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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16

by Heigraphy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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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부터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아침에도 여전하다. 수도가 얼었나, 마을이 단수가 되었나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결국 아침부터 삼촌께 전화를 드린다. "물이 안 나온다고? 저거를 열어봐야 되는데, 그건 남자 어른이 있어야 될 건데."

 

아침부터 수도를 다 들여다봤다

  일단 알려주시면 제가 한 번 해보기나 하겠다며, 수화기 너머로 말씀해주시는 대로 착실히 움직인다. 마당에 있는 뚜껑을 열어서 수도 모터 같은 걸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셔서, 간단히 장비 챙겨다가 모터까지 들여다봤네. 나 이런 거 <효리네 민박>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결국 별 건 안 했는데 어찌저찌 물이 다시 나온다. 하여튼 마지막까지 안 해본 거 빼곤 다 해본 다이나믹 시골 라이프.

 

 

오늘의 점심도 만만한 볶음밥

  이것도 뭔가 남은 재료들을 때려넣고 만든 볶음밥이었던 것 같다. 재료 is 뭔들 계란후라이에 김가루면 끝이지. 이제 점점 흔하디 흔한 자취일기가 되어가는 것 같구만?

 

 

저녁엔 시판 로제떡볶이를 만들어 먹는다

  떡볶이를 워낙 좋아하니 여기 올 때 엄마가 챙겨줬던 로제떡볶이가 생각나서 드디어 해 먹었다. 이것도 못 해 먹고 갈까봐 두고 가야되나, 근데 삼촌이 드시진 않을텐데, 서울에 다시 가져가야 되나 별 생각을 다 했더랬다. 요리가 귀찮아지는 이런 순간엔 시판 제품이 짱이구나 역시.

 

 

다 때려넣고 끓이기만 해면 돼서 너무 쉽네
플레이팅 그런 것도 없다 이제ㅎㅎ

  적당히 느끼하면서 매콤한 게 맛있었다. 여기서 무슨 수행하는 것도 아닌데 반가운 속세의 맛 같고 그렇다. 엄마의 선견지명 너무 대단하고 감사합니다.

 

 


  열심히 먹은 일기에 이어 또 함께 써보는 그 다음날의 이야기. 이날도 별 건 없지만 사랑둥이들 모습을 남겨두고 싶어서 이어서 써본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걸까? 정작 물가로 내려가면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던데...
오늘도 조랭이떡의 하이텐션이 감당 안 되는 메리ㅋㅋㅋ
뭔데 행동이 비슷해보이니 너희들ㅎㅎㅎㅎ

  조랭이떡네 집 근처로 슬슬 산책하니 요녀석이 또 따라 나온다ㅎㅎ 냄새 맡고,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두 녀석이 별반 다를 게 없다. 고새 닮아가나ㅎㅎ 강아지들이 강 같은 평화를 준다는 팔로오빠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이 시골생활에 원래도 별 걱정근심은 없지만, 요녀석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잡생각 같은 건 싹 사라지고 마음에 사랑만 샘솟는다.

 

 

뭔가 억울하게 생겨서 귀여운 조랭이떡
우다다다 달려와서는
오늘도 놀자고 폴짝폴짝 뛴다ㅋㅋㅋ 한결 같은 너랑 강쥐

다 좋은데 그러다 다쳐 임마ㅠㅠ
질 수 없는 메리도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얌전한 메리마저 폴짝폴짝 뛰게 만드는 조랭이떡 같으니라고. 이제 이 두 녀석이 같이 있으면 너무 개판(...)이라 정신이 없다ㅋㅋㅋㅋ 오늘도 귀여운 몫을 다 했구나 사랑둥이들아.

 

 

해질 무렵에도 한 번 더 산책
호기심 대왕 메리

  무슨 냄새를 맡은 건지 아님 소리를 들은 건지,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곳을 향해서 계속 궁금하다고 몸을 세우는 메리. 길이 아닌 산비탈은 갈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 미안하다 메리야.

 

 

저녁 메뉴는 떡국. 가위로 모든 것을 써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마랑 칼 쓰고 씻기가 귀찮아서 모든 것을 가위로 썰어버린다. 귀차니즘이 정말 절정이구만ㅋㅋㅋㅋ 듣기로 주방에서 가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데 이 편한 걸 왜 안 쓰죠?

 

 

어른은 고기를 넣고 싶은 만큼 넣어 먹을 수 있지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물을 붓고 떡을 넣는다
끓어오르면 계란도 부어준다

  백 선생님은 지단 부치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대접할 손님도 없으니 그냥 넣고 대충 끓여버린다. 맛만 나면 되지 뭐.

 

 

완성! 김치와 함께 먹는다

  떡보다 고기가 많은 듯한 떡국이 완성되었다. 간을 소금이 아닌 국간장으로 했더니 국물이 조금은 갈색이 되었네. 만든 연도별로 있는 김치 중 가장 최근 것을 꺼내서 먹는다. 신김치는 찌개 끓일 때 쓰고, 잘 익은 김치는 밥반찬으로 먹고, 덕분에 있는 동안 아주 잘 꺼내 먹었다.

  삼촌께서 곧 돌아오신다고 한다. 나도 슬슬 서울에 갈 때가 된 것 같다. 일주일만 있을 생각을 하고 왔다가 어느새 3주를 꽉 채워가고 있다. 한 달에 한 도시씩 살며 여행하는 여행자도 있다는데, 나는 한 달을 채우기도 전에 벌써 조금은 무료한 느낌이 들어버린다. 차가 있어서 원할 때 가고 싶은 곳을 나갈 수 있었다면 좀 덜 지루해졌을까.

  근데 이 와중에 일일 확진자 7천 명대 실화? 서울 가서도 어차피 집콕할 거라면 여기 그냥 더 있는 게 낫나? 여기선 코로나가 정말 딴 세상 이야기 같은데. 서울 가면 KF94 마스크나 넉넉하게 주문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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