못 간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엄청나게 서울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결국 서울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삼촌께 말씀을 드렸다.

 

 

당분간은 마지막 톱질
당분간은 마지막 불때기

마지막 불씨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귀찮아서 기름 보일러 야금야금 쓰고 있었는데, 당분간 마지막이니만큼 오랜만에 장작불을 때보았다. 결국 이틀치라던 생나무는 20일 동안 다 써버렸고, 이제 마른나무만 남아버렸네. 아무튼, 열심히 불 붙여놓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오랜만에 불씨님 꺼져서 다시 붙인 건 안 비밀. 그래도 전만큼 헤매진 않았다.

 

 

저녁 산책을 앞두고 나의 부주의...

  다른 곳에 잠시 한눈파는 사이 메리가 줄을 홱 당겨서 속절없이 끌려간 속이 벽에 제대로 쓸려버렸다. 너무 아파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음... 아픈 티를 팍팍 냈는데 내 속도 모르는 메리는 안 움직인다고 낑낑댄다. 아니 나는 막 다가와서 괜찮냐고 핥아주는 그런 훈훈한 상상을 했는데... 그래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그런 걸 기대한 내가 생각이 짧았지. 손이 긁힌 것도 나의 부주의 때문일 뿐 네가 무슨 잘못이 있으리. 앞으론 누나가 한눈 안 팔게!

 

 

트리가 생겼다!
거 참 트리랑 사진 찍기 어렵네 메리야...

  이 시골마을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니, 새삼 감격스러웠다. 서울엔 이런 조명 길거리에 차고 넘칠텐데, 이곳에선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마주해서 너무 반가웠네. 캐롤 들으면서 걸어가던 나의 무드에 딱 맞는 곳이라 사진 좀 찍자고 다가갔는데, 메리는 그보단 그 아래 풀숲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메리야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야 해.

 

 

유난히 구름이 많이 끼고 조금은 깜깜했던 날

  어디서 타는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하늘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워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구름이 묘하게 산봉우리에 걸쳐져 무슨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다. 안 그래도 낮이면 매번 산불을 조심하자며 방송이 나오는데 설마 진짜 산불인가 했지. 그건 아니고, 그냥 날이 잔뜩 흐렸으며 우연히도 이날따라 불을 때든, 뭔가를 태우는 이웃들이 많았던 거였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건너집 할머니댁에 가서 내일 올라가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내일 아침을 먹으러 오라는 할머니 말씀에, 몇시쯤 오면 되겠냐고 여쭤본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겠다.

 

 

점점 더 아파지는 것 같아 흑흑

  겨울 추위 때문이었는지 뭔지 몰라도, 다친 손이 점점 더 아파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구급상자를 찾아서 후시딘을 잔뜩 발랐다. 날카로운 게 없었던 것 같은데 뭐에 베이듯이 긁혔나 모르겠다. 지금도 아직 흉터가 남아있는 나의 왼손.

 

 

앙둥이의 은혜, 카구리

  남은 식량도 이제 거의 다 털어먹은 것 같고, 간단하게 먹고 싶은데 뭐가 없나 뒤져보던 중 앙둥이가 가져와준 카구리를 발견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적절한 때에 발견하다니 세상 반가웠네. 근데 문제는 이젠 사발면 큰 거 하나 정도는 배가 안 부르다는 거다. 출출함만 가시는 정도지. 이곳에서 지내면서 양이 확실히 늘었다.

 

 

그래서 만들어본 야식, 소떡어소떡어
야식은 랩탑 앞에서 먹어줘야 제맛

  꼬챙이에 하나하나 끼워서 굽기가 귀찮아서, 통으로 튀기고 통으로 무쳐버린 소떡어소떡어. 앙둥이가 받아온 가래떡은 진작에 다 먹어서 삼촌이 남겨두고 가신 가래떡을 털어먹었다. 음료는 오랜만에 탄산수. 빈 맥주캔을 하나 더 늘리면 삼촌이 나를 술쟁이로 아실 것 같아서...(?)

  그나저나 마지막 밤까지 나는 야식 먹으며 블로그를 썼네. 서울 가기 전까지 시골 생활기는 이곳에서 다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이곳에서 블로그만큼은 정말 열심히 썼구나. 비록 가져온 책은 결국 다 못 읽었지만 말이야. 이곳 생활이 어땠나 돌아보려면 블로그를 다시 읽어보면 된다는 게 가장 좋다.

  이곳 생활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벌써 '다음에 올 때는 이런이런 것들을 챙겨와야지-'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모르고 아무래도 준비가 미흡했어서 아쉬웠던 점들이 많았기에. 다음에 오면 메리 용품도 많이 들고 와야지!

 

 

Copyright ⓒ 2015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